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가 답했다..'옥자'의 옥자는 어떻게 만들어졌나②

칸에서 만난 '옥자'의 봉준호 감독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2017.05.21 07:12
/사진=\'옥자\' 예고편 캡처 /사진='옥자' 예고편 캡처


-제목이 왜 '옥자'인가.

▶김성수 감독님께서 '봉감독 다음 작품이 뭐야' 하시기에 '옥자입니다' 했더니 '내 어머님이 옥자인데' 하시더라.(웃음) 실제 어머니 세대에 많이 있는 이름이다. 실제 옥자에게 죄송하지만 극한의 촌스러운 이름을 붙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미자도 극중 할아버지 변희봉 선생님이 붙인 이름이 아닐까. 그런 옥자란 이름의 동물이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의 동물인 것이다.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되게 안 어울리는 것을 섞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 반응이 '제목은 '옥자'인데 틸다 스윈튼 나오고 제이크 질렌할 나오고 뭐냐' 이런 질문을 초창기 들었다. 저는 오히려 그런 반응을 즐긴다. 가장 촌스런 작명. 그외에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옥자는 어떻게 디자인했나.

▶덩치는 큰데 내성적인 얼굴, 억울하게 생긴 얼굴을 생각했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도 있고 사랑하는 것도 있고, 옥자의 모든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괴물' 크리처를 디자인한 장희철씨가 디자인했다. 가장 수줍고 순한 순둥이, 남이 공격해도 당하기만 하는 억울하고 순한 동물의 인상을 만들어보자 했다. 돼지 하마 코끼리 여러가지 요소들이 다 섞여 있는데 얼굴의 느낌은 매너티의 얼굴에서 가져왔다. 플로리다에 가면 매너티가 있다. 매너티 얼굴을 많이 가미했다. 그 사진을 수십장 줬다.

-옥자의 목소리는 어떻게.

▶배우 이정은씨다. '옥자' 목소리의 30%는 그 분 목소리를 변조해서 들어갔다. '괴물' 목소리를 오달수가 했듯이 옥자는 여성이다 보니까. 얼굴도 나오시라고 특별출연으로 나온다. '마더'에서도 소녀 장례식신에서 나온다. 앞으로도 많이 할 것 같다. '빨래'에서 압도적 뮤지컬연기를 했다. 목소리를 탁월하게 콘트롤한다는 것이다. 옥자 목소리 역할을 부탁드렸는데 너무 많이 몰입하셔서 미안했다. '어제 하루 종일 돼지 다큐를 봤어.'(웃음)

관련 동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클라리넷 같은 건 부는 호흡인데 오보에는 들이마시면서 연주를 해야 해 연주자들이 힘들다. 돼지소리를 내려면 들이마셔야 한다. 녹음실에서 그걸 감정을 실어서 엄청 집중해서 하셔야 한다. 메이킹필름을 보시면 감탄하실 것이다. 이정은씨 덕분에 섬세한 감정을 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사운드 디자이너가 있는데, 갱년기라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데… 데이브 와이트헤드라고 '디스트릭트9' '반지의 제왕' 한 친구인데 사운드 디자인을 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는 특이종이 있지 않나. 거기에 있는 이상한 돼지 소리를 따서 변주해서 사용했다.

-꽤 끔찍한 장면이 있다.

▶이 영화를 왜 넷플릭스랑 했냐고 하면,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하고는 애초 접촉하지 않았다. 너무 부담스러운 예산이다. 500억을 넘어간다. 전체 한국영화산업에서 돌아가는 크기가 있는데 이것 때문에 50억 60억짜리 영화 10편이 스톱된다. 물론 농담 섞인 자리였지만 '설국열차'때 후배 프로듀서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동료에게 민폐 끼치지 말고 외국 투자를 받아야겠다 생각했다. 미국에서 벌어진 양상은 이랬다. 진취적인 인디 투자사는 예산 이야기를 들으면 한 발 뒤로 빠진다. 반대로 전통적인 큰 스튜디오들 입장에서 큰 예산 영화는 아니다. 돈은 충분한데 이 시나리오에 대해서 방금 들어 멈칫멈칫하는 거다. ''ET'처럼 아름다운 구석이 있는데 그렇게 가면 어떠니. PG-13 영화를 만들자' 이런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 영화를 원하는 예산을 제공할 수 있으면서 시나리오도 좋아했다. 편집권도 네꺼고 R등급도 좋다. 피 철철 넘쳐도 괜찮다. 욕도 상관없다고.(웃음)

-칸에 오기 전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라간 기분'이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새카맣게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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