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책 경기 0'... 10년 전 '명품 KS'가 그립다

잠실=심혜진 기자  |  2018.11.12 14:07
포구하지 못한 오재원. 포구하지 못한 오재원.
올해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는 여러모로 10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두 팀은 2007년과 2008년 잇달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SK의 2년 연속 우승이었지만, 승패를 떠나 프로야구 팬들에게 명승부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끈 SK와 김경문 감독이 지휘한 두산은 나란히 안정된 투타는 물론 빼어난 수비와 주루, 작전 수행 능력 등으로 짜임새 있는 야구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한국 야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국제대회 성과의 밑거름이 됐다는 극찬도 나왔다. KBO리그 정규시즌 관중수는 2007년 410만 명, 2008년 525만 명, 2009년 592만 명(이하 당시 역대 최다), 2011년 681만 명, 2012년 715만 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한국 야구와 KBO리그의 전성기라 할 만했다.

그러나 10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두 팀은 과거 '명품 야구'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매끄럽지 못한 수비다.

2승2패로 맞붙은 지난 10일 한국시리즈 5차전의 승부를 가른 것도 수비 실책이었다. SK는 0-1로 뒤진 7회말 1사 2루에서 김성현이 동점 2루타를 때린 뒤 두산 좌익수 정진호의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갔다. 1사 3루에서 김강민의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나와 SK는 손쉽게 역전에 성공했다. 두산으로선 정진호의 실책이 없었다면 주지 않을 수 있던 점수였다.

SK의 쐐기점도 상대 수비 실책에서 비롯됐다. 8회말 SK 선두 타자 최정의 높이 뜬 타구를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놓쳤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박정권의 적시타가 터졌고, 2사 만루에서는 김성현의 밀어내기 볼넷까지 나와 SK는 4-1, 3점 차로 달아났다.

SK가 7-2로 이긴 7일 3차전에서도 양팀은 나란히 2개씩의 수비 실책을 연발했다. 경기 초반 4-0으로 앞서 가던 SK는 4회 말 정의윤의 어이 없는 주루사가 나온 뒤 곧이은 5회 초 유격수 김성현의 실책으로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4-2로 쫓긴 6회말 1사 후에는 2루수 강승호의 실책으로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패한 두산도 마찬가지였다. 올 정규시즌에서 실책이 77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두산은 1, 2차전에서 이미 3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두산답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왔다. 더욱이 수비가 견고하다고 평가 받는 3루수 허경민과 2루수 오재원이 연거푸 실책을 범해 충격이 컸다.

3차전에서도 6회말 2사 후 정의윤의 타구를 허경민이 어렵게 잡아 송구까지 연결했으나 방향이 맞지 않았다. 오재원마저 7회말 2사에서 한동민의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반면 4차전에서 두산은 이번 시리즈 들어 유일하게 실책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고 1루수 류지혁과 3루수 허경민의 호수비가 나와 2-1 역전승을 거뒀다. 그만큼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승부에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 해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양팀 모두 실책이 없었던 경기는 한 번도 없다. 2007년 한국시리즈의 경우 6경기에서 SK와 두산은 각각 3개씩의 실책만 저질렀다. 무실책 경기도 두 차례(2, 4차전) 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SK는 4개. 두산은 7개의 실책을 범했다. 특히 두산은 오재원과 허경민이 2개, 오재일과 정진호, 김재호가 1개씩 등 5명이 실책을 기록했다. SK는 김성현이 2개, 강승호와 박승욱이 1개씩이다.

위치도 여러 곳이어서 그라운드 전체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다름 없다. 10년 전 '명품 야구'까지는 아닐지라도, 양팀 모두 우승을 위해선 보다 세밀한 플레이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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