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연장전] 한 우물만 판 LG 정주현의 생존본능

잠실=한동훈 기자  |  2018.06.02 06:00
LG 정주현 /사진=LG트윈스 제공 LG 정주현 /사진=LG트윈스 제공


"솔직히 말하면요, 10타석이나 나갈 수 있을까 싶었죠."

더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최근 LG 트윈스 주전 2루수로 활약 중인 정주현(28)은 어둠 속에서 묵묵히 살 길을 찾았다.

정주현은 2016년 찾아온 첫 번째 기회를 이미 놓쳤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양상문 단장은 상무에서 성장해 돌아온 정주현을 주전 2루수로 점찍었다. 정주현은 수비는 약했지만 타격 잠재력을 인정 받았고 무엇보다 발이 빨랐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벽을 빨리 만났다.

2016년 후반기부터 2017년까지, 거의 한 시즌 반을 1군에서 볼 수 없었다. 정주현은 2016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2루는 또 다른 유망주 강승호의 자리였다. 베테랑 손주인도 있어 정주현이 비집고 들어가긴 힘들어 보였다. 정주현은 "사실 두 명만 있어도 간당간당한데 저까지 있으면 셋이잖아요. 이대로는 힘들 것 같아서 코치님과 상의해서 다시 외야를 보기로 했어요"라 돌아봤다.

2014년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정주현은 외야도 겸업했다. 낯선 자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2루가 좋았다. 드디어 2루에 안착하는 듯했지만 생존을 위해 다시 외야를 두드리게 된 것이다. 정주현은 2017시즌 후 마무리캠프서 외야 수비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하지만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주현은 이 때 직감했다. 자신의 쓰임새는 대타 또는 대주자 정도일 것이라 느꼈다. 주루는 원래 자신이 있었으니 더 보여줘야 하는 부분은 타격 뿐이었다. 정주현은 "솔직히 올해 10타석이나 나갈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 안에 뭔가 돋보이려면 10번 중에 5번은 쳐야되겠다 생각했어요. 2군 캠프 때 그래서 타격에 올인했어요"라 말했다.

예상대로 올 시즌 LG의 주전 2루수는 강승호로 시작했다. 강승호가 공, 수 총체적 침체에 빠져 박지규에게 주전이 넘어갔다. 박지규도 류중일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 무렵 정주현은 대주자 역할이었다.

LG 정주현 /사진=LG트윈스 제공 LG 정주현 /사진=LG트윈스 제공


4월 17일 KIA전이 터닝포인트였다. 3-4로 뒤진 8회초 대주자로 들어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3-4로 뒤진 9회초 2사 1, 2루에 타석이 돌아왔는데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경기는 4-5로 졌지만 정주현 개인적으로는 기억에 남을만한 날이었다.

5월 8일 롯데전 시즌 처음으로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정주현은 이전까지 19경기서 모두 교체로 나왔었다. 강승호, 박지규가 부진하긴 했지만 정주현이 그만큼 자기 몫을 해내고 있었기 때문에 받은 기회였다. 정주현은 들쑥날쑥한 출장 속에서도 9타수 3안타 타율 0.333에 도루 3개(실패 0개)를 기록하며 류중일 감독의 신뢰를 쌓았다.

이후부터는 LG 팬들이 모두 아는 내용이다. 정주현은 9번 2루수로 붙박이 출전하고 있다. 5월 31일 롯데전, 6월 1일 넥센전 이틀 연속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타율 0.307, 도루 7개로 9번 타순서 윤활유 역할을 100% 수행한다. 실책도 1개 뿐이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던 상황에서도 단 한가지 희망을 보고 집중한 결과다. 자기 역할을 빨리 파악해 200% 완수해가며 존재감을 키워 왔더니 뜻하지 않은 찬스를 결국 품에 안았다.

캠프 때 2루 수비 훈련은 거의 하지 않았다. 주로 외야였다. 연장전 등 돌발 상황은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2루는 감각만 유지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예전 실력이 남아 있어 곧잘 한다. 키스톤 콤비인 오지환과는 절친이다. 정주현은 "처음 2루 나갔을 때 지환이가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제 범위에 올 만한 타구도 처리해줬어요. 요즘에는 이제 저보고 좀 하라고 하네요"라 웃었다.

류중일 LG 감독도 요즘 정주현 덕분에 흐뭇하다. 류중일 감독은 1일 경기 승리 후 "정주현이 요새 잘해준다. 팀에 큰 도움이 된다. 감독 입장에서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고 만족해 했다.

이제 간신히 자리를 잡기 시작한 정주현은 매 경기가 소중하다. "그때(2016년)는 제가 진짜 잘해서 주전이 된 줄 알았어요. 경험도 너무 없었는데 지금은 하루 하루가 정말 간절해요. 목표도 따로 없고 한 경기 한 경기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 각오를 다졌다.

LG 정주현 /사진=LG트윈스 제공 LG 정주현 /사진=LG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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