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 칼럼] 60분짜리 축구?..야구의 약점을 찌르는 묘수

정희윤 SEI연구소 소장  |  2017.06.27 06:05
IFAB가 내놓은 \'60분 축구\'안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이명주의 플레이 모습.  IFAB가 내놓은 '60분 축구'안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이명주의 플레이 모습.


오래 전 일이다. 축구 보러 온 팬을 야구장으로 모시려고 갖은 수를 써봤지만 실패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두 종목 팬의 소비성향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게임의 승패가 갈리는 걸 즐긴다는 것 외에는 비슷한 점을 찾기가 어렵다.

한쪽은 공을 따라 22명이 뒤섞여 한꺼번에 움직이는 게임에서 묘미를 느끼는 팬이고 다른 쪽은 수비 팀 9명만 공을 따라 움직이며 펼치는 플레이에서 보는 재미를 붙여온 팬이다. 심지어 양 종목 팬은 서로 다른 종목을 재미없는 경기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규칙이 만든 선수들의 플레이가 팬의 취향을 가른 가장 큰 요소인 건 분명하지만 두 종목에는 경기시간이라는 또 다른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팬이 한 경기를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축구는 90분 안에 승패가 정해지지만 야구는 27명이 죽어야 끝나 약 3시간 가까이 걸린다. 두 종목의 짧거나 긴 경기시간은 비즈니스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짧고 자극적인 볼거리를 추구하는 요즘 소비추세에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지루한 상품’인 야구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90분이라는 축구의 정해진 시간은 상대적으로 강점이 된다. 그런데 경기침체기가 오면 같은 돈으로 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야구가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전반적으로 여가오락비가 줄면 소비자들이 찾는 대표적인 불황상품 중의 하나가 바로 야구다.

27명이 죽어야 끝나는 야구는 여가오락비가 주는 경기불황때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종목이다. LG 이천웅의 주루플레이 모습. 27명이 죽어야 끝나는 야구는 여가오락비가 주는 경기불황때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종목이다. LG 이천웅의 주루플레이 모습.


축구의 규칙을 다루는 IFAB가 이달 중순 축구경기시간을 90분에서 60분으로 줄이는 방안을 내놓은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라는 게 첫 느낌이었다. 요즘 소비추세를 따르는 전략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축구의 흠인 시간 끌기나 할리우드 액션을 줄이는 절묘한 한 수로 보인다. 통상 ‘아파트(APT)’로 불리는 ‘공이 살아있는 시간(Actual Playing Time)’도 60분에 채 못 미치는 실정이니 아예 공이 죽은 지루한 30분을 없애자는 취지이다. 아직 축구 보는 묘미를 잘 모르는 초보 팬들에게는 역동적인 60분이 지루한 90분보다는 오히려 어필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FIFA나 각 대륙의 연맹이 60분짜리 상품을 수용할 때 이 신제품이 출시되겠지만 제품의 본질에 변화를 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줄어든 경기시간이 축구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잘 조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비즈니스측면에서 이 신제품의 출시는 몇 가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관중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60분짜리 신제품이 초보 팬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티켓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스포츠 판의 큰 손인 방송사가 1/3이나 시간이 줄어든 프로그램을 과연 예전가격으로 살 것인가에 있다. 물론 두고 봐야겠지만 시청률만 확보된다면 킬러 콘텐츠를 놓고 방송사가 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경기장 매점사업도 영향을 받겠지만 원래 축구는 매점을 들락날락하면서 보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설사 수입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이를 보충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축구선수의 노동시간이 1/3이나 줄어든다면 대가(연봉)도 줄일 수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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