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지만갑' 감독이 밝힌 원작과 차별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이장훈 감독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8.03.15 11:23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장훈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장훈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소지섭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오랜만에 만나는 물기어린 한국 멜로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신인감독 이장훈(45). 컴퓨터공학도로 살아오다 뒤늦게 영화의 세계에 입문한 그는 2004년 첫 단편을 내놓은 지 십수년 만에 장편 상업영화로 관객과 마주한다.

원작은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치카와 타쿠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힘들었던 시절, 왈칵 눈물을 쏟게 했던 원작을 자신의 손으로 리메이크하게 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판권이 해결되고, 손예진과 소지섭이 차례로 캐스팅되고, 완성한 영화를 드디어 관객에게 선보이는 시기, 단비처럼 찾아온 멜로드라마에 대한 기대 또한 남다르다.

단단한 원작이 있지만 곳곳에서 변화를 꾀한 이장훈 감독은 소설 속 캐릭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는 소지섭의 우진, 더욱 입체적으로 되살아난 손예진의 수아, 신의 한 수였다는 신예 박지환의 지호까지, 캐릭터와 설정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 멜로였다는 그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스타일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스터 사진=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스터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첫 인연이 8년 전이라고 했다.

▶신인 감독으로 데뷔하려면 글을 잘 써야 한다. 도서관에서 많이 책을 빌려다 읽었다. 그 중 한 권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였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끝 부분에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당황스러워 내렸다가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작의 아우라가 대단한 작품이다. 어떻게 영화화하게 됐나.

▶직접 각본을 쓰며 작품을 개발하다가 잘 안 풀렸다. '이러지 말고 영화화 하고 싶은 원작이 있느냐, 있다면 이야기해봐라' 이렇게 이야기가 됐다. 적어 드린 몇 개의 작품 중 1번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였다. 신인 감독에겐 놀라운 제안이었다. '설마 되겠어' 생각도 하고 '하더라도 나한테 오겠어'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판권을 해결해서 저에게 맡겨주셨다. 최고의 기회였다.

-이후로도 꽤 시간이 걸렀다.

▶그 시작이 2014년이었다. 리메이크라 쉬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부담감도 많았다. 워낙 훌륭한 원작이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손예진씨가 먼저 캐스팅이 되고 소지섭씨가 되면서 여기까지 왔다.

사진=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사진=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이장훈 감독과 소지섭 손예진 / 사진=\'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이장훈 감독과 소지섭 손예진 / 사진='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두 남녀의 멜로기도 하지만 세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비중있게 가족 이야기가 다뤄진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 저희 아이가 소설 속 아이보다 약간 어렸다. 크게 공감이 됐다. 그래서 더 눈물도 났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도 멜로는 멜로지만, 세 사람의 멜로라고 생각했다. 남녀의 사랑이야기뿐 아니라 엄마와 아들, 아빠와 아들의 관계에서 오는 정서가 있다. 다르지 않나. 그 부분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일본 영화와 비교하면 감정선이 더 강조된 느낌이다. 또 소지섭이 훨씬 멋지게 나온다. 비주얼은 물론이고 느낌도 다르다.

▶소지섭이 어울리냐는 댓글도 많더라. 저는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는데 소설이 더 좋았다. 소설을 읽으며 그린 느낌이 영화와는 조금 달랐다. 캐릭터의 이미지도 그렇고. 남자 캐릭터도 그렇게까지 가지 않고 보다 정상적이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굳이 바보스럽고 부족해 보이기보다는 다른 모습으로 그리려 했다. 병을 얻기 전부터 캐릭터가 있었고, 일상에서도 이렇게 부족한 행동을 하기보다는, 정상적 생활을 하다가 순간순간 한계가 있다는 설정이면 어떨까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소설을 읽으며 받은 느낌을 더 담으려 했다.

-상업적인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이다. 주변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일본 원작을 좋아하는 남자분들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여성 관객들은 남자 배우의 매력에 대해 주목한다. 상업영화를 하는 임장에서 당연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

-남성미의 화신 같은 모습을 종종 그렸던 소지섭에게서 보호본능을 찾아냈다고 할까. 아주 잘 어울리더라.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몇 번 만나면서 유심해 봤다. 매력적이더라. 저 사람이 저런 매력을 왜 여태까지 안 보여줬을까 할 만큼. 지섭씨는 진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그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최대한 담으려 했다. 조금은 담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솔직히 캐스팅 전에는 소지섭씨의 그런 모습을 잘 몰랐다. 제가 처음 소지섭씨를 캐스팅하려 했던 건, 마지막 우는 모습이 중요했다. 소지섭씨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가장 슬픈 남자 배우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그걸로 캐스팅했다. 캐스팅 된 뒤에는 소지섭씨 모습을 보며 '저런 모습을 담아야겠다' 하고 캐릭터를 맞춰간 부분이 있다. 소지섭씨가 들어오면서 캐릭터가 좀 더 구체화됐다. 고마웠다.

어설프게 일본영화 속 남자주인공처럼 어리바리하고 부족해 보이는 연기를 하면 더 어색할 것 같았다. 그건 캐릭터 탓이지 병 때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게 소지섭씨 원래 모습과도 가깝기 때문에 가짜처럼 보이지 않고 새롭게 관객들이 새롭게 느껴주실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장훈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장훈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착한 남자보다는 나쁜 남자들이 대중적으로 통하는 코드로 여겨진다.

