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정윤기 "나의 뮤즈? 김·소·현 나의 절친? 정·승·재"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인터뷰

문완식 기자  |  2018.06.30 08:30
정윤기 /사진=임성균 기자 정윤기 /사진=임성균 기자


날아갈 듯한 거대 유니콘, 파수꾼 같은 베어 브릭들.

이 동화 같은 공간은 정윤기의 일터다. 그는 이곳에서 '별'을 더 빛나게 만든다.

김혜수, 고소영, 전지현, 차승원, 장동건, 정우성, 이정재, 김희애, 유호정, 하지원, 김선아, 이선희, 윤아, 설현, 우도환, 안효섭, 정해인, 다니엘 헤니 등이 그의 '별'들이다. 20년 넘게 스타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윤기와 인터뷰는 6월 초 서울 청담동 인트렌드 3층에서 진행됐다. 정윤기는 한창 일에 바빴다. 기자가 찾았을 때 직원과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류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는 이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를 맞았다.

-방이 예쁘네요.

"이 방은 제 사무실이자 배우들, 모델들의 피팅룸이에요. 드라마나 영화 시상식,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여기서 의상 피팅을 하죠. 모델들도 패션쇼를 앞두고 피팅을 하고요. 아름다운 배우, 멋있는 배우, 가장 시크한 모델들이 오는 공간이라 신경 써서 꾸며요. 이곳은 많은 배우들이 집처럼 오는 곳이기도 해요. 가장 많이 오는 배우들이 전지현, 고소영이고, 최근에는 강다니엘, 옹성우 같은 친구들도 오고 있어요. 손예진, 나나, 김혜수, 하지원, 엑소 수호 등도 거의 집에 오듯이 와요. 매일 같이 꾸밈이 이뤄지고, 매일 꾸며지는 공간이죠."

정윤기의 동화 같은 피팅룸. 이 공간에서 그의 \'별\'이 만들어진다. /사진=임성균 기자 정윤기의 동화 같은 피팅룸. 이 공간에서 그의 '별'이 만들어진다. /사진=임성균 기자


-방의 꾸밈새가 예사롭지 않아요.

"피팅하는 공간을 자유스럽게 꾸미고 싶었어요. 여기 있는 장식품이 드라마 소품으로 들어갈 때도 있어요(웃음). 라운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곳에 오는 배우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요. 눈만이 아니라 입도 즐거운 공간이에요. 겨울에는 따뜻한 군고구마, 여름에는 시원한 팥빙수를 먹을 수 있는 곳이죠. 이곳에 오는 분들이 피팅 끝나고 편안하게 쉬게 만들고 싶었어요."

배우나 모델들이 편해지는 이 공간은, 그러나 정윤기에겐 마냥 편할 수만은 없는 공간이다. 특히 시상식 같은 큰 행사가 있을 경우엔 정윤기도, 이 공간도 바삐 돌아간다.

"시상식 레드카펫 준비를 할 때는 3일 내내 아침, 점심, 저녁 배우들의 스케줄에 맞춰서 돌아가요. 새벽에 할 때도 있고요. 특히 드라마 준비를 할 때 새벽에 일을 많이 하죠. 새벽 2시에 할 때도, 새벽 6시에 할 때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 365일 대기하고, 365일 일하고 있는 셈이죠."

정윤기 /사진=임성균 기자 정윤기 /사진=임성균 기자


정윤기는 1990년대 중반 스타일리스트 일을 시작, 20년 넘게 활동 중이다. 특히 배우 김혜수와 오랫동안 함께 해왔다. 그는 김혜수를 "나의 뮤즈이자 배우"라고 말했다. 시상식마다 화제를 모으는 김혜수의 의상은 정윤기의 세심한 손끝을 거쳐 나온 결과물들이다.

"김혜수씨와는 상의를 많이 해요. 시상식을 위해 6개월 전부터 의상을 준비한 적도 있죠. 외국에서 의상을 공수해온 적도 있고요. 항상 매회 새로운 룩을 보여드린다는 게 설레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해요. 최근에도 김혜수씨를 만났는데, '이제 또 (시상식 의상) 준비 해야겠네' 해서 웃은 적이 있어요."

