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이상범 감독의 뚝심과 두경민의 뒤늦은 사과

[손건영의 올어라운드 스포츠]

손건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  2018.02.19 15:38
두경민 /사진=KBL 제공 두경민 /사진=KBL 제공


# '농구 황제'로 추앙받는 마이클 조던은 현역 시절 그 어느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했다. 조던이 이끌었던 시카고 불스는 3연패를 두 차례나 달성했다. 그야말로 'G.O.A.T'(Greatest of all time)의 원조였다. 실제 경기뿐만 아니라 연습할 때도 그의 승부욕은 대단했다. 팀 자체 연습 경기 도중 현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스티브 커 감독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은 유명한 일화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라'는 격언을 늘 실천한 선수가 바로 조던이었다.

# 필 잭슨 전 감독은 NBA 우승을 무려 11차례나 차지했다. 불스에서 6번, LA 레이커스에서 5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마이클 조던,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앞세워 일궈낸 우승이라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젠 마스터'로 불리던 그는 슈퍼스타들을 팀에 녹아 들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2004년 NBA 파이널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게 0승 4패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후 사령탑에서 물러났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커스 감독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코비 브라이언트가 구단에 강력하게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코비는 자신이 존경하는 잭슨 감독과 힘을 합쳐 두 차례 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원주 DB가 가장 먼저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꼴찌 후보라던 시즌 전망을 비웃듯 19일 현재 35승 13패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6경기를 남겨 놓고 2위 KCC와의 격차는 3.5경기여서 정규 시즌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2018년 들어 파죽의 13연승을 달리다 4연패의 늪에 빠진 것이다. 특히 2월 10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홈 경기에서 106-90으로 크게 패하자 'DB 위기론'까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경기에서 두경민(27)은 19분 동안 출전해 슈팅을 던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유투로만 1점을 올리는 부진을 보였다. 늘 환한 미소를 짓던 DB 이상범(49)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 두경민을 향해 "에이스 자질이 없는 선수"라며 이례적으로 독설을 쏟아 냈다. 이후 4경기 동안 두경민의 모습은 코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에 나설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를 들어 이상범 감독이 로스터에서 두경민을 아예 빼버렸다.

DB 이상범 감독 /사진=KBL 제공 DB 이상범 감독 /사진=KBL 제공


하지만 DB는 최근 3연승으로 순항하고 있다. 18일 홈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는 올 시즌 5번째로 100득점을 넘기며 두경민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았다. 경기당 평균 16.9득점, 3.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경민이지만 이상범 감독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두경민 없이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 시계추를 시즌 초반이던 지난해 10월 20일로 돌려보자. 올 시즌 KBL의 최고 선수인 디온테 버튼은 서울 삼성전에서 고작 17분 31초만 출전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 2명이 모두 나설 수 있는 2쿼터에서 그가 코트를 누빈 시간은 고작 1분 34초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이상범 감독은 "우리가 준비한 것을 하지 않고 버튼이 개인 플레이로 일관해 과감하게 배제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튼은 영리했다. 하프타임 때 이상범 감독에게 바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를 구했다. "한 경기를 이겨서 남은 50경기를 버리는 것보다 한 경기를 버리고 버튼이 팀에 녹아들도록 해야 미래가 있다"며 "만약 버튼이 사과를 안 했으면 끝까지 기용을 안 했을 것"이라고 강조한 이상범 감독. 그의 뚝심이 바로 DB의 돌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19일 두경민은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코칭스태프 및 동료 선수들에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현대 모비스전에서 태업성 플레이를 펼친 지 9일 만이다. 어쩌면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은 셈이다. 만약 두경민이 진심으로 깊게 뉘우치고 사과를 했다면, 연습 경기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지기 싫어했던 마이클 조던과 필 잭슨 감독을 진심으로 존경했던 코비 브라이언트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DB의 다음 경기는 오는 3월 1일 홈에서 전주 KCC와의 대결이다. 승리하면 4.5경기 차로 달아날 수 있어 DB는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다. 두경민이 과연 이상범 감독의 부름을 받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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