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대책위 "동성 성희롱 사실"..이송희일 감독, 공식사과

김현록 기자  |  2018.07.03 18:04
이송희일 감독 / 사진=스타뉴스 이송희일 감독 / 사진=스타뉴스


"모든 독립영화 단체에서 탈퇴하고 자숙하겠다."

동성 감독을 성희롱했다는 미투 폭로로 논란이 된 이송희일 감독이 공식 사과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자신과 관련한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사실로 인정된다는 인디포럼작가회의의 대책위 조사 결과가 나온 3일 인디포럼 홈페이지를 통해 장문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같이 전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지난 7일 밤 인디포럼 영화제 개막식 뒤풀이에서 단편영화로 초청된 남성감독 A에게 성희롱 등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미투 폭로로 논란을 빚었다. 피해 감독은 지난 12일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인디포럼 측에 성추행을 신고했지만 오히려 인디포럼 내부자를 통해 이송희일 감독에게 신고 사실이 유출돼 2차 가해를 입었다고도 주장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커밍아웃 이후 영화 '후회하지 않아', '탈주', '백야', '야간비행' 등을 다수 퀴어영화를 연출해 온 영화감독이다. 이송희일 감독이 인디포럼을 주최하는 인디포럼작가회의의 전직 의장이자 현직 작가진인데다, 지난 4월에는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이 2013년 인디포럼 폐막식 뒤풀이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겠다고 밝힌 터라 충격과 실망감이 더 컸다.

사건을 조사한 대책위는 피해 감독(신고인)이 주장한 성희롱 발언이 사실로 인정되며, 인디포럼이 피해 감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고지를 하기 전에 섣부르게 사건 내용을 전달해 피해 감독과 이송희일 감독에게 피해를 줬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이송희일 감독의 회원 자격을 1년간 박탈하고 실명 공개 사과문을 작성토록 하는 등의 권고 내용을 함께 발표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공식입장에서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인디포럼 모두에게 사과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이어 "그 동안 술버릇을 조심하라던 주변인들의 경고음과 지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제대로 반성도 하지 못한 채 또다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 동안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남성들에게 했던 성적 농담과 미러링을 핑계로 가했던 언어 성희롱에 대해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송희일 감독은 "그는 또 저는 입으로는 진보를 말하면서도 여전히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시대의 구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보적인 척하지만 실상 제 발 밑에서 저지르는 폭력을 성찰하지 못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라며 "주변인들의 우려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늙은 꼰대였습니다. 오래 독립영화인으로 살아온 자존감이 연하의 영화인들에게 권위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둔감했습니다. 이제서야 지체된 저의 본모습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인디포럼 작가 회의 제명을 요청하며 "달게 받겠습니다. 또한 제가 관련된 모든 독립영화 단체들로부터 탈퇴하겠습니다. 제게는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변화된 세상에 발맞춰 바뀌지 않으면 아무 삶의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각인한 채 살아가겠습니다. 반성하고 반성하고, 또 자숙하며 살아겠습니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또, 못난 저 하나 때문에 상처 받은 모든 분들에게도 죄송합니다. 서울살이 25년의 터무니없던 제 삶의 위선을 반성하며, 변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가겠습니다"라고 사과문을 마무리했다.

'미투'를 지지한다는 선언과 함께 시작했던 올해 인디포럼 개막과 함께 터져나온 이번 이송희일 감독의 성폭력 사건은 개성 강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아 온 이 감독 개인은 물론 독립영화계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인디포럼 측은 사건 조사를 발표하며 내부의 자성과 개선 프로그램도 함께 공개했다. 폭력과 부당함에 맞서 소수를 대변해 왔다는 자부심이 무색해진 인디포럼이, 독립영화계가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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