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결산] 폐막 부산영화제, 우려 속 희망을 쐈다 ①

전형화 기자  |  2017.10.21 07:00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가득 메운 관객들/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가득 메운 관객들/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지난 12일 개막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1일 열흘 간의 영화축제를 끝마친다.

이날 오후 7시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폐막식을 열고 폐막작 '상애상친'을 상영하는 것을 끝으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무리된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우려와 갈등 속에서 출발했다. 사무국과 소통 문제로 갈등을 빚던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이 이날 폐막식을 끝으로 영화제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건 가장 큰 악재였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한국영화계 보이콧으로 봉준호 류승완 등 한국영화 스타 감독들이 영화제를 찾지 않은 것도 산적한 문제 중 하나였다.

영화제의 큰 기둥이던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지난 5월 칸영화제 출장 기간 중 갑작스럽게 타계한 것도 우려를 자아냈다. 그의 빈자리와 영향은 이번 영화제에 오롯이 남았다.

부산영화제 측은 지난 22년간 BIFF 창립과 아시아 영화인 발굴을 주도했던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기리고자 지석상을 신설했다. 모든 상영작에는 "In Loving Memory of KIM Jiseok"(김지석을 추모하며)라는 문구를 넣었다.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은 유족에게 보관문화훈장을 수여했으며, 그 자리에는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폐막작인 '상애상친'은 실비아 창 감독이 중국 자본을 받은 제작사의 만류에도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기리기 위해 이번 부산영화제 참석을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영화제 기간 중 가장 주목받은 프로젝트인 플랫폼 부산은 고인의 유작이나 다름없다. 올해 신설된 플랫폼 부산은 아시아 독립 영화인이 동반 성장하는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프로젝트다. 14일부터 18일까지 19개국 150여명 독립 영화인이참여해 영화 제작 경험을 나눴다.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제 플랫폼으로 위상을 되찾기 위해 가장 공을 들였던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한국영화계 전면 보이콧과 '다이빙벨' 상영 여파, 김영란법 실행 직후라는 여러 상황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썰렁하다시피 했다. 배우들과 감독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2015년 21만명이 찾았던 게 2016년 16만명으로 30% 가까이 관객이 줄어들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많은 관객이 찾았다. 장동건, 문근영, 문소리, 이병헌, 조진웅 등 지난해보다는 많은 배우들이 영화제를 찾으면서 활기를 되찾은 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럼에도 올해 화제작 배우들과 감독들이 대거 불참해 예년 만큼의 활기를 되찾지 못했다.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20만명을 넘겼던 예년에는 못 미쳤다.

VR시네마 인 부산, 오픈시네마 등은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VR 시네마 전용관에는 관람객 줄이 끊이지 않았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픈 시네마도 관객이 가득 찼다. 영화제 분위기를 오롯이 즐기려는 관객들은 여전히 부산영화제를 즐긴 것.

화제작은 예년만 못하다. '마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등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들이 매진 행렬을 기록했지만 10월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란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개막작인 '유리정원' '나라타주' '금구목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황야' '여름의 끝' '살아남은 아이' '소공녀' '나비잠' '심장소리' 등이 영화제 기간 중 화제를 모은 대표작들이다. 그럼에도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 '파수꾼' 윤성현 감독, '10분' 이용승 감독 등 스타 탄생을 예감시킨 화제작은 두드러지진 않았다. 일본영화들이 올해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오픈토크에 나카야마 미호, 문소리/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오픈토크에 나카야마 미호, 문소리/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여성은 이번 영화제 화두 중 하나였다. 부산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여성 감독 영화가 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문소리와 나카야마 미호가 같이 참여한 오픈 토크가 이번 영화제 야외 행사 중 가장 주목을 받았다. 문소리는 "영화의 꽃보다 영화의 줄기, 뿌리도 되고 거름도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밝힌 소감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은 것도 화제를 모았다. 2012년 대선 후보 자격으로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찾았던 문 대통령은 5년 만에 다시 찾은 영화제에서 "부산영화제가 옛 위상을 되찾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문화 정책 기조를 밝혔다.

이날 폐막식을 끝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집행위원장과 이사장, 영화제를 이끄는 두 선장이 사라진다. 이 자리에 관심을 갖는 인사들이 벌써부터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고 김지석의 빈자리는 내년부터 더욱 커질 것 같다.

과연 위기와 우려 속에서 희망을 엿본 부산국제영화제가 내년에는 새로운 선장을 잘 찾고 보이콧 문제 등을 해결해 아시아 최고 국제영화제라는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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