▶우리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남자 캐릭터가 너무 착하다,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누구에게나 착한 남자보다는 나에게만 잘해주는 남자가 인기가 좋다. 영화 속 우진은 벽으로 밀치고 하는 전형적 남성 캐릭터와는 다르다. 착하긴 한데 이런 캐릭터가 과연 매력적으로 보일까. 쓸 때는 고민이었다. 여주인공 수아의 캐릭터는 시작부터 명확했는데 우진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이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일까. 저 역시 고민이 많았다. 그 부분을 소지섭씨가 채워줬다.

-마지막 대사 없는 눈물 장면을 보면서 감독으로서도 '아 됐다' 하는 느낌이 있었겠다.

▶그랬다. 엄마와 아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헤어지는데 거기에 우진이가 와서 또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하는 게 싫었다. 예진씨도 그 이야기를 똑같이 하더라.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또 쏟아내기가 힘들 것 같다고. '어떻게 말을 안 시키지, 아예 못 만나게 할까' 별 생각을 다 하다가 '교차편집을 하면 어떨까요'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꼭 전해야 했던 메시지-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담을 수 있겠더라. 이것이면 되겠다 했다.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다 했다.

사진=\'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사진='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반면 손예진이 연기한 수아 캐릭터는 시작부터 명확했다고 했다. 어떤 점인지.

▶손예진씨 부분은 갈 길이 명확했다. 원작을 보면 기억을 잃고 나타난 엄마가 아빠와 아이가 있다는 데 바로 수긍한다. 그러고 바로 엄마 역할을 한다. 저는 거기에 설득이 안 됐다. '왜 여자라고 저런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현 시점에서 관객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걸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과정에 재미가 있지 않을까, 웃음이 생기지 않을까 했다. 그러면서 수아가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좀 더 엉뚱한 모습이 그려졌다.

-동의한다. 엄마 같지 않던 손예진이 엄마처럼 되어가는 모습이 설득력 있다. 처음엔 아이와 게임을 하며 져주지 않고 다 이겨버린다.

▶엄마 같지 않은 엄마. 우리 영화가 원작과 다른 길을 가는 확실한 노선 설정이었다. 게임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서 관객이 재미있게 웃어주시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이야기가 편하게 풀어질 것 같았다.

-덕분에 청순여신 손예진에 장난꾸러기 느낌이 더해졌다.

▶아주 잘 어울렸다.(웃음) 실제로 예진씨가 그 부분에 대해 아이디어를 많이 내줬다. 그냥 그것이 예진씨 같았을 만큼 시나리오에 있는 장면들을 정말 잘 살려주셨다. 조카들과 놀아 본 경험이 있어서 자연스러웠다. 요가 게임 같은 건 실제 조카들이랑 하는 것이라며 해 보인 장면이다.

수아가 아들 지호와 '쌀보리' 게임을 하는 장면은 아내가 아이와 노는 걸 보면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에게 이기는 습관을 주는 것도 좋지만 세상을 일찍 깨우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지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것도 교육이니까.(웃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장훈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장훈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당당한 여성 캐릭터가 또한 돋보인다.

▶엄마가 아닌 한 여자에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도 훨씬 더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성 기존의 멜로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와는 다른 부분이 확실하게 있었다. 지섭씨도 항상 이야기했던 게 '이 영화는 내가 돋보이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기존 구도와는 약간 달랐다.

-원작영화 속 인상적인 해바라기밭 장면은 뺐다.

▶원작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이별 장면과 해바라기밭의 뽀뽀 장면이라고 한다. 따라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가장 강한 이미지라 따라가야 한다는 사람도, 벗어나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미술감독님과 고민하다 벗어나기로 했다. 큰 뼈대는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어설프게 흉내 내지는 말자는 생각이었다. 헤어진 장소가 기차역이 되면서 과감하게 바꿔봤다. 현실적으로도 평원인 해바라기밭을 넣기가 힘들었다. 해바라기밭처럼 강렬한 이미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저희만의 색깔이라고 봤다.

지호 역 김지환 / 사진=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지호 역 김지환 / 사진=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소지섭 손예진의 아들 지호 역의 김지환도 눈에 띈다.

▶영화는 한 적이 없고 광고나 tv 드라마 단역으로 나온 신인이다. 오디션으로 발탁했다. 아이 캐스팅이 중요했고 몇백 명이 보내온 영상을 거의 다 봤다. 제가 그렸던 이미지가 있었고, 무엇보다 몸에 밴 연기 습관이 없는 아이를 찾고 있었다.

지환이는 연출부가 먼저 오디션을 보고 분류했을 때 조금 뒷부분 그룹에 속해 있던 친구였다. 잘한다는 그룹부터 봐 내려가다 거기서 그 친구가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르게 궁금했다. 직접 보고 싶어서 같이 오디션을 직접 봤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만 요대로만 하면 좋겠다 했다. 그러나 비중이 너무 크고 분량도 많고 3개월을 얘가 버틸 수 있을까 고민됐다. 실제로 작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결정을 계속 미루다가 지섭씨 예진씨에게 최종 후보군 영상을 보냈다. 두 사람이 똑같이 점찍은 아이가 지환이었다. 거기서 확신을 가졌다. 저희 영화에서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나온 충무로 멜로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연출자로서는 어떤 마음인가.

▶멜로영화로 이렇게 나왔지만 저도 멜로가 뭔지 모른다. 전략적으로 멜로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관객들이 뭘 좋아하실까, 소위 어떤게 지금 먹힐까 이런 건 잘 모르겠다. 그런 걸 고민하면 영화가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가더라.

그저 내가 보고싶은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다. 저도 오랜 시간 관객으로 살아왔다. 일반적인 재미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제가 재미있어 할만한 영화를 하고 싶다. 그러다보니 멜로를 하게 됐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스타일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장훈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장훈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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