그는 "고소영과는 절친"이라며 "최근에 파리컬렉션을 함께 다녀왔다"고 했다. 전지현에 대한 감정은 김혜수 못잖았다.

"제 작품에 즐거움을 주는, 나의 영원한 뮤즈 전지현이에요. 옷을 입힐 때 가장 감동을 주는 배우죠. 전지현, 고소영, 김혜수는 멋지면서 옷을 잘 소화하는 배우들이에요."

여배우들을 쭉 읊은 정윤기는 남자배우들로 옮겨갔다.

"정우성, 차승원, 이정재는 친하면서 사적으로도 만나는 배우들이죠. 김희애, 하지원, 김선아도 사적으로 보면서 밥도 먹고 하는 사이고요."

정윤기는 "윤아나 설현과도 작업을 했고, 최근에는 우도환, 안효섭, 정해인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느낌이 좋다"고 했다.

그가 계속해 연예인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이유가 있었다. 정윤기는 "인터뷰할 때 까먹고 이름을 빼 먹으면 나중에 서운하다고 해요. 그래서 꼭 빼 먹지 않으려고 애쓰죠(웃음)."

정윤기 /사진=임성균 기자 정윤기 /사진=임성균 기자


정윤기의 가장 최근 '작품'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여주인공 손예진이었다. 극 중 손예진 캐릭터는 정윤기가 앞서 '뮤즈'라고 칭했던 '별에서 온 그대' 속 전지현과는 극과 극 캐릭터다. 정윤기만의 노하우가 있을까.

"노하우요? 하하. 극중 캐릭터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캐릭터에 맞추기 힘든 배우도 있어요. 정우성이요. 너무 잘 생겼잖아요. 힘든 캐릭터를 맡아도 힘들어 보이지가 않아요. 정우성을 캐릭터에 맞추는 건 정말 힘든 과정이에요. 스타들과 일을 하다 보면 너무 잘 생기고 예뻐서 그런 고민이 생길 때가 종종 있어요(웃음)."

정윤기는 '캐릭터에 맞춘다'고 단순하게 말했지만 사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품이 많이 든다.

"보통 1벌의 의상이 필요한 데 전 욕심이 많아서 20~30벌을 준비할 때가 있어요. 준비를 많이 하고 배우에게 선택의 기회를 많이 주죠. 가장 중요한 건 배우들의 체형을 커버하는 거예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감추는 게 바로 노하우죠. 인간적인 얘기도 많이 해요.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가장 그 다운 게 뭔지 알아내 맞추는 거죠."

정윤기가 매거진 \'로피시엘옴므\' YK컬렉션\'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정윤기가 매거진 '로피시엘옴므' YK컬렉션'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정윤기는 최근 가장 기뻤던 일이 있었다며 가수 이선희와 함께 일한 것을 꼽았다.

"제가 이선희씨 팬클럽 '홍당무' 회원이었어요. 어릴 적 공개 방송에 자주 갔었죠. '토토즐'이나 '이문세의 별밤' 같은 거요. 다 여자들인데 저 혼자만 남자였어요(웃음). 당시 이선희 누나가 대스타였는데, 나중에 커서 누나 스타일링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아직도 제게 스타는 선희 누나에요. 지금 봐도 설레고 멋있어요. 제가 노래를 잘 못하지만 선희 누나 노래는 1집부터 다 외워요. 선희 누나 30주년 콘서트 때 제가 스타일링을 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기쁨이 컸죠.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일하는 게 신기하고 좋았죠. 그 느낌은, 아직도 좋아요."

정윤기와 대화는 'K패션'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로서 'K패션'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전지현씨를 비롯해 지드래곤, 방탄소년단 등 한류 붐과 더불어 그 스타일도 유행이죠. 룩 자체로도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아요. 우리는 스타일리시 하면서 우리만의 노하우가 있어요. 아시아의 중심, 세계적인 패션의 중심으로 'K패션'이 가고 있어요. 기대가 큽니다."

정윤기는 20년 넘게 스타들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데 365일 애쓰고 있지만 정작 자신만의 이름을 단 브랜드는 없다.

