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의 시선] '주고 받은' KBO-선수협, 진짜는 이제부터

김동영 기자  |  2018.10.02 06:00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 /사진=뉴스1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 /사진=뉴스1
일단 주고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개선안을 내놨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단 KBO는 선수협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했다. 남은 것은 협상이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향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아니라, 팬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KBO는 최근 선수협에 FA 제도 개선안을 전달했다. FA 계약 총액 상한제(계약금 비율 제한 포함), FA 취득기간의 1시즌 단축, FA등급제, 부상자 명단 제도(경조휴가 포함)의 도입과 최저연봉인상 검토안 등이 포함됐다.

여러 항목이 있지만, 결국 핵심은 FA 계약 총액을 4년 80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미 100억원대 계약이 수차례 나온 상황에서 KBO가 80억원으로 줄이겠다는 뜻을 들고 나왔다.

선수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수협은 1일 "시기상 빠른 논의와 결정의 어려움, 제안의 실효성 문제, 시행시기의 문제, 독소조항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전체 선수의 권익뿐만 아니라 KBO 리그의 경쟁력 제고에도 부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FA 계약 총액 상한제'에 대해서는 "KBO의 일부 개선방향을 크게 왜곡시키고, 불공정한 보류권 제도, FA 제도를 오히려 개악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뉴스1에 따르면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FA 계약 총액 상한제를 거부한다"며 "협상은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받은 안이 거의 최종안이다. 다시 역으로 제안을 할 경우 바뀔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여러 방법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선수협은 FA 취득 기간 단축, 과도한 보상 규정 축소 혹은 폐지, FA 재취득 제도 폐지 등을 제안했고, 선수 최저연봉도 4000만원을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KBO는 이번 제안을 통해 '4년 80억원'으로 몸값 제한을 두면서 그동안 선수협이 요구해왔던 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줄 것을 주면서 얻을 것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선수협은 FA 계약 총액 제한을 거부했다. 사실 예상됐던 선택이다. 이미 100억원대 계약이 몇 차례나 나왔고, 4년 총액 150억원의 계약도 있다. 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선수들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에 가깝다.

'FA 광풍'에 대한 우려는 몇 년 전부터 있었다. 자생력이 부족한 KBO 리그에서 너무 많은 돈이 오간다는 지적이다. '리그가 공멸로 갈 수 있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런 상황이었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냉정히 말해 몸값을 키운 것은 선수가 아니라 구단들이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 사이 구단들의 부담은 커졌다. 선수들 역시 분위기를 타면서 이른바 'FA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

이에 KBO 구단들은 이사회를 통해 총액을 제한하겠다는 의사를 내놨다. 선수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래도 KBO는 선수협에 안을 전달했고, 당연히 선수협은 거부했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이제 '협상'의 영역이다. 어쨌든 KBO가 선수협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했다. 과거라면 이사회에서 결정이 나면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KBO도 다시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할 상황이다.

특히 FA 총액 제한의 경우 과거 KBO 리그의 '연봉 인상률 25% 상한제'를 떠올리게 하는 감도 있다. 당장 법에도 저촉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여차하면 법정 다툼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조율이 필요하다.

KBO나 선수협이나 '파행'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팬들에 대한 기본 의무다. 사실 현 시점에서 KBO나 선수협 모두 팬들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상한제 도입이 옳지 않다는 비판이 있지만, 선수협이 돈만 보고 있다는 쓴소리도 함께 나온다.

결국 KBO나 선수협이나 자신들의 생각과 입맛에만 맞는 결과를 도출하려고 하면 곤란하다. 가뜩이나 KBO리그는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논란 등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 여기서 '돈 때문에' 싸우게 된다면 악영향만 더 커질 뿐이다. 구단과 선수가 아니라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때다.

FA 제도 개선은 과거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터져 나온 모양새다. 어느 분야든 무언가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주고 받았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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