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의 AG다이어리] 왜 우린 늘 '실력'으로 '극복'만 해야하나요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동영 기자  |  2018.08.2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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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3X3 대표팀 멤버로 활약한 안영준.남자 3X3 대표팀 멤버로 활약한 안영준.


"여건이 좋지 않지만, 오로지 실력으로 극복하겠습니다"

국제대회마다 선수들이 각오로 많이 밝히는 말입니다. 각종 변수들이 있을지언정 실력으로 이를 뚸어 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이 말이 서글펐습니다. '투혼'으로 해결되는 세상은 이미 지나갔으니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일단 야구입니다. 대만전 패배로 전국민적인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합니다만, 대회 전 우여와 곡절이 많았습니다.

첫 경기가 야간경기인데, 훈련 시간은 전부 낮이었습니다. 반면 B조의 대만과 홍콩, 인도네시아 모두 야간에 훈련을 했지요. 가뜩이나 낮은 스탠드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경기에 나선 겁니다. 대만전 1회 김현수의 실책성 플레이에도 조명의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구는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KBO 리그 최고 스타 선수들이 줄줄이 나섰습니다. '1강' 소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죠. 금메달은 당연하다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대만에 뼈아픈 1패를 당했으나, 한국의 기본적인 전력이야 강합니다. 공은 둥글기에 결과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대만에 졌습니다. 하지만 과연 한국야구가 대만야구보다 약한 걸까요? 그건 아니라 봅니다.

협회에서 조금 더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됐든, KBO가 됐든 말이지요. '스포츠 외교'라고 하죠. 한국의 국력이 약하지 않고, 스포츠도 강국으로 꼽히는데, 유독 '협회' 이야기만 나오면 씁쓸해집니다. 일부 팬들은 "협회가 선수를 방해한다"며 날선 비판을 쏟기도 합니다.

농구도 그랬습니다. 정확히는 3X3 농구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남자 3X3 농구의 안영준(23·SK)-박인태(23·LG)-김낙현(23·전자랜드)-양홍석(21·KT)은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금메달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빛나는 은메달이었습니다.

그런데 3X3 농구 대표팀의 지원을 보면, 시쳇말로 '가관'입니다. 정한신 감독에 선수 4명이 전부입니다. 트레이너가 없어 알아서 마사지를 받았고, 먹는 것도 부실했습니다. 선수촌 음식을 먹다 배탈이 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선수들은 묵묵히 뛰었습니다. 자신들이 할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극복'하겠다는 겁니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도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해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결승에서 중국에 패한 것이 다소 석연치 않았습니다.

17-15로 앞선 상황. 10여초 남은 상황이기에 버티면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때 중국 선수가 2점슛(5대5 농구의 3점슛에 해당)을 쐈고, 김낙현이 막기 위해 떴습니다. 공만 건드린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심판콜은 파울. 자유투 2구가 다 들어가며 경기가 연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18-19로 졌죠.

많은 농구인들이 '판정이 중국에 유리했다' 혹은 '중국이기 때문에 판정이 유리하게 갔다'고 합니다. 대회 내내 중국에 유독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심판이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물론 음모론에 가깝습니다. 심판은 공정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믿습니다.

과연 야구와 3X3 농구만 그럴까요? 그나마 이쪽은 인기가 있는 종목이기에 이슈라도 됩니다. 비인기 종목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아가 협회가 힘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과거에는 중동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핸드볼이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아시아연맹 회장이 중동 사람이었고, 중동 심판들이 대놓고 중동 국가 편을 든 일이 있었습니다. 중동 뿐만이 아닙니다. 힘 좀 있는 나라다 싶으면, 그 힘이 스포츠에 적용되는 경우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한국은 경제대국에 속합니다. 나라가 힘이 없지 않습니다. 스포츠 또한 세계 최상위에 속하는 강국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선수'에 쏠려 있습니다. '실력을 키워라. 그래서 메달을 따와라'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대회에 나가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다소간 부족한 느낌입니다.

물론 선수촌을 구축해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좋다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 배우러 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도 선수들은 '극복'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롯이 선수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합니다. 굳이 선수들이 '극복'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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