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유해진·류준열, 80년 광주로 간 드림트리오③

김현록 기자  |  2017.07.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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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의 송강호, 듬직한 유해진, 그리고 젊은 피 류준열. 믿음직한 세 명의 배우가 광주를 누비는 연두색 택시에 올랐다.

오는 8월 2일 개봉을 앞둔 올 여름 기대작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 램프)는 1980년 광주를 담는 오랜만의 영화다. 취재를 위해 위험천만한 광주로 떠난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둘러싼 평범한 대한민국 소시민들의 눈으로 광주를 바라본다.

친근한 얼굴로 다가 와 결국 마음을 흔들어 놓고야 마는 배우, 송강호 유해진 그리고 류준열이 바로 그들이 되었다. "이것은 광주의 비극 이야기가 아니라 그곳에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택시운전사'에 그들만한 드림팀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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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로 간 택시운전사, 송강호

'택시운전사'라는 제목답게 영화의 무게중심은 광주로 간 서울 택시기사 김만섭에게 쏠려 있다. 이미 '의형제'(2010)로 장훈 감독과 인연이 있던 배우 송강호가 만섭 역을 맡았다.

극중 만섭은 셋방살이를 하며 11살 난 딸을 키우는 홀아비 택시운전사. 월세가 밀린 찰나,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통금 전에 돌아오기만 하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냉큼 광주로 떠난다.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익힌 짧은 영어 탓에 독일 기자 피터와 의사소통은 되다 안 되다 하는 처지다.

시위대를 보며 '대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저 짓거리 한다'고 혀를 끌끌 차던, 그저 셋방살이를 탈출해 귀여운 딸과 오손도손 사는 게 꿈이던 평범한 택시운전사의 마음은 뜻밖의 곳에서 무너진다. 그는 검문소를 뚫고 길을 돌고 돌아 광주에 입성해서까지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정 많고 소박한 광주의 사람들을 직접 겪고,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을 직접 목격하면서야 그는 아무 말 못한 채 그저 입을 떡 벌린다.

'택시운전사'는 '변호인'(2013)과 '사도'(2015), '밀정'(2016)을 통해 실제 사건, 실존 인물들을 거푸 그려내 온 송강호 최근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강호는 과장도 양념도 한 줌 들어가지 않은 표정만으로 그가 받은 충격과 상처를 그려 보인다. 그리고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에 온 택시운전사로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은 "사람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울분을 토하며 재판장에 들어가던 '변호인'(2013)의 변호사 송우석을 연상시키지만, '택시운전사'의 만섭은 울분조차 삼킨 채 묵묵히 광주의 시민들과 함께할 뿐이다. 허겁지겁 국수를 먹다가, 딸에게 전한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한 마디가 가슴을 친다.

언론시사회에서 송강호는 광주와 관련한 경험담을 고백하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80년, '폭도를 진압했다'는 라디오 뉴스를 듣고 안심했었다고 밝힌 송강호는 "나름 부족했지만, 마음의 빚이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작은 빚이라도 덜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송강호의 그 진심이 만섭의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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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살던 택시운전사, 유해진

택시를 타고 먼 길을 달려 광주에 온 만섭과 피터를 맞이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은 묘하다. 어지러운 풍경과 텅 빈 거리. 군용 트럭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중심가로 향하는 해맑은 청년들. 고개를 갸웃거리던 만섭은 부상자들이 가득한 병원에 도착해서야 조금씩 그 실상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이게 뭔가' 싶은 만섭과 갈 곳 없는 피터를 집으로 데려가 정성어린 한 상을 대접하는 광주 토박이 택시운전사 황태술은 80년 평범한 광주 시민을 대변하는 캐릭터. 정 많고 사람 좋은 가장이면서, 광주의 참상이 바깥으론 전혀 전해지지 않는 데 분통을 터뜨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배우 유해진이 그를 그렸다.

유해진은 지난해 '럭키'(2016), '공조'(2017)를 연거푸 성공시키며 원톱 주인공으로 톡톡히 존재감을 드러낸 흥행의 아이콘. 이번 '택시운전사'에서는 홀로 존재감을 떨치는 대신 소박하고도 담담한 조력자로 돌아가 극에 녹아들었다. 역할이 바뀌었어도 유해진 특유의 매력과 온기는 여전하다.

이마를 덮은 덥수룩한 80년대 헤어스타일과 플랫칼라 셔츠 차림으로 스윽 나타난 유해진의 첫 모습은 은 보는 것만으로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키는 유해진은 어떤 인물이든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특별한 능력을 '택시운전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인다.

티격태격하는 동료 운전사와 만섭, 피터를 지켜보다가 구수한 사투리로 슬그머니 끼어드는 능청스러움. 상다리 휘어지는 푸짐한 저녁상 앞에서 '차린 게 없다'는 옛날 사람의 겸양, 생명이 위협당하는 위태로운 순간에도 "여기는 여기 사람에게 맡기라"며 웃음짓는 배려. 유해진 특유의 인간미가 듬뿍 묻은 황태술의 모습은 80년 광주란 긴박한 상황에도 여유와 쉴 틈을 만들어준다. 그 아닌 황태술을 어찌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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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해서 더 아픈 젊음, 류준열

그리고 또 한 명의 광주사람이 있다.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 지 모른 채,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거리로 나갔던 평범한 광주 청년 재식. 배우 류준열이 재식 역을 맡아 '택시운전사'에 힘을 더했다.

독립영화계의 신성으로 주목받기 시작,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 이후 젊은 대세 배우로 급부상한 류준열은 작품마다 각기 다른 청춘의 모습을 그려 왔다. '응팔'의 정환처럼 진심을 숨긴 츤데레 모범생부터 '소셜포비아'(2015)의 생양아치 BJ까지 다채롭게 젊음을 변주해 온 그는 '택시운전사'에선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됐다.

류준열이 맡은 재식은 시위대 중 유일하게 영어회화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피터의 통역을 돕게 되고, 만섭의 택시에 동승해 광주에서의 하루를 함께한다. 그저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어 대학생이 됐다는 대학생 재식은 빨갱이도, 운동권도, 더더욱이 폭도도 아니다.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밤에도 신나는 유행가 한 소절을 불러제끼는 천진한 젊음일 뿐이다.

친근하고도 사랑스러운, 그러나 심지 굳은 류준열의 모습은 순박하고도 천연덕스러운 재식과 이물감 없이 어우러진다. 그리고 더욱 극적으로 광주의 비극을 되새기게 한다. 숨가쁜 행보로 스크린을 사로잡아 온 류준열에게 '택시운전사'는 또 다른 대표작이 될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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