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게 꽃을 건넬때 내안의 신이 비로소 네 안의 신을 마주했다

[PAS 청년 해외봉사단 21기 하계 봉사활동 보고서]

최고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  2017.07.29 06:23
태평양아시아협회(PAS)가 6월 29일부터 7월23일까지 8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몽골(2팀), 우간다, 탄자니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네팔)에 9개팀의 제 21기 하계 월드프렌즈 청년봉사단을 파견, 각국에서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능교습 및 문화교류 활동을 전개했다. 스타뉴스는 하계방학기간을 활용하여 문화교류의 일선에 나선 대학생 봉사단원들의 현장 체험을 그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소개한다.


\'나마스떼\'란 인사말의 참의미를 알려준 천사같은 아이들. '나마스떼'란 인사말의 참의미를 알려준 천사같은 아이들.


‘나마스떼’ 네팔 인사말에는 ‘내 안이 신이 그대안의 신에게 인사 합니다‘라는 뜻이 들어 있듯 네팔에는 종교가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종교와 일상,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네팔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내가 살면서 네팔을 방문할 것이라 상상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던 만큼 네팔은 나에게 생소한 나라였다. 습하고 더운 나라 중 하나에 불과했다. 네팔에서의 일정은 매우 바빴고 예상과 준비대로 일정이 진행된 적이 없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영어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아이들이 수두룩해서 계획안 80퍼센트 이상이 변경 되었고 매일 팀원들과 회의를 하며 늦게 하루를 마무리를 해야 했다. 매일 고된 하루가 반복되었고 아이들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 교육에 들어가 아이들을 마주했을 때는 그들의 냄새에 숨이 턱 막혔다. 위생개념이 현저히 떨어져 씻지 않아 몸에서는 쉰내와 지린내가 가득했고, 손톱에는 까만 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교실에는 진드기들이 눈에 보일정도로 많아 이런 곳에서 3주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이들과 가까워지는데 한계를 느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배우려는 네팔 아이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배우려는 네팔 아이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그런 나날들을 보내던 중 명찰을 주고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쓰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한 학생이 자신의 명찰에 적은 것은 다름 아닌 팀원들의 이름이었다. 그 밑에 조그맣게 ‘my teacher, 나의 선생님’이라고 쓴 것을 발견한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그 무엇도 아닌 나를, 우리를 아이들은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고 따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동안 냄새로 아이들을 멀리했던 나 자신을 부끄럽고 후회스럽게 만들었다. 문화, 인종, 냄새 그 너머에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눈동자는 이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 뒤로 아이들과 좁혀진 마음의 거리 때문인지 냄새가 익숙해 진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냄새가 더 이상 역하지 않았다. 올 때마다 아이들이 수줍게 내 손에 쥐어 주던 작은 꽃송이에 담긴 그 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안다면 어찌 네팔 생활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을까. 마지막 날, 울음이 터져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왈칵 울음이 터져버렸다. 웃는 모습으로 아이들과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미안하긴 하지만 그 울음에 아이들의 아쉬움, 슬픔 등이 담겨 있음을 알기에 아이들의 눈물에 감사함을 보내고 싶다.

네팔 봉사는 내가 상상하던 한가롭고 편안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멈춰있는 시간 속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우기지만 비가 개고 햇빛이 날 때 오늘은 빨래가 잘 마르겠구나 하는 즐거움, 단수가 되지 않아 몸을 씻을 수 있다는 안도감, 가끔 하늘을 나는 새보다 높은 옥상에 앉아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논길을 지나가는 모습과 경치를 바라보며 느끼는 짧지만 달콤한 여유로움, 모두 한국에 있었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감정과 생활이었다.

우리들의 미숙한 부채춤. 작으나마 네팔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었길 바라본다. 우리들의 미숙한 부채춤. 작으나마 네팔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었길 바라본다.


청춘의 이름은 젊음과 도전이 있기에 더욱 찬란하다. 10년 후 미래의 나에게 봉사를 다시 떠날 수 있겠느냐 묻느냐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준비과정만큼 힘들고 피곤했던 생활이었다. 그러나 현재 청춘을 살아가는 23살의 ‘나’는 지금의 도전과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값진 도전이었고 보람 있던 시간이었다. 그 찬란한 시간을 맛보고 싶은 청춘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떠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3주라는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동안 각자 다른 색깔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지낸다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맞춰가면서 잘 마무리하게 도와준 팀원들과 단장, 부단장님께 감사하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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