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해마다 7월1일이면.. '인생은 보니야처럼'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2018.07.06 08:50
바비 보니야 /AFPBBNews=뉴스1 바비 보니야 /AFPBBNews=뉴스1


‘바비 보니야 데이’를 아시나요?

20년 이상 메이저리그를 지켜본 팬이라면 ‘바비 보니야’라는 이름을 기억할지 모른다. 1980년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배리 본즈, 제이 벨과 함께 오리지널 ‘킬러 B' 트리오로 명성을 날렸던 슬러거다. ’킬러 B 트리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1990년 중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크레이그 비지오-제프 배그웰-데렉 벨(이후 랜스 버크만으로 바뀜)을 생각하지만 그에 앞서 본즈-보니야-벨이 먼저 ’킬러 B'로 명성을 날렸다.

1963년 2월생인 보니야는 2018년 현재 만 55세이며 지난 200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16년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 은퇴한지 17년이 됐다. 생애 6차례 올스타로 선정됐고 통산 2,010안타를 때리며 타율 0.279, 287홈런, 1,173타점이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매우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보낸 선수지만 매년 7월이 되면 그의 이름이 언론에 잊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뉴욕 메츠가 매년 7월1일이 되면 그에게 119만3천248달러 20센트(약 13억3천470만원)짜리 페이롤 체크를 보낸다는 사실이다. 물론 요즘엔 직접 체크를 보내는 대신 온라인으로 송금하겠지만 문제는 지불방법이 아니라 나이 50대 중반에, 은퇴한 지 20년이 다 되가는 선수가 아직도 메츠의 선수 페이롤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메츠 구단에서 하다못해 무슨 컨설턴트(고문) 같은 직함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메츠는 매년 7월1일이 되면 그에게 119만달러라는 큰돈을 꼬박꼬박 지불한다. 119만달러는 올해 뉴욕 양키스가 강타자 애런 저지와 에이스 루이스 세베리노에게 지급하는 연봉 합계 123만달러와 거의 맞먹는 액수다. 그리고 뉴욕 언론들은 메츠가 보니야에게 119만달러를 지불하는 7월1일을 ‘바비 보니야 데이’라고 부르며 매년 기념(?)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메츠가 앞으로도 오는 2035년까지 매년 7월1일에 그에게 119만달러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2035년이라면 앞으로도 17년이 더 남았고 보니야의 나이는 그 때 만 72세가 된다. 보니야는 만 72세까지 메츠의 선수 페이롤 리스트에 올라있게 되는 셈이다. 도대체 무슨 용쓰는 재주가 있어 이런 횡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발단은 메츠의 연봉 추후지급 계약

메츠는 지난 1999년 시즌이 끝난 뒤 이미 전성기를 지난 보니야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보니야는 아직도 5년 2,900만달러 계약의 마지막 시즌 연봉인 590만달러가 남아있었고 당시 구단 내 현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메츠는 보니야 측과 이 금액을 10년간 지급 유예한 뒤 연이율 8%에 2011년부터 2035년까지 25년간 분할 상환하기로 합의했다. 정리하면 10년 거치 25년 분할 상환 방식을 택한 것이다.

바로 이 계약에 따라 보니야는 2011년부터 25년간 매년 7월1일이 되면 119만달러를 메츠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다. 그가 메츠로부터 25년에 걸쳐 받는 총액은 2천980만달러로 오리지널 액수 590만달러의 5배나 된다.

■메츠는 왜 이런 계약을 했을까

당시 메츠의 구단주 프레드 윌폰은 NASDAQ 증권시장 회장까지 역임한 월스트리트의 거물 버니 매도프의 권유에 따라 그가 이끄는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에게 연 10%라는 높은 수입률을 보장한 이 프로젝트는 당시 월스트리트와 미 주류사회에서 큰 인기를 모았으나 결국은 2008년 말 다단계 방식의 초대형 사기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위 ‘매도프 투자사기’로 널리 알려진 바로 그 사건이다.

하지만 1999년 당시 윌폰은 메도프로부터 연 12~15%에 달하는 높은 투자 수익을 배당받고 있었고 이 프로젝트가 엄청난 사기극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재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보니야에 당장 지불해야할 590만달러를 이 프로젝트에 투자할 경우 10년간 매년 10%의 수익만 올려도 1천700만달러로 불어나게 되며 이후 25년간 보니야에 매년 119만달러를 지불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이 딜을 통해 얻는 수입만 4천900만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니야에 지불해야할 이자 8%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은 상황에서 10년 거치조건까지 얻어냈으니 밑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바비 보이냐의 현역 시절 타격 모습 /AFPBBNews=뉴스1 바비 보이냐의 현역 시절 타격 모습 /AFPBBNews=뉴스1


■잘 알려지지 않은 부대 효과도 있었다

물론 그 돈을 꼭 매도프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이 계약을 할 만한 이유는 더 있었다. 보니야에게 줄 돈 590만달러를 당장 줄 필요가 없어지면서 그 돈을 다른 선수 영입에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메츠는 보니야를 방출하기 직전 휴스턴 애스트로스부터 좌완 선발투수 마이크 햄튼을 영입했는데 그해 햄튼의 연봉이 공교롭게도 570만달러였다. 햄튼은 2000년 시즌 15승10패를 거두며 메츠가 NL 동부지구 2위로 플레이오프에 나가는데 기여했고 메츠는 그해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메츠 입장에선 보니야에 줄 돈으로 햄튼을 데려온 것이 월드시리즈 티켓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햄튼은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로 콜로라도 로키스와 8년간 1억2천100만달러라는 당시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고 떠나갔는데 메츠는 그를 잃으면서 얻은 드래프트 보상 지명권으로 미래의 팀의 간판 3루수 데이비드 라이트를 뽑았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메츠가 얻은 것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보니야 입장에서 이 계약은 진짜 횡재일까

많은 사람들은 구단으로부터 매년 꼬박꼬박 119만달러를 25년간이나 받는 이 계약을 보니야가 횡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 총액만 놓고 생각한다면 590만달러가 5배가 넘는 2,980만달러로 불어났으니 횡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주 소득세율이 높은 뉴욕 대신 아예 주 소득세가 없는 플로리다로 이주한 지금 받는 소득은 세금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2000년도에 보니야가 590만달러를 전액 투자해 이후 10년간 투자소득을 올렸다고 가정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어떤 투자방식을 따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겠지만 매년 주식과 채권에 60대40 비율로 투자했다고 가정하고 그 사이에 가치변화를 환산하면 2015년말까지만 총 1,650만달러를 벌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으로 17년을 더 투자한다면 그 액수는 엄청나게 불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것은 여러 가지 가정 중 하나일 뿐이고 보장된 것은 전혀 없다. 사실 그 돈을 매도프에게 투자해 완전히 날렸을 수도 있는 것이 세상이다. 또한 590만달러의 연봉도 세금을 제하면 크게 줄어들게 마련이니 초기 투자 액수도 줄어들어 계산 자체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 앞으로 17년간 마켓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어떤 딱 부러지는 결론을 내리기는 극히 힘들다.

결국 보니야의 계약은 횡재라기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을 추구한 선택인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비웃고 있는 것처럼 메츠가 완전히 ‘바보짓’을 한 것만도 아닌 셈이다. 보니야의 에이전트로 이 계약을 체결한 데니스 길버트는 “메츠가 매도르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 불행한 일이었다. 그 일만 아니었더라면 양쪽이 ‘윈-윈’한 계약으로 기억됐을 것”이라면서 “더 이상 ‘바비 보니야 데이’가 언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은 2036년 이후이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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