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추임새] 신태용, 새 감독 후보서 배제될 이유없다

김우종 기자  |  2018.07.13 06:00
독일과 최종전을 마친 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쓰러져 있는 이재성을 위로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독일과 최종전을 마친 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쓰러져 있는 이재성을 위로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차기 남자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 축구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래도 지난 4년 전과는 달랐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 '전차 군단' 독일을 격침 시켰다. 한국 축구 특유의 정신력과 투혼이 빛난 경기였다. 후반 막판 득점 장면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신태용 감독과 계약 기간 역시 사실상 종료됐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지난 5일 "(신태용 감독) 재신임이 아니라고 선을 긋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FIFA 랭킹 1위 독일을 꺾는 등 평가받을 만한 요인이 있다. 16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이라 말하기는 힘들고,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경기 과정, 리더십 등 여러 가지를 평가해 다음 월드컵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기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표팀 사령탑과 관련, 일단 대략 10명 안쪽의 외국인 감독들이 거론되고 있다. 신태용 감독도 공식적인 후보군에는 속한다는 평가지만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그간의 성과를 심도있게 들여다 보면, 새 감독 후보군에서 굳이 배제될 이유도 없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7월 4일 슈틸리케 전임 감독의 뒤를 이어 신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부임 당시엔 "설사 월드컵 본선에서 탈락해도 신 감독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소방수 신태용 밖에 없다" "독만 남은 성배, 잘해야 본전인데" "총알받이 신 감독" 등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신 감독은 응원 받았다. 그러나 감독직을 수락한 직후부터는 곧 상황이 달라졌고, 신 감독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러시아 월드컵 한국 축구 대표팀 버스. 맨 앞 자리에 앉아있는 신태용 감독(왼쪽) /AFPBBNews=뉴스1 러시아 월드컵 한국 축구 대표팀 버스. 맨 앞 자리에 앉아있는 신태용 감독(왼쪽) /AFPBBNews=뉴스1


그는 지난해 8월 31일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시작으로 약 10개월 간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의 부임 기간 최종 A대표팀 성적은 7승 5무 9패(총 21경기). 총 26골을 터트렸으며, 27실점했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신태용 감독은 절체절명의 월드컵 최종예선 탈락 위기에서 소방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팀을 본선으로 이끌지 못할 경우, 자신의 커리어에 큰 흠집이 날 수 있었지만 그는 도전을 택했고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업적을 이뤄냈다.

이후 대표팀은 부침을 겪었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선 막바지엔 비난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콜롬비아를 안방에서 2-1로 물리치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12월 '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에서 중국과 2-2로 비긴 뒤 북한에 1-0으로 신승, 또 한 번 축구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을 4-1로 대파하며 우승, 기사회생했다. 지난 1월에는 해외파로만 대표팀을 꾸려 몰도바(1-0 승), 자메이카(2-2 무), 라트비아(1-0 승)를 차례로 상대했고, 3월에는 북아일랜드에 1-2, 폴란드에 2-3으로 각각 패했다. 월드컵 직전 4차례 평가전에서는 1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신 감독은 인터뷰 스킬 부족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유럽 오스트리아 1차 전지 훈련 기간에는 불필요한 '트릭'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평가전에서는 선수들의 등번호를 바꾸는 등 최대한 전력 노출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훈련도 비공개가 주를 이뤘다. 신 감독은 스웨덴과 1차전에 모든 초점을 맞춰 6개월 간 올인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결과는 0-1 패배였다. 외부 전력 노출 차단에 주력하기보다는 평가전에서 제대로 손발을 더 맞춰봤으면 좋았을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전을 앞두고 미소를 보였던 신태용 감독 /AFPBBNews=뉴스1 독일전을 앞두고 미소를 보였던 신태용 감독 /AFPBBNews=뉴스1


돌이켜보면 신태용 감독은 대체로 마지막에 약했다. 올림픽 8회 연속 진출 업적을 달성해놓고도 한일전에서 패해 고개 숙인 채 공항을 들어왔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대업을 이룬 뒤 헹가래를 받고도, 때아닌 히딩크 감독 부임설에 또 한 번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는 말 그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월드컵 3경기 모두 원정 분위기 속에서 힘들게 치를 수밖에 없었다. 상대 팀 팬들이 압도적으로 한국 응원단에 비해 많았다. 그 어려움 속에서 그래도 신태용호는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을 만한 경기도 보여줬다. 스웨덴과 멕시코에 각각 한 골 차로 패했지만 '한국은 결코 쉽게 이길 만한 팀이 아니다'란 건 상대 팀 수장들도 인정한 바다.

사실 독일전의 내용과 결과마저 안 좋았다면 한국은 또 한 명의 지도자를 벌써 잃었을 것이다. 불과 대표팀 감독은 맡은 지 10개월밖에 안 된 그였다. 이미 4년 전 한국 축구는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영웅 홍명보 감독을 잃었다. 최강희 감독의 뒤를 이어 홍 전 감독이 당시 대표팀을 맡았던 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본선에서 처참할 실패를 경험한 뒤 그는 지도자로선 여전히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 닮았다. 월드컵 1년여를 남기고 부랴부랴 이뤄지는 사령탑 교체. 그리고 이어지는 월드컵 본선 참패. 희생양 찾기 감독. 사령탑을 방패막이 삼아 책임 떠넘기기. 4년 전과 비슷하지 않은가. 신태용 감독도 분명 '제2의 홍명보 감독'이 될 뻔하다 독일전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독일전 종료 후 신태용 감독과 손흥민(왼쪽)이 포옹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독일전 종료 후 신태용 감독과 손흥민(왼쪽)이 포옹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기면 선수 탓, 못하면 감독 탓'으로만 봐야 할까. 신 감독이 지휘한 독일전을 발판으로 한국 축구는 분명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됐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의 말대로 너덜너덜해진 대표팀을 독일전에서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한 것도 감독의 리더십이다. 권위 의식 없는 신 감독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이 선수들의 투혼을 불러일으켰다는 것도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준비 기간 권창훈 이근호 김진수 김민재 염기훈 등의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신 감독은 이승우와 문선민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현재 세계적인 골키퍼로 칭송받고 있는 조현우도 신 감독의 결단이 없었다면 뛰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소집 기간과 평가전을 치르면서 전폭적인 응원보다는 흔드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신 감독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갔다.

신 감독은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팀 감독에 이어 U-20 청소년대표팀 감독, 그리고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3대 국대 감독 커리어'를 쌓은 감독이 됐다. 이런 경험을 한 지도자를 한국 축구계가 소중히 다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그는 9개월 만에 수비 조직력을 어느 정도 완성 시켰고, 전임 슈틸리케와 달리 역습에 최적화된 전술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스웨덴전에서는 비록 실패했지만, 멕시코와 독일을 상대로는 손흥민을 최전방에 기용, 상대 수비진을 항상 긴장하게 만들었다. 또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3백과 4백을 혼용하며 향후 '하이브리드 전술' 시도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내년 1월 5일부터 2월 1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에서 '2019 AFC 아시안컵'이 열린다. 늘 아시아의 호랑이를 자처하지만, 사실 한국은 1960년 이후 아시안컵에서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59년 만의 우승 도전. 아시안컵 우승과 한국 축구의 어린 세대들 파악, 현 대표팀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면 현재 대표팀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도 분명 강점이 있다.

이런 연유에서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의 새 사령탑 후보에서 배제될 이유도 없다.

신태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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