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설극장가, 국정원으로 통한다 [★날선무비]

김미화 기자  |  2020.01.26 15:39
/사진=\'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미스터 주\' 포스터 /사진='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미스터 주' 포스터


2020년 설 극장가 3편의 한국영화가 동시에 개봉한다. 대한민국 현대사 기록의 한 부분을 영화화한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권상우표 액션을 앞세운 코믹액션 '히트맨'(감독 최원섭),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을 앞세운 판타지 가족코미디 '미스터주 :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가 준비돼 있다. 각 영화의 색깔도, 내용도 모두 다 다르다. 묵직하게 이어가는 '남산의 부장들'에 비해 '히트맨'은 액션에 치중한다. 반면 '미스터 주 : 사라진 VIP'는 동물과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가족 관객을 노린다.

너무나 다른 것 같은 3편의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무게감과 농도가 다른 이 3편의 영화 모두 국정원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미국 영화에서도 CIA가 수시로 등장하듯 한국영화에서도 '국정원'은 단골 소재다. 그럼에도, 설날을 앞두고 같은 날 개봉하는 세 편의 영화 모두 국정원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재밌다.

먼저 '미스터 주 : 사라진 VIP'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 분)을 주인공으로 앞세운다. 동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태주는 중국과 우호의 상징으로 한국에 온 귀중한 특사인 판다 밍밍을 경호하게 된다. 빠르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는 판다 경호야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지만, 넓은 공원에 의문의 테러리스트들에게 공격을 받게 됐고 판다는 사라진다. 판다를 찾아야 자신의 자리도 다시 찾을 수 있었기에 밍밍을 찾아 나선 태주에게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동물의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이 기막힌 능력을 갖게 된 태주는 겁많은 군견 알리와의 합동 작전으로 결국 사라진 VIP(Very Important Panda) 밍밍을 찾게 된다.

'미스터 주 : 사라진 VIP'가 국정원 요원의 판다 찾기라면, '히트맨'은 전직 국정원 암살요원의 제2의 인생찾기를 담아냈다. 국가정보원 비밀 프로젝트 방패연의 에이스로 활동하는 준(권상우 분). 방패연은 부모없는 소년들을 인간병기로 키워 몰래 적을 암살하는 조직이다. 어린 시절부터 암살 요원으로 교육 받았지만, 준에게는 따로 자신의 꿈이 있었다. 바로 만화가가 되는 것. 그는 작전 중 죽음을 가장해 방패연에서 탈출, 새로운 삶으로 결국 웹툰작가가 됐다. 하지만 꿈과 달리 그는 돈 없고 악플만 많은 인기 없는 웹툰 작가로 살아간다. 그러던 준은 자기 이야기를 그려보라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방패연에서 있었던 일은 만화로 그린다. 진정성 담긴 이야기는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 웹툰을 통해 준의 정체를 알아차린 국정원과 테러리스트들이 그를 위협해 오고 준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싸우게 된다.

앞서 두 편의 영화가 코미디의 소재를 찾기 위해 국정원으로 갔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역사의 한 단면을 잘라 파고든다. 영화는 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그 조직이 가지고 있던 권력과 그 속의 사람들, 그리고 당시 대한민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중앙정보부라는 것을 입에 담는 것도 두려웠던 그 시절, 그곳은 '남산'으로 불렸다. 그리고 그 권력의 중심에 있던 중앙정보부장이 바로 남산의 부장이다. 1979년 10월,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국정원은 코미디 영화에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진다. 국정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내면에서 요동치는 권력의 욕망들이 묵직하게 그려진다.

이처럼 2020년 설 극장가 영화들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나왔지만 국정원으로 통한다. 과거 권력의 중심에서, 1인자의 뜻대로 움직였던 중앙정보부가 2020년에는 웃음의 소재로 변주된다. 입에 담는 것도 조심스러워 '남산'이라고 불렸던 그때와 다르다. 동물의 말을 듣게 된 국정원 요원, 악플 부자인 국정원 전 암살요원과 남산의 부장들이 같은 날 쏟아진 올 설 극장가 대전이 흥미진진하다.

P.s 올 설 극장가 한국영화 대전에서 또 하나 재밌게 볼 것이 있다면 이성민이 이 3편의 영화 중 2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것이다.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박통으로, '미스터 주 : 사라진 VIP'에서는 국정원 요원으로 나온다.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역할 모두 완벽하게 해내는 이성민의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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