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우승' 전인지 "할머니의 한 마디, 부진 극복의 계기" (일문일답)

인천(영종도)=심혜진 기자  |  2018.10.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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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를 들어올린 전인지./사진=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트로피를 들어올린 전인지./사진=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덤보' 전인지(24·KB금융그룹)가 마침내 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다.

전인지는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6316야드)에서 열린 2018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7번째 대회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서 보기 1개, 버디 7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이로써 전인지는 1~4라운드 최종 합계 16언더파로 3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 만에 달성한 쾌거다. 지난 2년간 준우승만 6번을 기록하는 등 좀처럼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LPGA 대회에서 마침내 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다. 또한 자신의 LPGA 통산 3승째이자 한국의 시즌 9승째를 이뤄냈다. 우승이 확정되자 전인지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전인지와의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 우승이 확정된 순간 지난 힘들었던 시간과 그동안 응원해주신 분들이 생각나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곳에서는 울지 않도록 노력해보겠다(웃음). 우승해서 많이 기쁘다.

- 그동안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 메이저 대회 우승을 2번 한 이후 3번째 우승 역시 메이저 대회였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대회서 우승 욕심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우승을 못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조금씩 조금씩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를 바닥으로 내려보냈던 것 같다. 이 시간 동안 가족은 물론이고 매니지먼트 팀들을 힘들게 했다. 이번 대회서 모든 분들 앞에서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다.

-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우승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본인에게는 진짜 전환점이 됐나.

▶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싶었다가 맞는 말인 것 같다. 힘든 시간이 한 번에 온 것이 아니라 조금씩 왔었다. '그 대회가 너한테 터닝포인트가 될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한 순간에 좋아질 수 있지?'라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들었다. 이럴 때 마음가짐을 건강하게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의 진심을 받아들여 보자' 라고 마음먹었다. 마지막 홀에서도 그런 말들을 떠올리며 플레이했다.

- 한국에서는 국보(보물)라고 칭하는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나.

▶ 솔직한 마음으로는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감사했었는데, 힘든 시간 동안 그것을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주에 많은 팬분들 앞에서 플레이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 이번 대회서 샷감이 좋았는데.

▶ 사실 대회 시작하기에 앞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다. 샷 감이 좋았다기 보다는 믿음이 우승으로 이끌어줬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 경기에 반응하지 말고 내 경기 스타일을 잘 발휘해보자 라고 마음 먹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 마음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악플과 관련됐나.

▶ 관련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 21살 때 투어에 올라와서 우승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포털 사이트에 내 이름이 올라오니 신기했다. 그런데 안되기 시작하면서 악플이 생겼고, 여자로서 참기 힘든 속상한 말들도 나왔다. 이런 악플들이 가슴에 콕 박히더라. 그 말에 반응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미웠다. 나를 더 일어나기 싶지 않게 만들었다. 무서웠다. 그렇다고 욕을 듣기 싫다고 다른 사람으로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는 기회가 된다면 앞장서서 그런 분위기를 잘 바꿔보고 싶다. 상대 선수를 깎아내리는 것보다 모두가 잘 어우러지는 따뜻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 12번홀 파세이브에 대해.

▶ 1, 2라운드 더블보기가 있었고, 3라운드에서 보기가 있었다. 오늘도 10번홀 보기가 하나 나왔다. 더 이상의 보기는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주 대회마다 칩인을 한 번씩을 하자는 나만의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때 칩샷이 다 맞고 나오더라. 저번에 못했던 것까지 두 번 해보자고 마음먹었고, 이번에 2개를 해냈다. 첫 칩인은 1라운드 4번홀에서 했고, 12번홀에서 나머지를 했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25개월만 우승, 한국에서는 3년만 우승이다. 극복해낸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 올해 4월에 머리를 잘랐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스타일이었다. 좀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더 속상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했는데 이것에 대한 루머들이 많이 생기더라. 실연, 부모님과의 관계 등등에 대한 말이 나왔다. 지나고 보면 작은 것들인데 그 때 나에게는 전혀 작지 않았다. 크게 반응했었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한 때는 바닥에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었다. 8월 내 생일 때 한국에 있었는데 그 당시 할머니가 다치셨다. 할머니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고 싶어 새벽에 달려갔었다. 중환자실에 계셔서 30분 면회를 할 수 있었는데 29분 동안은 나를 기억 못하셨다. 그런데 나오는 순간 '건강해야 돼' 한 마디를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나의 건강하지 않은 정신 상태를 바꿔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나를 위해주는 말에 진심을 보려고 노력했다.

- 할머니는 본인에게 어떤 분이신가.

▶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할머니가 해주신 밥과 반찬들을 먹고 자랐다. 가족이 아프다는 것은 되게 속상한 일이다. 소중한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했을 때는 슬프더라. 제 골프 경기를 보는 것이 일상이셨는데, 우승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사랑하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자꾸 그 기회를 놓치는 내 모습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다. 이번에 할머니께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서 기쁘다. 손녀딸 잘했다고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 SNS을 보면 열기구를 탄다든지 아이스 하키를 배우는 등 많은 활동을 했는데, 부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됐나.

▶ SNS에서 보여주는 내 모습은 전부가 아니다. 골프 선수가 아닌 다른 것을 했을 때 공유하는 공간이다. 골프가 뒷전인 적은 없다. 골프와 관련된 것으로 SNS을 채우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또 다른 전인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공간이다. 사진 속 순간들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공유하고 싶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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