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2세 이순자, 도쿄올림픽 도전 "27년 카누 인생, 믿어보겠다"

이원희 기자  |  2020.01.26 08:00
이순자. /사진=뉴스1 이순자. /사진=뉴스1
이순자(42)는 카누계의 전설로 불린다. 현재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2020년 도쿄올림픽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순자는 지난 해까지 전국체전에 26번이나 참가해 총 금메달 29개를 따냈다. 지난 해 서울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도 여자 일반부 K-4 500m 금메달과 K-1 5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긴 시간 동안 카누의 '여제'로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 이순자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승부욕이 강해 누구에게도 지기 싫었고, 카누가 너무 재미있어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또 한 번의 올림픽 도전

이순자는 지난 14일 태국으로 출국했다. 오는 3월 태국 파타야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준비로 현지 적응훈련에 나섰다. 이 대회 성적에 따라 도쿄올림픽 진출 티켓이 정해진다.

이순자는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목표가 있으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손목 부상이 있어 재활과 함께 훈련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며 "주위에서 올림픽 진출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무조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싶다. 경기에 뛰는 것은 선수이고, 경기 때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주어진 시간 안에 끝까지 노력해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이순자는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경험이 있다. 한국 여자 카누 사상 최초로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진출했다. 당시 이순자는 올림픽 예선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올림픽에 나선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을 얻었다. 카누의 경우 아시아에 배정된 올림픽 티켓이 매우 적은 편이다. 실제로 한국 여자 카누는 이순자가 베이징올림픽에 나선 이후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순자는 2008년 5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떠올렸다. 그때 이순자는 대회 여자 K-1 500m 결승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 중국이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2위였던 이순자가 극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순자는 "사실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후배가 '누나가 아니면 누가 올림픽에 가겠느냐, 열심히 했으니 할 수 있다'고 말했고, 그 말에 힘을 얻어 '나도 할 수 있다.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바람이 엄청 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제가 출발 실수를 두 번(세 번이 되면 실격된다)이나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함께 노를 저었고, 최선을 다한 끝에 2등을 했다.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고 잊을 수 없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이순자는 "올림픽에 가서 예선 탈락했지만 큰 무대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순자. /사진=뉴스1 이순자. /사진=뉴스1
◇ 27년 롱런의 비결

이순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카누를 시작했다. 27년이나 되는 선수 생활에도 흔들림 없이 최고의 자리를 지켜낸 것은 카누를 향한 열정 덕분이다.

이순자는 "배를 타면서 눈을 감고, 노를 저으면 물소리가 마치 노래 가사처럼 들린다. 정말 매력적이다. 또 카누의 스피드를 느끼면서 운동할 수 있다는 점도 카누의 매력인 것 같다. 덕분에 힘들었던 시기가 와도 카누를 다시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매 번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조차도 지금 이 순간까지 올 줄 몰랐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이라는 단어 때문에 27년 동안 카누를 해왔던 것 같다"며 "우여곡절, 고비가 많았지만, 카누가 너무 재미있어서 놓을 수 없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카누를 더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고, 다시 태어나도 카누를 택하겠다"고 속마음을 꺼냈다.

물론 은퇴 관련 소리도 여러 번 들었다. 이순자는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답하면서도, 매년 노를 잡으며 카누를 향한 애정을 과시하는 중이다. 이순자는 "이젠 아무도 저를 믿지 않는다"고 웃으며 "'언제 은퇴할 것이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함께 매년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가 한참 어린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는 이순자는 "대표팀 막내가 20대 중반이다. 저와 나이가 20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카누를 할 때면 나이를 잊고 선수로서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힘이 나오고, 체력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것 같다. 제가 워낙 지는 것을 싫어하고, 운동을 좋아하다보니, 누군가 해야 된다면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호호 웃었다.

올림픽 도전이라는 불꽃을 준비 중인 이순자는 "지난 27년 동안 한 길만 걸었던 제 자신을 믿고 싶다. 지금까지 해왔던 27년, 제 카누 인생을 되돌아보며 준비하겠다"며 "열심히 하는 선수가 올림픽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출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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