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민정 "조덕제 성추행 이후 2차 가해..비방·모욕 힘들다"(인터뷰②)

김미화 기자  |  2018.10.02 11:00
배우 반민정 /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반민정 /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반민정(38)이 최근 4년간 이어져 오던 조덕제와 법적 공방을 끝냈다. 2014년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중 생긴 조덕제의 ‘강제추행치상 및 무고’ 재판 결과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조덕제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조덕제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SNS에 메이킹 영상과 사건영상의 일부를 올리며, 지속적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민정을 직접 만나 해당 동영상에 대한 이야기와 대법원 판결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 물었다.

인터뷰①에 이어서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자신의 신분을 노출 시킬 의무가 없다. 대법원 판결 직후 직접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 저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면 앞으로 계속 가해자의 사진 옆에 내 사진이 붙겠지 생각했어요. 솔직히 그게 너무 힘들고, 죽을 때까지 같이 이름이 언급되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4년 동안 조덕제가 왜곡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당당하지 않아서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에게는 잊힐 권리도 있어요. 그러나 현 상황은 가해자인 조덕제가 주도하는 2차 가해마저 너무 심각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4년이면 정말 긴 시간이다. 배우로서 활동도 힘들었을 것 같다.

▶ 저는 이번 일이 잊혀지지 않고 영화계의 뜻깊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영화쪽 일이나 배우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일터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낸 용기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위안과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해자는 지금도 SNS에 동영상을 올리며, 법원 판결 후에도 가해를 계속하고 있지만 울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저도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구설수에 올랐다는 이유로 저의 일터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아요. 제 일터에서 살아남아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법원 판결 후에도 사건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상태는 어떤가

▶ 사실 대법원 판결 나면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추가 가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조덕제 뿐 아니라. 특정인들이 지속적으로 저에 대한 허위의 글을 게시하고 비방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한 인신공격, 모욕, 허위사실 유포를 계속하고 있어요. 이들은 대부분 조덕제 카페 회원들이에요. 인신공격으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자신의 가족들 아이디를 이용해서 조덕제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각 포털사이트에서 다중의 아이디로 저에 대한 추가 가해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심으로 사과하시는 분은 선처해드렸어요. 하지만 상습적, 지속적으로, 다중의 아이디를 이용해 이런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는 선처없이 강경대응할 생각입니다.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있다.

▶ 저는 법에 대해서 몰라요. 처음에는 제가 당한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두려웠고. 그 당시 무서워서 혼자 경찰서에 가서 가명으로 신고했고, 경찰에서 저에게 국선 변호사를 붙여줘서 재판을 시작했어요. 가해자가 무죄로 판결 났던 1심 재판에서는 제가 딱 한 번 증인으로 간 것 외에는 참여도 안 했어요. 2016년 4월에 피해자 증인 신문하고 그해 7월 정도에 선고하기로 했는데 조덕제가 재판 연장을 요구하며 이재포가 쓴 허위기사로 '피해자가 꽃뱀'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제가 돈을 밝히는 사람이라고 인신공격을 했어요. 1심은 조덕제가 자신의 SNS를 통해 말했듯이, 사건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법적 다툼보다는 제가 어떤 여자인지를 검증했던 재판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일정 부분 1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피해자가 이상한 여자라고 몰아가는 전형적인 수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반민정 /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반민정 / 사진=김창현 기자


항소심은 재판 과정에서 1심과 가장 달랐던 것은 무언인가.

▶ 항소심 들어서 저는 사건 당시의 상황 전달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판사님의 요구대로 1심에서는 하지 않았던, 사건 영상을 직접 보면서 신문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법정에서 당시 있었던 일을 복기하며 영상 장면 하나 하나에 대해 진술했어요. 물론 가해자도 그 영상을 보면서 초 단위로 진술했고요. 1심에서는 없었던 과정이었죠. 그에 비해 조덕제는 이재포의 매니저 출신이었던 김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해서 또다시 제가 어떤 여자인지를 입증하려고 했습니다. 조덕제가 주장하는 것처럼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증거로 인해 항소심 판결이 바뀐 것입니다.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은 프로인 변호사들의 반대신문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직간접 증거자료들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인정 여부가 결정되는 겁니다. 제 주장의 신빙성이 인정된 것은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형사 소송의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계속해서 법적 싸움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서 저는 강제추행치상으로 조덕제를 경찰에 신고한 것 외에는 없어요. 조덕제가 수사과정에서 제게 건 민사손해배상에 대한 반소 정도가 다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항소심 선고 이후의 조덕제의 '2차 가해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적 싸움을 진행 중입니다. 이재포 사건 역시 형사만 진행 중이고 민사는 걸지 않았습니다. 이번주 목요일에 이재포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중들이 왜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 조덕제는 본인이 가난한 단역배우라고 주장하며, 제가 갑의 위치에서 '기분이 나빠서 고소했다'라고 몰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영화계에서 위계질서는 주연 조연이 아니라, 나이이고, 경력이고, 선후배입니다. 영화 촬영할 때도 조덕제가 더 위였고 감독님과 반말까지 하는 친한 사이였습니다. 저의 외향적인 이미지와 결합 시켜서 가해자가 저를 '갈취녀', '보험사기녀', '사칭녀'로 만들다 보니 피해자가 어떤 말을 해도 안 믿어주시는 것 같아요. 2차 가해 때문에 더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언론도 사실 확인된 내용을 보도해주시면 좋겠어요.

힘든 상황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반민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4년 동안 엄중하게 법적 절차 밟아서 피해 사실과 가해자의 범죄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조덕제는 이미 저를 '무고'로 고소했으나, 검찰이 이를 보복성으로 인식해 오히려 조덕제에게 '무고'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고, 법원 역시 조덕제가 무고죄의 가해자임을 인정했습니다. 부디 이 사건에 대해 조덕제의 일방적인 말만 수용하지 말아주십시오. 제발 언론도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접근해 주시기를 아울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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