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기X김새론 '눈길', 이 소녀들의 아픔에 눈 감으시겠습니까

[리뷰]'눈길'

김미화 기자  |  2017.02.14 18:19
/사진=\'눈길\' 포스터 /사진='눈길' 포스터


일제 강점기의 역사는 우리 민족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역사다. 이미 수 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고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 당시 위안부로 고통받았던 소녀들은 백발의 할머니가 됐고, 고통 속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영화 '눈길'(감독 이나정)은 평범했던 두 소녀의 일상에 '위안부'라는 아픈 역사를 투영시킨다.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 분)과 영애(김새론 분)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감동 드라마다. 영애는 학교도 다니고 글도 읽을 줄 아는 부잣집 막내딸이다. 쌀밥을 많이 먹는 것이 소원인 가난한 소녀 종분은 그런 영애를 동경하며, 영애의 오빠를 짝사랑하는 씩씩한 소녀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던 두 소녀는 일본군에 끌려가게 되고, 끔찍한 곳에서 운명을 함께하게 된다. 두 소녀의 삶은 너무도 달랐지만, 함께 겪은 비극은 같았다. '눈길'은 위안부 문제가 갖고 있는 성적이거나 선정적인 모습으로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다. 아직 어린 아역배우 김새론, 김향기를 내세워 소녀들이 느끼는 고통과 절망에 집중하며 관객을 아프게 만든다.

/사진=영화 스틸컷 /사진=영화 스틸컷


동갑내기인 두 배우는 확실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잡고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김향기는 야무지고 씩씩한 종분으로, 김새론은 완벽한 소녀에서 나락에 떨어진 영애로 분해 함께 어우러진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 두 소녀는 침착한 연기와 뜨거운 감정표현으로 관객의 눈시울을 붉힌다. 또한 종분의 현재 모습을 연기한 배우 김영옥 역시 아픔을 겪고도 담담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위안부 할머니의 일상을 보여주며 관객을 끌어당긴다.

어린 두 소녀가 그 모진 곳으로 끌려가 두 눈을 뜨고 지옥 같은 삶을 사는 것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아직 어린 김향기 김새론이 이런 힘든 연기를 어떻게 소화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당시 실제로 15세 정도의 소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실제로 이런 고통을 겪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울분이 솟아오른다.

다만 어린 두 소녀가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실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다행이다. 영화는 폭력의 순간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폭력 뒤의 감정을 건드린다. 이나정 감독은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였다"라며 "미성년 배우들과 촬영하는 만큼, 어떻게 상처 입지 않고 촬영할 수 있나 공부했다. 가해자 일본군과 피해자 소녀들이 만나지 않게 하고, 소품도 손에 닿지 않도록 분리해서 촬영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영화 스틸컷 /사진=영화 스틸컷


우리에게 위안부 문제는 잘 알려진 문제고 익숙한 문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알지 못한다. 나와 같이 평범했던 소녀들이 당했을 고통을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보고 나면 이런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화는 3.1 절에 개봉한다. 이미 지난 2015년 KBS 3.1절 특선 드라마로 방송됐던 '눈길'은 영화로 재탄생 돼 이번에는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3월 1일에는 '귀향'이 있었다. 평소에는 잊고 살지만, 3.1절 만이라도 이 소녀들을 기억해 달라는게 아닐까. 3월 1일 개봉. 러닝타임 121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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