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NBA산책] 토론토, '넘사벽' 르브론 넘을 수 있나?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2018.05.01 09:57
르브론 제임스./AFPBBNews=뉴스1 르브론 제임스./AFPBBNews=뉴스1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도대체 어떻게 막을까.

포스트시즌에서 3년 연속으로 클리블랜드를 만나는 토론토 랩터스 팬들은 지금 이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맞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토론토는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에서도 클리블랜드에 패해 탈락했지만 그때는 클리블랜드보다 하위 시드여서 객관적 전력비교에서 밀리는, 속된 말로 ‘밑져야 본전’인 입장이었던 반면 이번엔 동부콘퍼런스 톱시드로서 NBA 챔피언 결정전 진출후보로 꼽히는 상황이기에 사정이 다르다.

이번만큼은 홈코트 이점을 살려 꼭 이겨야 하는 입장이고 시즌 내내 기복 심한 모습을 보였던 클리블랜드를 이길만한 충분한 전력도 갖췄다. 문제는 ‘르브론’이란 거대한 존재다.

르브론이 버티는 팀을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꺾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지난 수년간의 역사가 증명한다. 그가 클리블랜드에 돌아온 지난 2014-15시즌 이후 올해까지 르브론의 클리블랜드를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꺾은 팀은 3년 모두 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뿐이다.

그나마 골든스테이트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쓴맛을 봤다. 지난 2015-16 시즌에 73승 9패의 NBA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수립하고도 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르브론의 클리블랜드에 3승 1패 후 3연패를 당해 타이틀을 내주며 시즌 73승 대기록의 영광이 한순간에 빛이 바래버리는 씁쓸한 경험을 했다.

방금 끝난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1라운드를 생각해보자. 인디애나는 정말 잘 싸웠지만 끝내 르브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7차전까지 간 이 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가 승리한 2, 4, 5, 7차전에 르브론은 각 46, 32, 44, 45득점을 올렸다. 경기 당 평균 41.8득점이다.

반면 클리블랜드가 패한 1, 3, 6차전엔 각 24, 28, 22득점으로 경기 당 24.7득점에 그쳤다. 르브론이 30점 이상을 뽑아낸 경기는 모두 이겼고 그가 30점 미만으로 막힌 경기는 모두 졌다. 르브론은 팀이 홈에서 1차전을 빼앗긴 뒤 안방 2연패 위기에 몰린 2차전과, 적지에서 1승 3패로 뒤질 위기를 맞은 4차전, 승부의 기로였던 5차전, 최후의 7차전 등 팀이 꼭 이겨야만 했던 경기에서 모두 펄펄 날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클리블랜드를 꺾으려면 르브론을 막아야 한다는 공식이 뻔히 보인다.

르브론 제임스./AFPBBNews=뉴스1 르브론 제임스./AFPBBNews=뉴스1


문제는 르브론을 과연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이다. 르브론이 농구에 관한 한 못하는 것이 없는 ‘선택받은 자’(The Chosen One)라는 것은 이미 두 번 말하기가 입 아픈 사실이다. 키와 체격, 파워과 탄력성, 순발력과 민첩함 등 농구선수의 모든 면에서 그는 최고다. 포인트가드처럼 볼을 핸들링하고 센터와의 몸싸움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그는 득점(34.4), 리바운드(10.1), 어시스트(7.7), 스틸(1.4), 블록샷(1.0)에서 모두 팀 1위다. 그런 그를 도대체 어떻게 막을지 뾰족한 방법이 없다.

더구나 그는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올 시즌 르브론의 기록 중에서 놀라운 것 하나는 그의 장거리포 능력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르브론이지만 3점 슈팅만큼은 최고라고 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 부문마저도 최고를 접수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무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르브론을 막는 것을 ‘미션 임파서블’로 만들고 있다.

인디애나 시리즈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5차전의 버저비터가 그 좋은 예다. 95-95 동점인 상황에서 종료 3초전 르브론은 빅터 올라디포의 레이업슛을 블록 했다. (사실 올라디포의 레이업슛 볼은 백보드에 맞은 뒤 블록 됐기에 골텐딩이 선언돼야 했으나 심판이 이를 놓쳤다. NBA 사무국은 경기 후 오심을 인정했다.)

이어진 타임아웃 후 인바운드 패스를 받은 르브론은 바스켓 쪽으로 드라이브해 들어가는 척하다가 3점슛 라인에서 한 발짝 이상 떨어진 먼 곳에서 풀업 3점슛을 시도했고 볼은 종료 버저 소리와 동시에 림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그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3점 슈팅, 그것도 3포인트 라인(NBA는 23피트 9인치, 7.24m)보다 훨씬 먼 곳에서 던지는 장거리 슈팅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의 전매특허다. 하프라인만 넘어가면 언제 어디서든 주저 없이 쏘아 올리는 커리의 장거리포는 그를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르브론은 ‘초장거리’ 3점포의 성공 횟수와 정확도에서 모두 커리를 넘었을 뿐 아니라 성공률에선 아예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바스켓볼 레퍼런스닷컴에 따르면 르브론은 이번 정규시즌 동안 바스켓에서 28피트(8.53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시도한 44개의 슈팅 가운데 23개를 성공시켜 성공 횟수로 데이미언 릴라드(포틀랜드, 42개), 에릭 고든(휴스턴, 37개), 카일 라워리(토론토, 27개)에 이어 리그 4위에 올랐고 성공률 52.3%는 전체 1위(최소 15개 이상을 시도한 선수 대상)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 28피트 이상의 장거리에서 슈팅을 15개 이상 시도한 선수는 NBA 전체에서 총 90명이었는데 이들의 평균 성공률은 르브론의 절반 수준인 27.2%에 불과했고 성공률 50%가 넘은 선수는 르브론 뿐이었다.

