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황정민 in 칸 "읽을 수 없는 스파이의 눈..숙제였다"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2018.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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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_89x120제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의 황정민 / 사진제공=CJ E&M


배우 황정민(48)은 어딘지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그는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제작 사나이픽쳐스 영화사월광)으로 제 71회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2년 전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됐을 당시 칸에 오지 않았으니 이번이 그의 생애 최초의 칸영화제였다. '공작'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 다음날, 영화제의 주 행사장이 프랑스 칸의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만난 황정민에게선 묘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턱시도를 차려입고 레드카펫을 올라 손을 흔들며 스포트라이트를 마주하는 게 못내 견디기 힘들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공작'에 대해 이야기할 땐 달랐다. 올 여름 개봉을 앞둔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실화 모티브의 첩보극이다. 황정민이 주인공 흑금성 역을 맡았다. 자신이 연기해야 할 전직 스파이 흑금성을 직접 만났다는 그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새카만 눈, 그 눈을 가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화려한 액션 대신 묵직한 긴장감을 택한 '공작'에서 황정민의 눈은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칸에 입성한 소감이 어떤가.

▶해운대 같다. 사실… 제가 외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을 좋아한다. 음식이 너무 안 맞아서 촌스럽지만 제 가방에 고추장이 있다.

-스테이크에 뿌려드시나?

▶스테이크를 안 먹는다.(웃음)

-남북이 한창 대립하던 시기 만들기 시작해 남북의 화해무드 속에 영화가 개봉을 앞뒀다. 소회가 어떤가.

▶찍을 때는 너무너무 조심스러웠다. 남북이 핵을 쏘니 마니 하는 상황이었다. 어느 순간 반대의 상황이 됐고 뉴스를 통해서 양국의 정상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우리 영화의 동선과 너무나 비슷해 깜짝 놀랐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느낌이다.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해졌다.

-당시 그렇게 조심스러웠는데도 왜 이 영화를 하게 됐나.

▶지금도 스스로에게 얘기하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에서 이데올로기나 이런 건 필요없다. 그만큼 잘못 교육을 받았고 속고 있었고 잘못 교육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관객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건 분명히 있었다. 교육이 잘못됐구나. 그래서 하고 싶었다.

thum_89x120제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의 황정민 / 사진제공=CJ E&M


-실존인물이기도 한 스파이 흑금성을 연기했다.

▶팟캐스트를 통해서 흑금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북풍 총풍 사건만 알았지 저는 디테일한 이야기를 몰랐다. '이런 일이 있었어?' 했고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해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실제 인물인 박채서 아저씨를 만났다. 많은 것을 얻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만났다. 세다, 너무 세다. 무섭다는 게 아니라 눈을 읽을 수가 없더라. 상대의 눈을 보면 읽을 수가 있지 않나. 그 분은 눈 전체가 까만 것 같았다. 저 느낌을, 저 에너지를, 저 눈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게 첫 숙제였다.

-그래서 그 숙제는 해결했나.

▶그런 상상만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나도 모르게 그런 눈이 있겠지 생각을 한다. 저한테는 1인2역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을까? 연기적인 면이나 감정을 떠나서 외적인 것, 디테일한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들을 많이 했다. 포스터에 들어간 소파에 앉아있는 장면은 촬영 들어가기 전 테스트 촬영 당시 찍은 것이다. 표정이 없는데 있어야 한다. 저 장면으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저거 하나 가지고 첫 시작을 했다. 나도 흑금성 아저씨처럼 될 수 있나 하고.

thum_89x120사진=영화 '공작'의 해외 포스터


-내내 감정선을 억누르고 절제된 연기를 펼쳐야 했다. 폭발하는 연기보다 더 까다로웠을 것이다.

▶물론이다. 그만큼 더 디테일해져야 되는 부분이 있다. 한 편의 연극을 하는 느낌도 든다.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냥 외워서 툭툭 던지는 거라 해도 거기에 미세한 호흡이 존재한다. 그 호흡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긴장감이 아예 없어져버린다. (이)성민이 형이랑 감독님이랑, 같이 하는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연기 잘 하는 프로들이 모였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걸 공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계속 가면을 바꿔 쓰는 듯한 캐릭터다. 몹시 까다로웠을텐데.

▶맞다. 영화 속 상대는 몰라야 하는데 관객들에게는 알려줘야한다. 이 두 가지를 하는 게 힘이 들었던 것 같다. 첩보물이다 보니까 일반 관객들은 '본' 시리즈나 이런게 익숙해져 있을 텐데 여기엔 전혀 액션이 없다. 그 액션을 대신할 수 있는게 뭘까? 그걸 얘기를 많이 했다. 매신마다 긴장감을 잘 활용하는게 우리에겐 액션이지 않을까 했다.

-다른 배우들도 힘든 작업이었다고 토로하더라. 연기하며 어땠나.

▶인물이 자기의 신념이 있고 딜레마에 빠지고 그러면서 차근차근 계단을 밟으면서 올라가간다. 저 나름대로도 황정민이 좋은 배우로 보여주고 싶고, 그러다가도 내가 뭐하는 거지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게 연기하면서 중첩이 돼서 좋은 경험이 됐다. 왜 연기를 하지? 이런 느낌을 받고 있을 때였으니까.

당시가 '군함도' 끝나고 나서였으니까. 저 개인적으로 스스로든 힘들었던 시기였다. 박석영이라는 인물과 중첩이 돼어 갔던 것 같다. 내가 왜 이 일을 하지, 일을 하다보면 느끼는 각자의 스트레스나 딜레마가 있지 않나. 그런 시기였다.

-지금은 어떤가.

▶'리처드 3세' 연극을 하면서 다시 회복된 상태다. 조금 시간을 가지고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어쨌든 제 일은 일로 풀어야 되는거니까. 극명한 사실인데, 섣불리 일하기가 힘들었고 연극하면서 많이 숨 쉴 수 있었다.

-칸은 좀 즐기고 있나.

▶좋죠. 좋은데, 복에 겨운 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불편하다. 행복한데 어색해서 잘 즐기지를 못한다. 어서 가서 내장탕을 먹고 싶다.

thum_89x120제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의 황정민, 주지훈, 윤종빈 감독, 이성민 /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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