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연애? 연기? 20대 지현우와 30대 지현우는 다르다"

전형화 기자  |  2018.04.20 15:33
지현우/사진=임성균 기자 지현우/사진=임성균 기자


지현우는 스크린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던 배우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 극장판을 찍고, '주유소 습격사건2'도 찍고, 'Mr.아이돌'을 찍긴 했다. 그렇지만 데뷔 이래 주로 TV드라마에서 봐온 부드러운 남자, 달콤한 연하남에 익숙했다.

지현우가 'Mr.아이돌' 이후 7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25일 개봉하는 '살인소설'(감독 김진묵)은 지방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 경석이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려 별장을 찾았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석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지현우는 '살인소설'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소설가 석태 역을 맡았다. 부드럽고 달콤한 미소 대신 서늘하고 눅진한 미소를 짓는다. '살인소설' 이후 지현우는 한국영화 캐스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 같다.

-왜 '살인소설'을 하게 됐나. 원래 다른 배우가 출연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하차한 상태에서 크랭크인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게 됐는데. 준비 기간이 짧았는데도 선뜻 하기로 한 건, 그만큼 '살인소설'이 매력적이었단 뜻인가.

▶원래 요 작품에선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조 작품에선 저런 모습을 보여주자란 생각은 없다. 다만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에 연습 같은 구성,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하기로 했다. 그렇게 급하게 들어가지도 않았다. TV드라마에 비해선 꿈 같은 조건이었다. 하루에 3신을 찍고, 주 4일 촬영이라니. TV드라마를 하면서 시간적인 압박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회의감을 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 행복했다. 원래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죄송합니다. 다시 갈게요"다. 그런데 드라마 촬영장에선 그런 소리를 하면 미안하다. 그게 싫었다. 높은 퀄리티를 시청자에게 전해줘야 해서 다시 한다는 데 촬영 여건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자체가 싫었다. 이게 정말 내가 죄송할 일인가 싶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 현장이 주는 행복이 있었다.

-원래 느린 말투인데 '살인소설'은 느린 말투와 어감, 호흡이 잘 맞아떨어진다. 빠를 때는 빨라지고. 트레이드 마크인 부드러운 미소는 서늘하게 보이고.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데.

▶원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데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편집하면서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긴 하다. 그래서 호흡이 안 맞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톤을 맞추려 했다. 후시녹음 때 아이디어를 내서 추가한 대사도 있고. 미소는 계산적으로 연습한 건 아니다. 주로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참고한 부분이다. 정말 선한 사람인데 이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평상시 순진했던 감독님과는 딴판이었다. 그런 점을 참고했다.

-경석 역의 오만석과는 어땠나.

▶둘 다 영화 속 캐릭터와 비슷하게 지냈다. 나는 촬영장에 붙박이로 지냈고, 오만석 형은 예능 프로그램 '택시' 촬영 때문에 서울을 계속 오갔다. 만석이 형은 극 중 이름인 경석 이름을 붙여서 스태프에게 핫팩도 돌리는 등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톡톡히 했다. 휴대전화 배터리도 선물했고. 난 역할처럼 농담도 잘 안했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감사했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내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다.

-군 전역 이후 드라마 '송곳'도 그렇고, '살인소설'도 그렇고. 사회적인 소재를 다른 작품을 연이어 하는데.

▶타이밍인 것 같다.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한계가 정해져 있고, 타이밍을 놓치면 기약이 없다. 그런 타이밍에 우연찮게 연속으로 '송곳'과 '살인소설'이 들어왔다.

정치는 사실 잘 몰랐다. 그런데 '살인소설' 촬영할 때 촛불집회와 최순실 사건 청문회가 있었다. 그런 걸 보면서 영화 속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국민들이 을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투표 아닌가. 조금 더 생각해보고 투표를 하면 좀 더 세상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인소설'도 그런 점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시나리오 전체를 외운다던데.

▶대본을 받으면 일단 다 쓴다. 지문을 포함해서 무식하게 외운다. 어릴 적에는 내 대사만 적었는데 이제는 전체를 다 쓴다. '살인소설'에서도 홀로 앉아서 뭔가를 끄적 거리는 장면은 내가 진짜로 대사를 쓰는 것이었다. 원래 음악을 하던 사람이라 같은 연주를 8시간 동안 하곤 했다. 대사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쓰고 외우면서 연기를 하다보면 어떤 템포로 하는 게 좋을지, 어떤 템포가 맞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지현우/사진=임성균 기자 지현우/사진=임성균 기자


-군 전역 이후 달라지는 게 있나. 연기나 작품 선택이나.

