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술맛도 알게 됐고, 사랑도 하고 싶어"(인터뷰)

영화 '대립군'의 여진구 인터뷰

이경호 기자  |  2017.05.24 16:55
배우 여진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우 여진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아역 배우 출신 여진구(20)가 어엿한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술의 맛도 알고, 가슴 아픈 사랑도 하고 싶어 하는 남자로 말이다.

여진구는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에서 광해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는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여진구 분)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하는 팩션 사극이다.

이번 영화에서 맡아 유약한 왕세자에서 백성을 위한 왕으로 성장해 가는 광해 역을 맡은 여진구. 그 또한 이전보다 확실히 성장했다. 특히 20대가 된 지금, 연기에 대한 욕심이 이전보다 한층 커졌다고 했다.

"제가 맡아야 하는 캐릭터들의 감정선들이 슬슬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캐릭터를 하게 될 때는 그저 재미있게, 즐겁게 했었죠. 이제는 제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또 (맡은 역할에) 책임감도 생겨요. 조금 더 연구를 해서 확실히 보여드리지 않으면 (대중도) 실망감이 생길 것 같아요. 선배님들처럼 전문적으로 연기하는 게 필요하죠."

배우 여진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우 여진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확장과 내공 쌓기다.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쌓은 후 제대로 된 멜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게 이 배우의 굳은 신념이었다.

"정말 다양하게 연기 스펙트럼을 쌓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넓어졌으면 하고요.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 감정의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가 되면 멜로 연기도 하고 싶고요. 지금은 멜로 못해요. 낯설기도 하고, 잘 표현 할 수 있을까 싶은 부담감도 있거든요. 진짜 멜로는 더 준비된 후에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처럼 자신의 연기에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여진구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번 '대립군'에서도 그랬다.

"(시사회 때) 저도 영화를 처음 봤어요. 제 연기 위주로 봐서 영화를 VIP 시사회 때 다시 봐야죠. 제가 맡은 광해라는 역할은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연기를 볼 때 '왜 이렇게 했지?'라는 후회도 있더라고요. 연기를 하고 나면 늘 아쉽죠."

여진구에게 연기적인 부분에서 후회를 안긴 광해 역. 사실 이 캐릭터는 이병헌 외에 여러 배우들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소화했다. 이미 여러 번 다뤄진 인물, 특히 역사 속 인물이라면 앞서 같은 역할을 했던 배우와 비교가 되기 마련이다. 여진구 또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과 비교될 수 있는 상황. 이에 그는 부담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대립군'의 광해는 제가 그동안 알고 있던 왕세자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에 설렜어요. (이병헌과) 비교하게 될 부분은 영화를 보시면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그의 말처럼 이번 광해는 왕이 된 성인의 모습이 아닌 왕세자가 된 직후의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일까. 극중 여진구의 대사는 딱딱하게 느껴지는 여느 사극 속 목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이번 광해는 그동안 작품에서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신분은 왕세자지만 평범한 백성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극톤은 버리게 됐죠."

배우 여진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우 여진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에서 왕세자가 백성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길이 험한 산에서의 행군, 절벽을 뒤에 두고 왜군과의 전투까지 치르다 보니 궁궐에 있을 때처럼 치장할 수도 없는 광해였다. 한 눈에 봐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 영화 촬영에 여진구는 자신보다 다른 이들을 먼저 걱정했다.

"저보다는 선배님들, 스태프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는 가마도 탔었으니까요. 사실 영화에서 나온 가마 타는 신은 분량이 꽤 있었어요. (산에도 가마를 타고 가서) 한동안은 제가 편했는데, 그게 죄송스러웠어요. 선배님들이 가마를 지셔야 해서, 가마 타기 전에 식사도 안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식사) 그게 안 됐죠."

여진구는 가마 타는 신은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상황이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난의 여정을 떠나면서 점차 힘들어 하는 모습을 표현해야 했어요. 가마 안에서 밖을 보며 감정을 잡아야 했죠. 그런데 촬영할 때 현장에서의 감정이 그대로 들어갔어요. 가마 탈 때 불안하고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점점 몰골이 안 좋아지는 것도 따로 할 필요 없었어요.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됐거든요."

그는 힘든 촬영이었지만 이정재, 배수빈, 김무열 등 선배들에게 연기에 대해 한 수 배웠다고 좋아했다. 특히 이정재에게서는 뺏어오고 싶은 연기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선배님은 거칠고 마초적인 역할이었죠. 하지만 여린 눈빛이 있었어요. 이는 잔잔한 감정 컨트롤이었다고 생각해요. 시선 하나하나가 무뚝뚝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그 안에 토우의 여린 모습을 담아내시는 것을 봤고, 뺏어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배님한테 이런 미세한 감정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는데, '너도 나이 들면 돼'라고 하시더라고요."

여진구는 극중 이정재의 뺨을 때린 장면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

"되게 세게 때렸는데, 화면에는 그렇게 안 보여서 죄송스러워요. 사실 때릴 때는 얼굴에 철판 깔고 때렸죠. 실제로 선배님 턱이 돌아갈 정도였어요. 선배님이 이 장면 촬영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그는 고된 촬영이었지만 선배들과 함께 호흡하며 술도 한 잔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특히 술맛을 알게 됐다고 으쓱해 했다.

"주량은 소주 한 병 정도이고, 취하면 잠이 드는 게 주사인 것 같아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술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 '대립군' 촬영하면서 산 속에서 선배님들이 주시는 따라주는 막걸리도 마셔보고, 촬영 후에는 소주 한잔 하면서 술의 맛과 매력을 알게 됐죠."

배우 여진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우 여진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법 술도 마실 줄 아는 어엿한 남자가 된 여진구는 연기가 아닌, 실제 가슴 아픈 사랑도 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하다보니까 간접적인 경험도 좋지만 직접적인 경험을 하면 확실히 느껴지는 게 다르더라고요. 알콩달콩한 사랑도 좋지만, 절절하고 아픈 사랑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달달한 사랑부터 해봐야 하는데, 아직 못하고 있어요."

사랑, 연애에 대한 이야기에 여진구는 대학 동기들에게 미팅 주선까지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묵묵부답이라고 하소연했다.

"CC(캠퍼스 커플)도 못해봤어요. 진짜 미팅 안 들어오더라고요. 심지어 동기들한테 편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없어요. 꼭 해보고 싶거든요."

'대립군'을 통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 여진구. 그의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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