참고로 강력한 이번 시즌 MVP 후보인 제임스 하든(휴스턴)은 이 거리에서 무려 77개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17개를 성공시킨데 그쳐 성공률이 22.1%에 그쳤고 장거리포의 대명사인 커리는 49개 중 16개를 성공시켜 성공률 32.7%를 기록했다.

사실 바스켓볼 레퍼런스닷컴이 이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01시즌 이후 이런 초장거리 슈팅의 성공률이 50%를 넘은 선수는 르브론 한 명밖에 없었고 자말 크로포드(2013-14)와 크리스 폴(2016-17)만이 정확히 50%를 찍은 적이 있다. 지난 2015-16시즌 28피트 이상 거리에서 104개의 슈팅을 소나기처럼 쐈던 커리는 이중 50개를 성공시켜 성공률 48.1%를 기록했었다. 올해 가장 많은 초장거리포를 쏜 선수는 릴라드로 무려 141개를 쏘았는데 이 중 42개 만이 들어가 성공률 29.8%에 그쳤다.

선수들의 3점슛 성공률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NBA의 한 시즌 최다 3점슛 기록 보유자인 커리의 이번 시즌 3점슛 성공률은 28피트 미만의 거리에선 43.4%에 달하지만 거리가 28피트를 넘어가면 32.7%로 떨어졌다. 릴라드와 제임스 하든(휴스턴) 등 3점슛 전문가들의 성공률도 대부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르브론의 경우는 다르다. 오히려 더 먼 거리에서 던지는 3점슛 성공률이 더 높다. 28피트보다 먼 곳에서 던진 슈팅의 성공률이 52.3%로 28피트 미만 거리에서 던진 3점슛 성공률 35%보다 17.3%나 높다.

도대체 왜 이런 특이한 현상이 나왔을까. 한 가지 추정해 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르브론의 드라이브 돌파 위협이다. 르브론은 외곽에서 볼을 잡았을 때 점프 슈팅보다는 자기보다 작고 느린 수비수를 드리블로 돌파해 바스켓으로 돌진하는 드라이브가 주무기다. 드라이브 도중 스톱해 풀업 3점슛을 쏘는 횟수는 별로 많지 않다. NBA닷컴 통계에 따르면 르브론의 정규시즌 경기당 드라이브 횟수는 11.7회, 풀업 3점슛 횟수는 3.3회였다. 플레이오프에선 17.6과 3.3으로 드라이브 빈도가 더 높아졌다.

그러니 외곽에서 르브론을 막게 된 수비수 입장에선 3점슛보다는 드라이브 시도를 막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르브론의 스피드와 파워를 감안,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비를 한다. 돌파당해도 회복할 최소한의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르브론 입장에선 한 걸음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수비수를 상대로 드라이브를 하는 척하다 풀업 점프슛을 쏘기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물론 슛을 쏘기가 쉽다고 그 슈팅이 들어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르브론의 장거리 3점슛 정확도가 올라간 것은 당연히 그의 슈팅 자체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데는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된 외곽포 전문 저격수 카일 코버의 도움이 있었다.

코버는 이번 시즌 초반 인터뷰 도중 자신이 르브론의 슈팅 메커니즘을 수정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르브론은 진짜로 뛰어난 슈터가 됐다. 정말 잘 쏜다”고 말했다. 르브론이 올 시즌 경기 당 시도한 3.3개의 3점슛은 그의 커리어 최고다. 승부의 고비에서 르브론이 드라이브 대신 풀업 점프슛을 시도할 때 사실상 속수무책이 되는 상대팀 입장에선 장거리포 정확도까지 훌쩍 올라간 것은 정말 악몽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년간 르브론의 클리블랜드에 막혀 시즌을 마감한 토론토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 올스타 가드 데마 데로잔과 카일 라워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력보강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는 동부콘퍼런스 톱시드로 나타났다. 모든 면에서 동부 최고의 팀이 토론토였다.

상대적으로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보다 오히려 더 커졌다. 과거엔 카이리 어빙과 케빈 러브 등이 르브론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역할을 했으나 올해 팀은 과거에 비해 르브론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팀 전체를 확 뜯어고친 트레이드 이후 잠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듯 했으나 결국은 다시 르브론의 팀이 됐다.

클리블랜드는 인디애나와 1라운드에서 홈코트 이점을 갖고도 천신만고 끝에 7차전 혈전 끝에 간신히 살아남았다. 체력적으로 토론토보다 더 지친 상태다. 또 토론토는 인디애나보다 강하고 홈코트 이점도 갖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토론토가 이겨야 하는 시리즈다. 하지만 토론토는 마지막 2년 동안 플레이오프에서 클리블랜드에 현재 8연패를 당하고 있다. 이번 정규시즌 시리즈도 1승2패로 밀렸다. 르브론이라는 ‘넘사벽’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나다. 과연 토론토가 이번엔 ‘르브론’이라는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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