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서 선보인 정운찬 총재의 '팀 킬' [김동영의 시선]

국회=김동영 기자  |  2018.10.2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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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왼쪽) KBO 총재와 선동열 야구대표팀 전임감독. /사진=뉴스1정운찬(왼쪽) KBO 총재와 선동열 야구대표팀 전임감독. /사진=뉴스1
정운찬(71)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미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국정감사에 나갔고, 뒤이어 총재까지 호출됐다.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전히 선동열 감독이 마뜩잖은 모습이었고, 정운찬 총재의 답변은 흡사 '팀 킬(Team Kill·같은 편 동료를 공격한다는 뜻의 게임 용어)'을 연상케 했다.

정운찬 총재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열린 2018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손혜원 의원의 요청이 있었고, 3당 간사의 합의에 따라 증인으로 부르게 됐다.

핵심 키워드는 '병역'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엔트리를 놓고 발생한 논란이다. 일부 선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병역 회피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고, 금메달을 딴 후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에 지난 10일 선동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자리에서 선 감독은 "선수 선발에 청탁은 없었다. 실력을 보고 뽑았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의원들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호통을 쳤다. 선수들의 땀을 부정하는 발언까지 남겼다. 결과적으로 '헛스윙'에 가까웠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커지면서 '역풍'이 일기도 했다.

이번에는 정운찬 총재를 불렀다. 손혜원 의원은 정 총재에게 "선동열 선수 나왔을 때 여러 논란이 있었고, 내가 흥분을 자제하지 못했다. 정리하고 지나가지 않으면 본질이 흐려질 것 같아 모셨다"고 먼저 상황을 설명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선동열 선수'라고 칭하는 실수도 나왔다.

정운찬 총재는 지난 9월 대국민 사과를 한 이유에 대해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후 "선수 선발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사과를 했다. 여론의 비판을 선동열 감독에게 미리 알리고 참고했으면 한다고 했다면, 그리고 선동열 감독이 받아들였다면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사과를 드렸다"고 더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것은 그 이후였다. 뜬금없이 손혜원 의원과 정운찬 총재의 '티키타카(Tiki-taka·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표현한 스페인어)'가 벌어졌다. 먼저 손혜원 의원이 "전임감독제와 대회별 감독제 가운데 어느 쪽이 나으냐"고 물었다.

이에 정운찬 총재는 "어느 쪽이 낫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전임감독제를 찬성하지는 않는다. 상비군이 없다고 한다면 (전임감독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사진=뉴스1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사진=뉴스1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현재 전임감독인 선동열 감독을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날 국정감사가 끝난 후 정운찬 총재는 "내가 총재로 있을 때 뽑았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전임감독인 선동열 감독은 전임 (구본능) 총재가 계실 때 뽑았다. 내가 지금 전임감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이 그렇다. 내가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면 (전임감독을) 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는 전임감독을 선호하지 않지만, 전임 총재가 결정한 것이니 그대로 간다는 의미였다. 결국 '나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한다'로도 읽힌다. 지금 대표팀을 맡고 있는 선동열 감독이 이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 있다. 손혜원 의원은 "조 토리나 왕정치 감독처럼 스타 선수 출신 감독도 있지만, 아닌 케이스도 있지 않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뭔가 주제가 묘하게 옮겨갔다. 꼭 스타 출신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해야 하느냐로 들릴 수 있었다. 최고 스타 출신 선동열 감독을 겨냥한 질문으로 보였다.

정운찬 총재가 받았다. "실명을 거론하면 좀 그렇지만, 조범현 감독이 있었다. 준수한 선수였지만, 스타가 되지는 못했다. 이후 감독으로서 우승을 이끌었다"고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고는 "반대의 케이스도 있다. 미국의 테드 윌리엄스가 있었다. 선수로 잘 하고, 감독으로 못한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손혜원 의원은 "선동열 감독이 집에서 TV로 선수들을 본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다. 정운찬 총재는 "선동열 감독의 불찰이었다고 생각한다. 야구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보는 것은 경제학자가 시장에 가지 않고, 지표 가지고 정책을 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동열 감독과 정운찬 총재의 국정감사를 보면, 손혜원 의원은 '전임감독제', 아니 어쩌면 선동열 감독이 싫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풍겼다. 마치 '선동열 감독은 틀렸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동의를 구하려는 모양새에 가까웠다.

이에 대한 정운찬 총재의 반응은 '팀 킬'이었다. 선동열 감독이 선수를 살펴보는 과정이 좋지 않다고 봤으면 당사자에게 말하면 될 것을, 국감장에서 공개적으로 '불찰'이라고 했다. '내가 뽑은 감독이 아니니 내 책임은 없다'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선 감독을 두둔하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을까 우려했던 것일까.

KBO 총재와 야구 대표팀 감독은 한국 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동반자'이다.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는 둘의 불협화음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모습에 낯이 뜨거워졌던 국정감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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