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82년생 김지영'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FULL인터뷰] - 스타뉴스

정유미 "'82년생 김지영'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9.10.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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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정유미/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때가 됐다.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무엇보다 정유미 스스로 이제 영화 속 중심인물로 받아들여질 때가 됐다. 정유미는 그간 영화에선 여러 인물들 중 하나로 만족했다. 그녀가 그걸 좋아했다. 자의 7, 타의 3으로.

정유미는 "'내 깡패 같은 애인'과 홍상수 감독님 영화들 빼고는 여러 명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했다. 그게 재밌었고"라고 했다. 정유미가 주연을 하겠다고 했다가 투자가 안되 엎어진 영화도 있었다. 작은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가 넌 너무 커서 안돼라는 소리도 들었다.



정유미는 "이젠 내가 해도 되지 않을까. 나라는 배우를 더 보여주는데 내가 부담스럽지 않고, '왜 정유미가 주인공을 해' 이런 소리를 안 듣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럴 때 찾아온 영화가 '82년생 김지영'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은 왜 했나.

▶당시 여러 시나리오를 제안받았다. 오랜만에 영화를 해보고 싶었던 때였다. 난 '내 깡패 같은 애인'이나 홍상수 감독님 영화들 빼고는 주로 떼로 나오는 영화를 많이 했다. 그게 재밌고 좋았다. 혼자나 둘이 같이 영화를 끌고 가는 게 부담되고 그 책임이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내 성격이라면 더 피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건 해야겠는데, 이런 마음이 들어서 그냥 했다.

-어떤 부분이 그런 마음을 들게 했나.

▶글쎄 이상하게 이건 나여야만 할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엄청 더 붙이지도 않고, 빼지도 않아도 되는. 그냥 내가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젠 내가 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배우를 더 보여주는데 내가 부담스럽지 않고, 왜 정유미가 주인공을 해, 이런 소리를 안 듣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도 투자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고, 작은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넌 너무 커서 부담돼, 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금은 물리적으로도 대중들에게도 해도 받아들여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82년생 김지영'을 하는 순간 김지영들의 대표 얼굴이 되는 셈인데. 부담감 혹은 자신감이 있었나.

▶원래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부담이 안되더라. 다른 작품에선 다른 얼굴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원작 소설은 읽었나.

▶시나리오를 읽고 소설을 찾아봤다. 원작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갔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촬영을 앞둔 시점에서 읽고 영화와 소설이 결말은 다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의 결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결말은 마음에 드나.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할 수 있는 희망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변의 친구들이, 내 아이가 사는 세상이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지금 결말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한 것처럼 원작 소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고. 영화화한다고 하니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제작을 못하게 해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캐스팅 기사에도 악플이 쏟아졌고.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어느 정도는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가 이슈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 너무 엄청나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더라. 지금까지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사실 자체로 이런 일이 있었나 싶다. 현실감이 없어서 크게 어떤 생각은 오히려 들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인물을 연기해야 했는데, 정유미는 그런 보편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아니다. 경험하지 못한 삶이고. 배우란 직업이 경험하지 못한 걸 표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은 누구나 겪었을만한 일을 겪은 인물이기에 자칫 표현하기가 더 어려웠을 법한데.

▶시나리오에 이미 그런 것들이 단단하게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경험을 하진 못했지만 내 또래 친구들, 엄마, 할머니, 모두가 우리를 그렇게 키워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싶은 장면을 찍을 때는 소설의 해당 단락을 다시 천천히 읽어봤다. 김도영 감독님이 있어서 든든했다. 감독님이 육아와 일을 잘 병행하시는 분이시니깐. 아이 학교에 일 있어서 오전에 다녀왔다가 바로 촬영에 들어가곤 했다. 참고할 분이 당장 바로 옆에 있으니 든든했다.