"너무 많은 배우들을 꾸며주고 있다 보니 정작 제 레이블을 못했어요. 그런 아쉬움은 많은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달래고 있어요. 최근에는 한국 브랜드로서 '젠틀 몬스터'라는 선글라스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해 전 세계에서 유명한 빅 브랜드로 클 수 있게 했죠. 자부심이 커요. 앞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신진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늘 일을 얘기하고, 일을 생각하는 정윤기는 "즐겁게 작업하려고 노력하지만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라며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이 끝날 때마다 너무 힘들어요. 그 끝남을 느끼지 않기 위해 잠에서 깨면 또 일을 하죠.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엄청난 전화통화를 해요. 이곳저곳 옮겨 다니고요. 그래도 좋은 느낌이에요(웃음)."

일 속에서 살아가는 정윤기지만 최근 들어서는 '쉼표'를 넣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일하다 코피도 많이 흘린다"며 "건강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영화 보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해요. 문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죠. 히트 안 된 작품도 다시 보면 재밌어요. 음악도 뜨진 못했지만 너무 아까운 노래들도 많고요. 제 나름의 'YK셀렉션'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이거 좋았어' 권하죠. 또 힐링하는 책들을 좋아해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책이 있는데 한번 읽어 보면 좋으실 것 같아요. 제 추천책에요."

정윤기는 "그렇게 힐링을 해도 화가 날 때가 있다"며 "언젠가 인터뷰를 한 번 했는데 그 인터뷰 기사 댓글에 크게 상처를 입고 우울증이 온 적이 있다"며 "내가 잘못 살았나 싶을 정도로 나쁜 얘기였다. 글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었다. 날 잘 모르면서 어찌 그렇게 적나 싶었다"고 했다.

피팅 룸은 정윤기의 꿈이 만들어지는 곳. /사진=임성균 기자 피팅 룸은 정윤기의 꿈이 만들어지는 곳. /사진=임성균 기자


댓글에 상처받는 정윤기는 여전히 소년 감성을 소유자였다.

"이상하게 요즘 자주 울어요.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책을 읽으면서 울죠. 감성적이에요. 지난번에는 옛날 CD를 듣다 막 운 적이 있어요. 어느 비 오는 날 이선희 누나의 '비 오는 날에 서서'를 듣는 데 너무 슬픈 거예요. 여섯 번 반복해서 들었어요. 그런 노래를 들으면 남산 한 바퀴 도는 게 삶의 기쁨이죠. 최근에는 제주도에 빠져서 힐링하고 와요. 감성을 안 다치기 위한 저 만의 방법이죠."

정윤기는 "추억을 많이 얘기하면 늙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최근에는 젊은 친구들하고 밥도 먹고 얘기도 많이 하고 있다"며 웃었다.

"엑소 세훈이나 세븐틴 민규하고 밥을 먹으면서 젊은 친구들은 어떤 걸 원하고 좋아하는지 많이 물어봐요. 제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콘서트 7080'은 꼭 보는 애청자지만 방탄소년단, 엑소, 레드벨벳, 블랙핑크 역시 꼭 듣고 있어요(웃음)."

정윤기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게 앞으로의 발전을 만들어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이 안 일어나요.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전 늘 초심을 기억하고, 달리려고 하죠. 일을 할 때는 항상 열정적으로 하는 게 좋아요. 신나서요.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면 힘만 들 뿐이죠. 그걸 이겨내야 해요. 하기 싫은 일도 해야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요.

전 매일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죠. 물론 시련도 있지만 세수하고 다시 돌아서면 즐거워져요. 예전에 출장 다니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출장 자체를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해외도 좋지만 제주도도 좋고 강원도 계곡도 즐거웠어요. 요즘에는 계곡 물에 발 담글 때가 가장 좋아요(웃음)."

소년 같은 미소가 이어졌다. 그의 방을 지키는 '파수꾼' 베어 브릭처럼 묵묵히 대한민국 연예계의 한 축을 짊어지고 나아가고 있는 정윤기. 그의 어깨 뒤에서 유니콘의 날개가 꿈틀거리는 듯했다.

정윤기 /사진=임성균 기자 정윤기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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