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연장전] 트레이드도 결과론, 의미 없는 손익계산서

한동훈 기자  |  2018.08.02 06:00
LG 문광은, 두산 윤수호. LG 문광은, 두산 윤수호.


버튼 두 개가 있다.

A는 100% 확률로 5억 원, B는 5% 확률로 50억 원이 나오는 버튼이다.

기댓값은 A가 5억 원으로, 2억 5000만원인 B보다 명백히 높다. 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에 따르면 A가 옳은 선택이다. 반대로 심리학의 전망이론은 작은 확률이지만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B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한다.

작전의 성패를 가늠할 때 흔히 결과론이라는 말을 쓴다. 결과가 좋으면 성공, 나쁘면 실패란 이야기다.

때문에 종종 과정은 결과에 묻힌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계산, 시뮬레이션을 거쳤을지는 대개 가려진다. 야구는 확률 게임인 만큼 최적의 판단을 내렸더라도 최고의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에서는 트레이드도 마치 승부처럼 여겨진다. 팬들과 미디어는 승자와 패자를 각자의 판단에 따라 가늠하곤 한다. 누가 손해고, 누가 이득인지 가른다. 어느 구단이 유능하고 이 팀은 한 치 앞을 보지 못한다고 실망한다.

이 또한 결과론이다. 맞바꾼 선수가 얼마나 잘할지는 정말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트레이드 자체보다는 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판단 근거가 합리적이라면 결과는 하늘의 뜻이다.

올 7월 KBO리그의 트레이드는 단 2건으로 끝났다. 두산과 NC, LG와 SK가 거의 똑같은 거래를 했다. 야수 유망주를 내주면서 불펜 즉시 전력 요원을 받아왔다. 유망주를 택한 NC와 SK가 승리자라는 분위기다.

두산, LG를 각각 떠난 이우성과 강승호는 공교롭게 1994년 동갑내기다. 2013년 드래프트 동창으로 이우성은 2라운드, 강승호는 1라운드 출신이다.

이우성은 사실 이전 팀에서는 자리를 찾지 못했다. '전력 외'로 분류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두산은 이미 지금도 리그 최강의 외야를 갖춘 수준인데 가을에 정수빈까지 제대한다. LG에 몸담고 있던 강승호도 2루 주전 경쟁에서 일찌감치 밀렸다. 백업으로 쓰자니 수비도, 타격도 1군에서 확실히 통한다는 정도는 아니었다.

냉정히 본다면 적어도 올해 안에 두 선수가 이전 팀에서 주전으로 뛸 확률은 0%에 가까웠다. 길게 보고 키울 이른바 '코어 유망주'냐에 대한 판단에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다만 두산에는 결코 외야에 빈틈이 없고, LG는 강승호에게 충분히 기회를 줬다. 현재 LG의 주전 2루수인 정주현도 1990년생이다.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든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편이 옳다. 두산과 LG 모두 불펜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두산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거의 근접했지만 단기전인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려면 만에 하나의 변수라도 지워놔야 한다. LG 또한 현재로선 가을야구에 무난히 갈수 있는 상황이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만 만족할 리는 만무하다.

얼마나 좋은 투수를 받아왔느냐를 따져볼 차례다. 불펜 필승조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귀한 자원이다. 어느 팀에 가더라도 3~5번은 칠 수 있는 중심타자 급의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전도 유망한 젊은 선수로는 받아 올 수 없다. 두산이 NC로부터 데려온 윤수호, LG가 SK로부터 영입한 문광은은 추격조 내지는 롱릴리프다. 일부 팬들이 추격조를 쓰려고 24살 군필 야수를 내줬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윤수호와 문광은은 당장 눈에 보이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두산은 김승회가 허리 윤활유 역할을 잘해왔으나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LG는 불펜이 거의 붕괴 직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문광은은 활용폭이 매우 넓은 투수다.

물론 현재 가치가 아닌 가능성을 따진다면, 잠재력을 지닌 24세 야수들을 택한 NC와 SK가 웃을 수 있다. 이우성 강승호가 박병호 박경수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결과론이다. 윤수호 문광은이 팀에 현실적으로 더 큰 도움을 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어서다.

두산과 LG는 A를, NC와 SK는 B를 선택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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