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사드갈등-영화]한한령 여파? 익명 요구할수밖에 없는 영화제작자 인터뷰②

[★리포트] 스타뉴스 특별기획

김현록 기자  |  2017.03.23 10:00

편집자주 | 최대 한류 시장 중국이 얼어 붙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한국 배치에 따라 이른바 '한한령'(한류 제재 조치)이 내려지면서 양국간 교류는 끊겼다. K팝 가수들의 중국 공연은 불가능해졌고, 한국 드라마의 중국 수출길도 막혔다. 한국 영화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만 피해자는 아니다. 중국 역시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국내 연예계에 투자한 중국 투자자들 역시 이를 회수할 길이 없어진 것. 스타뉴스는 한중 사드갈등에 따른 피해를 짚어보고 해결 가능성에 대해 살펴봤다.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한한령(限韓令), 이른바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의 파장이 영화계에도 미치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두고 벌어진 한중의 갈등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중국은 뚜렷한 근거를 내세우지 않은 채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혹은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콘텐츠의 중국 내 송출, 상영에 퇴짜를 놓고 있다.

한국영화계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달 초부터 본격 한한령 피해사례를 조사 중인 영진위 측은 "관계자들이 피해가 있더라도 밝히길 꺼리는 편"이라며 "현재 협력 관계나 합작 프로젝트 등이 보류, 중단됐다 하더라도 향후 언제든 재개될 가능성이 있어 더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영진위로서도 피해 조사 이후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한 관계자는 "시장 다변화 등을 당연히 모색하지만, 정치적 상황이 주원인인데 이를 업계 차원에서 해결하긴 어려운 노릇"이라고 난감해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제작자는 비교적 비관적으로 현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역시 제작사나 배급사 명이 언급되지 않기를 재차 당부했다. 크고 작은 히트작을 선보여 온 한국영화계의 중견 제작자지만 그도 한한령 여파에 추진 중이던 한중합작 프로젝트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가 상황을 낙관하지 않는 것은 사드 배치 때문에 생긴 한중의 갈등 상황이 정권이 교체된다 해서 드라마틱하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한국 영화 제작 인력들의 대체재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면 '한한령'이 해소된 이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 어렵지 않겠냐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중국의 한한령, 이른바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영화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한령이 한국 콘텐츠를 중국에서 금지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저 우리나라 영화를 수출해서 중국에서 외국영화 쿼터를 얻어 개봉하기 어렵다는 차원은 아니다. 그간 많은 충무로 인력이 중국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해 왔다. 한한령으로 그런 분들이 중국에 가지 못하게 되고 배우들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한국 원안을 중국에서 사 가서 제작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 모두가 쉽지 않다.

-그간 한국 영화계가 중국을 새로운 시장, 대안으로 보고 여러 협력을 모색해 온 게 사실이라 더 충격이 있을 듯하다.

▶한국의 영화 제작 능력은 어쩌면 정점에 올라 있다 할 수 있다. 그것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상황이었다. 아직까지 중국이 갖추지 못한 것을 채워주는 것이다. 알다시피 중국은 북미를 곧 앞설 것으로 전망되는 거대한 영화시장이고, 완다그룹이 레전더리픽쳐스를 인수하는 등 상당한 자금을 가지고 할리우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가 중국 시장에서 제작에 일익을 담당하며 자연스럽게 중국을 통해 할리우드, 전세계에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색한 거다. 전세계 마케팅적 입장에서 한국영화는 아직 제3세계 영화 취급을 받는 게 사실이다.

-중국내 한한령으로 실제 그같은 움직임이 크게 위축됐고 기대 또한 꺾인 모습이다.

▶우리 회사가 진행하던 한중합작 프로젝트는 현재 시나리오 개발이 아직 끝나지 않은 단계다. 일단은 그 때문에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아무래도 한한령 분위기가 있다보니까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도 중국에서 영화 작업을 하면서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려고 했던 인력들이 많았는데 제작을 목전에 두고 일이 중단되거나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이야 중국에서 한국 불매운동까지 대놓고 하는 형편이지만 좋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 건 지난해부터다. 김기덕 감독이 중국 영화 연출을 검토하다 흐지부지된 사례도 있고, 꼭 유명한 감독이 아니더라도 당장 한국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의 리더가 된다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하물며 배우들은 어떻겠나. 다만 상황이 달라지면 뭔가를 다시 도모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언급하길 조심스러워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영화계 전반이 한한령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 그간 여러 제작사, 엔터사, 투자배급사 등도 중국 자금을 받아 뭔가를 만들어내고 또 산업도 회사도 키우고 하지 않았나. 엔터 산업 전체가 중국 자금으로 활력을 모색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자본이 펀드, 한국영화 투자 등에 쓰이면 우리의 산업 자체도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중국 자금의 유입이 줄어들면 그만큼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혹 갈등이 해소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들이라고 보는지?

▶물론 상황은 일시적이겠지만 그 여파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 사이 중국에서 한국을 대체할 다른 대안이 생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드 배치가 급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이 모든 일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조금씩 서로가 무뎌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텐데 현 상황 또한 단기간 안에 바뀌리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중국 스스로도 자국 영화를 스스로 만드는 실력을 점차 갖춰가게 할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 홍콩, 대만, 일본 등의 인력이나 기술이 엄청나게 인기를 누리다 시들해진 사례가 있다. 그런 식으로 한국 영화 인력에 대한 대체재가 갖춰진다면 향후 한한령이 풀려도 이전처럼 중국 영화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영화 쪽은 인력이나 기술 모두를 중국이 자체적으로 수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학습하고 성장하는 인력이 상당하고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도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만 등 인근 국가 인력이 대체재가 될 수도 있고.

-대안은 없을까.

▶우리 영화의 가장 큰 해외시장이 중국이었는데, 한국 시장 안에서 우리 영화를 만들어 선보일 수는 있겠지만 한한령으로 바뀐 시장과 외부환경의 영향은 있을 것이다. 더 고민하고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1년에 2조2000억이 넘는 규모의 영화 시장이 있다. 2억명 이상의 관객이 있고 그들의 50% 이상이 우리나라 영화를 관람하는 자체 시장이다. 이 악물고 우리끼리 해야 한다. 자국시장 내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자생력을, 또 그밖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CJ 경우는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서 자국영화를 만드는 기획을 하고, '수상한 그녀' 프로젝트 등을 나라 별로 선보이기도 하지 않았나.

-그 가운데서도 방법을 찾는다면, 희망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비교적 비관적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는 중국 업체 지사들이 있다. 현재는 투자 등을 못 하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한국 영화시장이나 콘텐츠 시장에 투자하고 또 깊숙이 개입하려는 의도로 들어와 있는 부분도 있다. 중국 쪽이야 편법을 많이 쓰니까, 이런저런 방법으로 한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도 하더라. 전폭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모든 게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어쨌거나 중국의 자본으로 영화 산업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또 다른 뭔가가 열릴 수 있다. 하나씩 풀어가며 선례를 남기고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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