▶달라졌다. 20대 때는 진중함보단 즉흥적으로 했다. 할 말도 다 하고. 왜요? 왜 안되는데요? 서른이 넘으면서 그게 안되더라. 군대 영향이 큰 것 같다. 나이를 들어서 가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군에서 치아교정을 했었다. 다 같이 먹으로 치킨을 여러 마리 사 갖고 들어가면 정작 난 치아교정 때문에 천천히 먹게 된다. 그러다보면 두 조각 먹고 나면 남들이 다 먹었다.(웃음) 별 게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말을 못한다. 그냥 사람이 작아지게 된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공감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촬영장에서 "다시 할게요"라는 소리를 잘 안하게 되나.

▶그렇다기보다는 말을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하곤 한다. 신인이나 단역 같은 경우 자기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도 말을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럼 "마음에 안들면 다시 가도 되요"라고 하곤 한다. 연기란 리액션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현실과 소설을 오가서 아귀가 안맞는 부분이 있는데.

▶원래는 엔딩이 여러가지 버전이었다. 앞에 전사도 더 있었고. 과거 장면 같은 경우 가발을 쓰고 등장하는 게 트릭이기도 하다. 오마주도 있고. 그런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Mr. 아이돌' 이후 7년만에 영화를 찍었다. 영화를 안했나, 못했나.

▶솔직하게 말하면 못한 게 크다. 20대에는 주로 연하남 이미지를 보여줬다. '나의 달콤한 도시'나 '올드 미스 다이어리' 같은 작품들. 주로 로맨틱 코미디였고. 그런데 지금도 그렇지만 영화는 주로 남자들의 이야기고 거칠고 강렬한 게 많았다. 그러니 지현우라는 배우를 영화에서 찾을 이유가 별로 없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배우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관객이 직접 표를 사서 보기에 더 자부심이 크고. 그런 점에서 영화에 매력을 느끼고, 더 하고 싶다. 영화와 드라마 구분 없이 보는 분들이 즐거울 수 있는 뭔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TV드라마는 부모님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영화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은 작품으로 남고 싶다는 욕심을 내게 만든다.

-그렇다는 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뜻인가.

▶그게 배우를 하는 이유이자 목표가 아닐까.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기 보다는 단 한편이라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고 싶다. '밥 잘 사주는 누나' 정해인처럼. 그 드라마를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하더라.

-연하남이었던 이미지는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더 어린 배우들에게 넘겨주기 마련인데. 그래서 다른 걸 더 찾게 되나.

▶나이가 들수록 연기를 못하면 관객이 허용해 주는 폭이 좁아진다. 어릴 때는 어리니깐, 귀여우니깐, 이렇게 넘어가 주지만 나이 먹고 연기를 못하면 더 이상 봐주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 선택에 더 진중해지는 것도 있다. 갈수록 잘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제안 받은 작품들이나 캐릭터 폭이 넓어졌나.

▶조금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여자들한테만 사랑받고 공감 받는 역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보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역할들을 제안 받는다. 그런 점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같은 걸 느낀다.

-'살인소설'은 그런 점에서 어땠나. 스스로의 연기에.

▶늘 부족한 점이 보인다. 그래도 '살인소설'에선 사기 치지는 않은 것 같다. 딴 생각을 하거나 척을 하면서 연기하지 않았다.

지현우/사진=임성균 기자 지현우/사진=임성균 기자


-20대 때는 굳이 공개연애를 하진 않지만 공개되면 숨기지는 않는다는 주의였는데. 이것도 나이가 들면서 바뀌었나.

▶연애도 20대 때와는 다른 것 같다. 20대 때는 모든 면에서 겁이 없고 자신감이 넘쳤다.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30대 때는 겁도 많아지고, 연애 감정도 사라지는 것 같다. 겁이 많아지고 일에 대한 욕심이 커지니 연애세포가 죽은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냥 홀가분하게 솔로인 걸 즐기고 싶기도 하고.

-밴드 더 넛츠 활동은 더 하지 않나. 앨범 계획은.

▶앨범은 생각은 있는데 쉽지 않다. 나 혼자 내는 게 아니라 밴드로 내고 싶은데 현실이 녹록치 않다. 내가 연기 활동을 하면 그 기간 동안 밴드 활동을 못하게 된다. 더 넛츠 때 그런 경험을 했다. 그래서 만일 밴드를 하게 되면 그런 걸 감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살인소설'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도 맞붙는데.

▶내 손을 떠난 문제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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