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최고의 볼 배합도 실투 앞엔 도리 없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2017.10.18 10:42
'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KBO리그 포스트시즌 관전평을 연재합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해 현대 시절을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교체되는 니퍼트 교체되는 니퍼트


아무리 볼 배합이 좋아도 결국 공은 투수가 던진다. 실투 앞에는 장사 없다.

양의지는 국내 최고의 투수 리드 능력을 가진 포수다. 두산 '판타스틱4'의 실질적인 리더로 불리는 이유다. 판타스틱4 중에서도 1선발인 더스틴 니퍼트와 플레이오프 1차전 호흡을 맞췄다. 예상 밖으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포스트시즌 34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었던 니퍼트가 3회에 실점을 하더니 5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니퍼트는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힘을 잃었다. 패스트볼 구속이 3회부터 뚝뚝 떨어졌다. 니퍼트는 150km/h를 넘나드는 패스트볼로 윽박지르면서 우타자에게는 슬라이더,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으로 방망이를 유혹한다. 하지만 패스트볼이 NC 타자들의 눈에 들어오면서 철옹성 같던 니퍼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1-0으로 앞선 3회초 김태군, 김준완에게 안타를 맞는 과정에서 실투가 계속됐다. 2사 2, 3루 박민우 타석에 양의지는 패스트볼을 한 번 더 요구했다. 정교하게 제구된 힘 있는 패스트볼로 박민우를 제압하길 기대했을 것이다. 니퍼트는 여기서 다시 실투했다. 가운데 높은 코스로 몰려 박민우가 쉽게 받아쳤다.

이후 양의지는 변화구 위주로 패턴을 완전히 바꿨다. 4회에는 패스트볼을 2개 밖에 안 던졌다. 14구 중 슬라이더가 8개, 체인지업과 커브가 각 2개였다. 패스트볼 구속은 146~147km/h까지 떨어졌다.

패턴 변화로 4회는 무사히 넘겼으나 5회까지 버티진 못했다. 변화구까지, 특히 슬라이더가 몰리기 시작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면서 꽂혀야 할 슬라이더가 밋밋한 궤적으로 말려 들어갔다. 결국 스크럭스에게 역전 만루 홈런을 얻어 맞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물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양의지가 니퍼트의 컨디션을 조금 더 빨리, 확실히 알아챘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기 보다 아예 바깥쪽 유인구로 써 헛스윙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었다. 아니면 아예 그 구종을 배제할 필요도 있었다. 레퍼토리를 단지 변화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나아가 취사선택을 명확하게 했다면 대량실점은 면했을 수도 있다.

물론 결과론이다. 니퍼트의 구위를 고려한다면 바깥쪽 제구도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도망가다 볼넷을 남발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공은 투수가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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