정찬헌vs김재환 벼랑 끝 승부처..유강남 리드 빛났다

잠실=한동훈 기자  |  2018.07.20 23:35
9회 위기를 탈출한 정찬헌-유강남 배터리. 9회 위기를 탈출한 정찬헌-유강남 배터리.


LG 트윈스가 '위기 뒤에 찬스'라는 야구 속설을 이루어내지 못하며 아쉽게 패했다. 그럼에도 위기 탈출 순간만큼은 곱씹어 볼만큼 집중력이 빛났다.

LG는 20일 잠실 두산전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4-5로 패했다. 정찬헌-유강남 배터리가 9회초 대위기를 넘겨 반전 계기를 마련했으나 살려내지 못한 채 12회초 결승점을 헌납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공교롭게 마무리투수와 간판타자가 승부처에서 마주쳤다. 9회 동점 상황, LG 정찬헌이 두산 김재환을 범타 처리해 흐름을 뒤집은 가운데 포수 유강남의 리드도 돋보였다.

4-4로 맞선 9회초 LG는 세 번째 투수로 좌완 진해수를 선택했다. 진해수는 조수행을 삼진으로 잘 막았지만 허경민과 최주환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했다.

1사 1, 2루에 몰린 LG는 박건우, 김재환, 양의지로 이어지는 두산의 중심타선을 실점 없이 지나가야 했다.

LG는 마무리 정찬헌을 투입했다.

정찬헌은 6구 승부 끝에 박건우를 힘겹게 삼진 처리했다. 2사 1, 2루 더 피할 곳 없는 순간에 리그 최고의 타자 김재환이 등장했다. 김재환은 당장 앞선 타석에서도 홈런을 때려 4-4 동점을 만든 주인공.

둘의 대결이 곧 이날 승부와 직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박건우와의 승부에서 직구를 2개 밖에 던지지 않았던 정찬헌은 김재환을 상대로도 초구 커브를 선택했다. 김재환은 비교적 비슷한 타이밍에 타격했지만 파울. 대기 타석에서 정찬헌의 변화구를 본 김재환이 이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초구를 노린 모양이었다. 일단 초구는 정찬헌의 승리.

2구째가 결정적이었다. 정찬헌은 하이패스트볼로 김재환의 의표를 찌르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2스트라이크 노볼의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김재환이 예상하지 못한 코스를 요구한 포수 유강남의 볼배합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정찬헌은 많은 옵션을 갖고 3구째를 맞이했다. 김재환은 비슷하면 갖다 맞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찬헌은 다시 커브를 던졌는데 초구와 코스가 달랐다. 이번에는 원바운드로 떨어뜨려 헛스윙을 유도했다. 하지만 김재환도 속지 않았다. 골라내며 2스트라이크 1볼.

4구에는 결정이 필요했다. 2구에 김재환이 미처 대처하지 못한 하이패스트볼을 다시 꺼냈다. 이번엔 제구 미스였다.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면서 김재환의 방망이를 유혹하지 못했다.

5구째, 긴장되는 승부였다. 커브와 하이패스트볼을 2번씩 썼다. 직구 승부는 위험했다. 유인구가 통하지 않으면 풀카운트, 전세가 뒤집힌다. 유강남의 사인은 포크볼이었다. 정찬헌은 몸쪽에 절묘한 코스로 포크볼을 찔러 넣었다. 김재환의 방망이 안쪽에 빗맞아 외야에 높이 떴다.

두산은 절호의 찬스를 놓쳤고 LG는 절체절명의 위기서 탈출했다. 하지만 LG는 9회말, 10회말, 11회말 모두 침묵했다. 4-5로 뒤진 12회말에도 선두타자 가르시아가 2루타로 출루했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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