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 케이로스, 기자회견장서 이란 기자와 '몸싸움 일보 직전' [亞컵현장]

알아인(UAE)=김우종 기자  |  2019.01.29 11:05
케이로스(오른쪽 2번째) 감독이 기자회견 뒤 한 이란 기자(맨 왼쪽)와 몸싸움 일보 직전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케이로스(오른쪽 2번째) 감독이 기자회견 뒤 한 이란 기자(맨 왼쪽)와 몸싸움 일보 직전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모잠비크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66·국적 포르투갈) 이란 축구 대표팀 감독이 참패 후 이란 기자의 날선 질문에 끝내 분노를 터트렸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9위)은 지난 2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아인에 위치한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2만2362명 입장)서 열린 일본 축구 대표팀(50위)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2011년 카타르 대회 우승 이후 결승 진출에 성공, 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아랍에미리트-카타르전 승자와 오는 2월1일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반면 이란은 또 4강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란은 1976년 이후 43년 동안 이 대회 우승을 하지 못했다.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이 열렸다. 관례대로 패장이 먼저 들어왔다. 케이로스 감독은 주머니에 한 손을 넣은 채 단상에 올랐다. 표정은 침울했다. 다만 처음에 통역과 함께 오지 않아 잠시 기다려야만 했다. 2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케이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윽고 이란 통역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공식기자회견이 시작됐다.

먼저 케이로스 감독은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많은 이야기를 할 것 없이 매우 치열한 경기였다. 다른 스타일의 팀이 서로 균형을 이룬 채 격돌했다. 순진한(innocent) 우리 팀의 실수로 무너졌다. 선제골을 내주고 정신적으로 가라앉았다"고 했다.

이어 "최고의 팀이 승리하는 법이다. 최고의 팀이 결승에 갈 자격이 있다. 일본은 결승에 충분히 갈 만한 팀이었다. 일본의 결승 진출을 축하한다"고 인사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8년간 함께했던 이란 대표팀을 떠날 예정이다.

총평을 끝낸 가운데, 취재진으로 마이크가 넘어갔다. 분위기가 갑자기 살벌해졌다. 한 이란 기자가 가장 먼저 "당신은 월드컵에서 2차례, 아시안컵에서 2차례 팀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못 이겼다.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왜 우리가 못 이겼냐"고 날선 질문을 했다.

케이로스는 침착함을 잃지 않은 채 "우리 선수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자랑스럽다. 환상적이었다. 유명한 노래 가사를 빌려 표현하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And now the end is here'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난 매우 행복하다. 그리고 '내 방식대로 했다( I did it my way)'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란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더욱 특별한 인사는 우리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 선수들을 존경하고 정말 많이 고맙다"며 다소 감상에 젖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 다음 이란 기자의 질문에 케이로스도 감정이 폭발했다. 한 이란 기자가 "오늘 전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지난 8년 동안 당신의 역할이 뭐였는가"라고 물었다. 풀어 말하면 '당신이 대체 한 게 뭔가'라고 들릴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러자 케이로스 감독도 목소리를 높이며 "지난 8년간 나는 경기장 안팎에서 일어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내 역할이었다"면서 "내가 역으로 묻고 싶다. 당신(취재진)은 그 기간 동안 뭘 했나. 침묵하거나 흔드는 것? 그 이상은 없지 않았나. 그러는 동안 나는 당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팀을 위해 싸웠다"고 맞받아쳤다.

그리고 케이로스는 계속해서 그 질문을 한 이란 기자를 노려봤다. 결국 기자회견이 다 끝난 뒤 일이 터졌다. 케이로스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난 뒤 그 기자를 노려보면서 무언가 계속 말을 건넸다. 이란 기자 역시 지지 않고 갑자기 일어나 케이로스 감독을 향해 다가갔다.

몸싸움 일보 직전의 순간. 그러나 AFC 관계자와 이란 통역이 케이로스 감독을 끌어 당기며 말렸고, 더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대 소란을 뒤로 한 채 케이로스 감독은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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