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 현장] '눈물·경우의수·VAR' 태극전사들이 말하는 '카잔대첩' 뒷이야기

카잔(러시아)=김우종 기자  |  2018.06.28 08:42
2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후반전 경기에서 오프사이드로 선언된 김영권의 첫 골에 VAR 판정 결과 득점으로 인정되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카잔(러시아)=이기범 기자 2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후반전 경기에서 오프사이드로 선언된 김영권의 첫 골에 VAR 판정 결과 득점으로 인정되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카잔(러시아)=이기범 기자


선수들은 스웨덴-멕시코전 결과를 몰랐다. VAR 순간, 김영권은 '제발'을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경기 후 선수들은 둥글게 모여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태극전사들이 '전차 군단' 독일을 2-0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만약 같은 시각 멕시코-스웨덴전에서 멕시코가 승리했다면 한국은 기적적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비록 16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태극 전사들은 후회 없이 싸운 것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만족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27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 축구 대표팀(FIFA 랭킹 1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F조 3차전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2연패 뒤 승점 3점을 따내며 1승 2패, 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반면 독일은 1승 2패, 승점 3점으로 한국과 같지만, 골득실에서 밀리며 최하위로 탈락했다.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꺾으며, 2승 1패 승점 6점,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F조 2위는 한국과 독일을 각각 잡았으나 스웨덴(+3)에 골득실에서 밀린 멕시코(2승1패,승점 6점, 골득실 -1)였다.

이번 최종 3차전에서 한국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멕시코의 힘을 빌려야 했다. 26일 같은 시각, 러시아 스베틀로프스크주에 위치한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경기서 멕시코가 스웨덴을 꺾어줘야 했다. 멕시코가 3전 전승,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이 독일을 2골 차로 꺾으면 16강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그러나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격파하며 한국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날 스웨덴이 타 경기장에서 후반 5분 선제골을 넣자 카잔의 독일 벤치도 덩달아 바빠지기 시작했다. 스웨덴-멕시코전 소식을 들은 듯 뢰브 감독의 박수 신호와 함께 독일은 총공세로 돌아섰다. 수비를 2~3명만 남긴 채 전원이 공격에 임했다. 그러나 오히려 한국은 독일의 파상공세를 잘 견뎌낸 뒤 예리한 역습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태극전사들은 스웨덴-멕시코전 상황을 알고 뛰었을까. 정답은 'NO'였다.

손흥민은 "경기 중 멕시코-스웨덴전 결과를 아는 건 없었다. 저희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MOM(Man of the Match(경기 수훈 선수)' 조현우 골키퍼 역시 기자회견서 외신 기자의 '멕시코-스웨덴전 상황을 경기 중 알았는가'라는 첫 물음에 "저희는 전혀 몰랐다. 경기 후 알았다"고 밝혔다. 주세종도 "경기 후 알았다. 우리가 할 일만 생각했다"고 했다.

월드컵 기간 내내 헌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이재성(26,전북 현대)은 "멕시코-스웨덴전 상황은 전혀 못 들었다. 한국이 한 골을 넣고 혹시나 하는 희망이 생겼다. 이어 두 골을 넣은 다음에 벤치를 바라봤는데,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어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경기가 끝난 뒤 센터 서클 근처서 원을 그리며 선 채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조현우는 경기 후 상황에 대해 "저희 선수들과 감독님 모두 국민들을 생각해 하나 되는 경기를 하자고 했다. 마지막이라 다들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경기 후 상황을 전했다.

후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선수들 /사진=뉴스1 후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선수들 /사진=뉴스1


대표팀은 경기 전에도 선수들끼리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며 각오를 전했다. 손흥민은 "선수들 모두 다 같이 한마음 되자는 의식이 컸다. 제가 주장 완장을 달고 뛰었지만, 전 (기)성용이 형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고 있다. 경기 전에는 경기에 뛰는 선수들과 안 뛰는 선수들한테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 같이 열심히 해서, 대한민국 국민들한테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말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선수들도 모든 걸 다 운동장에 쏟아붓고 후회 없이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득점 후 '비디오 판독(VAR)'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영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제발 골이길 빌고, 또 빌었다. 한 골을 넣으면 독일 선수들이 더 급해질 거라 봤다. 그래서 속으로 빌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후반 추가시간 독일 세트 피스 상황. 이때 공격 깊숙이 가담한 노이어 골키퍼의 공을 빼앗은 선수는 주세종이었다. 그리고 장거리 패스를 시도했고, 손흥민이 마지막에 툭 차 넣었다. 주세종은 "수비를 하러 갔는데 내 앞에 노이어가 있었다. 놀랐다. 왜 이 선수가 여기 있지?"라고 생각했다고.

또 후반전에 급소에 공을 맞은 '맏형' 이용은 경기 후 '괜찮냐'는 물음에 "네. 괜찮습니다. 다른 걸로 유명해져서…"라며 '국가를 위해 많은 걸 희생했다'는 말에 "희생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2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후반전 경기에서 손흥민의 추가골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카잔(러시아)=이기범 기자 2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후반전 경기에서 손흥민의 추가골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카잔(러시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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