요즘은 촬영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촬영장에서는 길게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촬영 전날이나 시간이 날 때 감독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뭐, 경험해보지 않은 걸 보여줘야 하는 게 우리 일이니깐.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나는 지금 어떻고, 그런 이야기로 같이 만들어갔다.

그래도 영화에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건 엄청 경험을 많이 해봐서 잘 할 수 있었다. 그건 내 경험이 많아서 좀 (연기하기가) 쉬었다. 영화 시사회를 할 때도 사실 엄청나게 심호흡을 하곤 한다. 간담회 할 때 옆의 배우가 이야기하면 심호흡을 하기도 한다.

-소설의 해당 단락으로 감정을 어떻게 더 파고 들었나. 특히 공감된 부분이 있다면.

▶뭔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 단락을 읽으면서 그 감정을 집중해서 잘 표현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그런 심정이었다. 크게 공감을 했다기보다는 찍으면서 엄마 생각, 할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분들의 삶이 어떻게 보면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 것이니깐.

-영화 속에서 김지영은 다른 인물로 빙의돼 감정을 토로하는데. 영화 속 인물에서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 쉽지 않았을텐데. 엄마 역을 맡은 김미경과 할머니 역을 맡은 예수정 등을 참고했나.

▶빙의는 우선 감정 전달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방법을 생각하긴 했지만 일단 감정 전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했고. 엄마로 빙의될 때 김미경 선생님의 연기를 참고했다기 보다는 그냥 엄마가 되려 했다. 사부인, 나도 우리 딸 보고 싶어요. 그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할머니로 빙의되는 장면은, 예수정 선생님에게 사실 부탁을 했다. 괜찮으시면 그 장면을 선생님이 읽어봐달라고 부탁드렸다. 촬영하기 전에 그 녹음한 걸 들었다. 똑같이 흉내내기보다는 그 감정이 확 느껴지더라. 그렇게 들어온 감정을 갖고 그대로 촬영했다.

-영화 속 김지영처럼 배우로서 여성이란 점 때문에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나.

▶난 아직 그런 경험은 없었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번 영화는 제작자도 여성들이고, 감독님도 여성이고, 함께 한 많은 배우들도 여성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촬영장과 비슷했다. 특별히 다른 건 없었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

어떤 차별이 있었다면 여자로서라기 보다는 그냥 상황이 그랬었던 것 같다. 분명히 있었겠지만 담아두는 편이 아니라 그랬나, 그랬나보다 라고 넘어가는 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지 않나 싶다.

-원작인 '82년생 김지영'은 100만부가 팔릴 만큼 많은 공감을 얻은 소설이지만 한편으로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인데도 비이성적일 정도로 반대가 있었는데.

▶사실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됐다. 그래도 이해해보려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다른 생각들을 하니깐. 다를 수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같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표현하는 사람들만 봤는데 표현하지 않은 사람들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유미/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정유미/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김도영 감독이 배우 출신이라 여느 감독들과 다른 점이 있던가.

▶일단 난 감독님과 촬영장에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은 아니다. 하기 전에 이야기를 많이 하고 하고자 하는 방향이 같으면 신뢰한다. 김도영 감독님은 연기자 선배님이기도 해서 내가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잘 끊어주시겠지란 믿음이 있기도 했다.

내가 연기할 때 눈썹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 김도영 감독님은 배우 출신이라 그런 미묘한 점을 이야기해주시곤 했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데 그런 눈썹 활용법이 감정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이야기해주셨다. 선배님이고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영으로 살아보니 어떻던가.

▶잠깐 살아봐서 이해한다고 말하기가 우려스럽다.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으로서 감히 이야기하자면, 그 잠깐에 잊고 지냈던 것들을 깨달은 것 같다.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했던 것들. 친구들에게 바쁘다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미안함도 느꼈다. 그들의 감상평이 그래서 궁금하다. 연락하면 "그래 너 무심했어" "그러니 좀 잘 해" 이런 말들을 들을 것도 같다.

