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추임새] '인정한다' 한국 최약체 맞다, 정신 '빠짝' 차리면 산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김우종 기자  |  2018.06.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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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_89x120투혼 /AFPBBNews=뉴스1

thum_89x12018일 경기 후 볼가강에서 본 경기장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볼가 강의 밤 바람은 차가웠다.

월드컵 예선에서 네덜란드를,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각각 제압하고 올라온 스웨덴이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가 어떤 팀들인가. 그런 팀들을 누르고 올라온 스웨덴을 상대로 한국은 결국 한 골 차로 패했다. 모든 초점을 스웨덴전에 맞추고 달려왔기에 패배 후 허탈감과 공허함은 클 수밖에 없었다.

냉정하게 보자. 한국이 언제부터 월드컵에서 16강, 아니 1승이 쉬웠나. 2002 한일 월드컵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늘 최약체였다. 매 대회마다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목표는 늘 첫 승이었고, 16강이었다. 하지만 유럽 팀들을 만나면 몸싸움에서 나가 떨어지기 일쑤였다. 남미를 만나면 개인기에 휘둘림을 당했다. 그게 한국 축구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18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4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후반 20분 그란크비스트에게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헌납하며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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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안정환 MBC 축구 해설위원은 태극마크를 단 대표선수라면 그런 비난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래도 너무 가혹한 면이 없지 않다. 그라운드에 지고 싶어서 나가는 선수는 없다. 힘든 게 싫어서 설렁설렁 뛰는 것도 아니다. 이번 스웨덴전에서 김영권은 그냥 몸을 던졌다. 그게 대표팀이고 한국 축구다.

월드컵 최종 예선을 힘겹게 통과한 한국이다. 대표팀에게, 또 신태용 감독에게 과연 준비 기간이 충분하게 주어졌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다. 4년마다 열리는 대회인데, 신태용 감독은 소방수 역할을 자청하며 팀을 맡았다.

스웨덴과 일전에서 결코 한국 수비 조직력은 나쁘지 않았다. 상대 에이스 포르스베리를 꽁꽁 묶는데 성공했으며 조직적인 움직임도 좋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 현장서 포르스베리의 경기력에 대한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기성용이 계속해서 포백 바로 앞에 선 채 공수를 조율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기성용도 경기 후 수비 강화에 대한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은 분명 전보다 수비에 대해 많은 준비를 했다.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물론 실점 위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축구 경기에서 정말 약체를 상대하지 않고서야 그런 장면이 몇 차례 나오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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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불운했다. 실력에서 졌을 뿐이다. 박주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나갔고 김민우가 갑자기 들어왔다. 신태용 감독이 박주호를 선발로 내보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박주호는 경험이 풍부하다. 2014 월드컵과 2014 아시안게임 무대를 누볐으며 도르트문트에서도 뛰었다. 전반 초반 그가 버틴 왼쪽은 견고했다. 그러나 그의 뜻하지 않은 부상 불운이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대회를 앞두고 주축 선수들이 자주 사용한 표현이 있다. "우리가 F조 최약체다"라는 말. 인정한다. 스웨덴전 패배로 더욱 확실해졌다. 한국이 최약체 맞다. 게다가 독일과 멕시코는 스웨덴 못지 않은 강팀이다.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서 만난 까발레로 리베라 멕시코 취재 기자에 '알고 있는 한국 선수'를 묻자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독일인 로스너 마이크 인고 프리랜서에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전체를 잘 모른다. 손흥민을 알 뿐이다. 아, 구자철은 내가 과거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일을 했기에 알고 있는 한국 선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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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세계 축구가 보고 있는 한국 축구의 위치이자 현실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아시아에서 비교적 약체로 평가 받는 동남아 국가 팀들의 모든 선수를 알고 있지 않듯이 말이다. 그들이 등번호를 바꾸고 계속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다고 해서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이 신경을 과연 쓸까. 마찬가지로 스웨덴도 한국이 트릭을 쓰고 등번호를 바꾼다고 해서 신경을 얼마큼 썼을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두 경기가 남아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포기하면 안 된다. 안정환 위원은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평생에 있어 단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했다. 경기장에서 한 후회는 평생 남는다고 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키워드는 '반전'이고 '이변'이다. 당장 멕시코를 비롯해, 이란이 모로코를 꺾었고,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와 비겼다. 브라질과 스위스도 비겼다.

패해도 괜챃다. 져도 좋다. 마음을 내려 놓고 보는 팬들이 많다. 그래도 다만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90분이 다 지났을 때 기진맥진 쓰러지는 모습, 내 한 몸 내던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정신 빠짝 차리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패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실력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나.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면 국민들은 박수 쳐 줄 것이다. 원 없이. 후회 없이. 멕시코전은 오는 24일 0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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