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할머니 집까지 매일 2시간 걸어서..." 이대호의 뭉클한 야구성장기

화곡동=이원희 기자  |  2019.12.04 05:20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이대호. /사진=이원희 기자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이대호. /사진=이원희 기자
KBO리그 대표 타자 이대호(37·롯데)가 야구선수 학부모들을 상대로 자신의 '야구 노하우'를 전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짧게나마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대호는 3일 서울 화곡동 KBS아레나에서 열린 유소년 야구선수 학부모 강좌에 참석했다. 선수협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이대호를 만나기 위해 온 학부모들로 강의실이 가득 찼다. 이대호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한편 "아이들이 야구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께서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경북 구미에서 달려온 학부모를 비롯해 야구선수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이 이대호의 조언을 듣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약 한 시간 정도 진행된 강좌에선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대호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야구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욕심에 억지로 시키면 즐거운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야구 재미있어?', '힘든 것은 없어?' 등을 물어보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대호는 '아들(현재 3세)도 야구를 시킬 것이냐'는 질문도 받았다. 이에 "아들이 매일 야구를 본다. 방망이를 들 때도 있는데 야구를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야구를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부모 입장에서 내가 했던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다"며 "내 주관은 야구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이 야구를 하고 싶다면 독하게 시키겠다. 그것을 버텨낸다면 계속해서 배우게 할 것이다. 깡다구 없이는 힘들다"고 냉정하게 답했다.

자신의 경험담도 꺼냈다. 이대호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보며 자라왔다. 초등학교 때까지 내가 좋아하는 야구가 재미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갈 때쯤 되니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부모님이 안 계셨기 때문에 할머니가 키우셨다. 회비를 면제시켜준다는 말에 한 달 동안 감독님 집에서 살기도 했다. 하지만 같이 살던 3학년 선배가 1학년인 나를 너무 괴롭혔다. 그래서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말하고 매일 (학교에서 할머니 집까지) 1시간30분~2시간 되는 거리를 걸어 다녔다"고 떠올렸다.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이대호. /사진=이원희 기자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이대호. /사진=이원희 기자
이대호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여기서 지면 안 된다',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19세 때까지 운동을 했다. 나는 남이 시켜서 억지로 야구하지 않았다"며 "아이들은 지금 사랑을 많이 받을 때이다. 하지만 야구장에 가면 경쟁을 해야 한다. 따뜻한 격려를 주신다면 아이들이 더 용기를 갖고 야구를 할 것 같다"고 응원을 부탁했다.

질문 시간이 끝나자 이대호는 팬들 한 명 한 명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10세의 아들은 둔 한 40대 학부모는 "이대호 선수의 현실적인 조언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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