-공유와 '도가니' '부산행'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에는 부부다.

▶부부는 맞는데 같이 찍은 장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친분이 있으니 말을 많이 안해도 느껴지는 게 있다. 같이 작품을 했다고 해도 그런 게 이해가 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아니다. 그래서 공유에게 감사하다. 친구로서, 배우로서 이렇게 나눌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82년생 김지영'도 '도가니' '부산행'처럼 잘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공유는 소설 속 남편보다 더 좋은 남편으로 나오는데.

▶그래서 좋았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일 이 영화가 의도와 달리 개봉한 뒤 젠더 갈등이 더 커지게 만든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은가.

▶갈등이 더 커지면 너무너무 슬플 것 같다.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쓰시는 분들도 그런 논란과 갈등을 부추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문제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나누고 싶어서 만들었다. 문화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82년생 김지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뭉글뭉글하더라. 사실 내가 나온 영화를 보고 그러기 쉽지 않다. 어떤 장면을 찍을 때 상황이 어떻고, 내가 뭘 했는지를 잘 아니깐. 아쉽기도 하고. 그런데 이 영화는 계속 뭉글뭉글한다. 한 번 봐서는 잘 모르겠는 것 같다. 다시 보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영화 속 김지영이 했던 경험들, 차별들 중에서 경험한 게 또 있다면.

▶커피숍에 아기 데리고 갔다가 아이가 울어서 달래는데 뒤에서 '맘충'이라고 욕하는 장면이 있다. 그 때 김지영이 "나를 뭘 안다고 함부로 말씀하세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악성 루머를 퍼뜨린 사람이 있었다. 명예훼손으로 신고해 잡았는데.

▶잡았죠. 놀랍죠. 너무 황당하고. 연예인이기 때문에 감수해, 라는 것은 너무 서글픈 것 같아요. 사실이 아닌 말들을 만들어 내고. 그냥 웃겨요. 왜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여기 와 있나 싶었던 적도 있고.

-차기작으로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찍었는데. 여성이 주인공이자 이끌어가는 캐릭터를 연이어 찍었는데.

▶이유는 엄청 단순하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82년생 김지영'을 하기 전에 이미 이야기가 거의 끝났다. 드라마는 힘들지만 재밌다. '라이브'를 끝내고 '보건교사 안은영'이 6부작이라고도 하고, 거기서도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한 마디에 꽂혀서 했다. 그 한 마디에 꽂혀서 안은영도 김지영도 했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 몸이 고되긴 하더라.

-숏컷은 '보건교사 안은영' 때문에 했나. 어떤 멍청한 사람들은 여자가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걸 갖고 뭐라고도 하는데.

▶안은영 때문에 잘랐다. 분장팀에선 단발을 제안했는데 숏컷이 더 좋을 것 같아서 했다.

정유미/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정유미/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82년생 김지영'은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벌써부터 N차 관람을 하겠다, 영혼보내기를 하겠다는 응원의 목소리도 있는데.

▶영혼 보내기가 뭔지 잘 모른다. 글쎄, 아직 개봉한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와 닿는 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

-떼로 하는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보다 지금처럼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걸 하는 건 어떤가.

▶떼로 하는 영화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나름의 재미가 크다. 음, 이런 게 내게 와줘서 고맙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잘 하고 싶고. 이 영화는 무리가 없이 다 자연스러웠다. 그런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감사하다.

보람이 더 큰 것 같다. 배우란 일을 하게 되면서 이것 밖에 생각을 안 한다. 다른 걸 해도, 여행을 가도, 멍 때리고 있어도,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어떤 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걸 만나도 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게 좋다.

-'82년생 김지영'은 어떤 영화로 관객에게 받아들여지면 좋을 것 같나.

▶숨을 한 번 크게 쉴 수 잇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이랑 만드는 사람들은 극장에서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싶은 영화이길 바랐다. 그 속에서 많은 감정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쉴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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