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 향상과는 무관한.. 새 책 '그 여자의 공감사전' 출간

김재동 기자  |  2018.04.09 14:38


“나에게 산다는 것의 정의는 자신만의 사전을 쓰고 그것을 거듭 수정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나이 쉰을 넘기고도 철들지 못한, 그리고 여전히 ‘커서 뭐가 될까?’를 궁금해한다는 여자, 칼럼니스트 이윤정의 에세이집 ‘그 여자의 공감사전’(272쪽·행성B)이 출간됐다.

2014년 말부터 2018년 3월까지 중앙SUNDAY S매거진 ‘공감대백과 사전’ ‘내맘대로 리스트’등에 연재한 글을 모아 만든 이 책은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은 낱말들을 작가식대로 정의하고 그 단어들을 특별하게 만든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책은 시종일관 위트있는 문장으로 기발한 낱말풀이를 해나간다. 빈둥빈둥대기가 너무 바빠 주말만은 약속을 잡을 수 없다는 그 여자는 정치인과 기업인을 향해 ‘빈둥거림의 양극화’를 해소해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2018년 새해 목표를 손톱손질로 정하고 ‘곰발바닥’ ‘솥뚜껑’으로 지칭되는 그 여자의 손이 환골탈태하면서 안겨줄 행복을 고대하기도 한다.

그 여자는 타인을 제물로 삼는 소박한 향연 ‘뒷담화’를 ‘사실은 타인에 대한 미움이라는 공감에서 시작해서 관찰력 향상으로 진화했다가 연대감으로 마무리되지만 결국은 자책감과 미안함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 여자는 ‘생태계의 나치’라는 오명을 감수하고 한밤 모기와의 전쟁에 나서기도 한다. 최후의 만찬을 즐긴 모기가 마침내 그 여자의 회심의 스매싱을 맞고 남긴 핏자국을 보면서 느낀 잠깐의 희열과 그 끝에 터득한 ‘세상은 넓고 모기는 많다’는 진리의 씁쓸함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생에서 만난 특별한 말들’이란 부제는 전적으로 그녀 개인사에 국한된 말들이겠지만 날카로운 통찰력을 위트와 유머로 버무려 읽는 이들로 하여금 키득이며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렇게 그 여자의 참신한 발상에 공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말은 보기만해도 설레고 어떤 말은 바라보면 슬프고 어떤 말엔 괜스레 미소짓게 된다. 보듬어 주고 싶은 말이 있고, 영 자신과 친해지지 못하는 말도 있고 그러다 화해하게 된 말도 있다. 또 시간이 지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같은 말을 다시 정의하게 되는 일도 있다. 말들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스쳐지나듯, 혹은 필연적으로 만나는 낱말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지금은 또 어떤 의미인지를 기록하면서 스스로를 탐구한다. 그 여자는 “말들과의 관계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하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 여자가 사전을 쓰는 이유다.

그 여자의 말처럼 ‘그 여자의 공감사전’이 독자들의 국어실력 향상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겠지만 소심한 여자의 색다른 시선은 천편일률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보는 해방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짬을 내서 오물오물 씹어볼만한 책.

‘그 여자’ 이윤정은 서울대 인류학과 졸업후 한국일보 등에서 10년 넘게 기자로 일했고 2003년부터 중앙SUNDAY와 중앙일보 등에 영화, TV 등 대중문화 칼럼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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