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불펜 조마조마... 현진아, 네가 더 길게 던져라"

신화섭 기자  |  2019.04.04 05:08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32·LA 다저스)이 지난 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홈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성적(7이닝 6피안타 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2실점, 투구수 87)은 좋았지만 사실 지난달 29일 애리조나와 개막전 때와 비교하면 공의 위력이 다소 무뎌진 느낌이었다. 빠른 볼의 속도감이나 회전이 덜 해 보였다.


그래서 이날 더욱 빛난 것이 바로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구위가 다소 좋지 않은 날도 이렇게 잘 막아내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그동안 헌터 펜스가 류현진의 공을 잘 쳤다고 알려져 있다. 펜스는 올 해 텍사스로 이적했지만, 사실 2번 브랜던 벨트, 3번 에번 롱고리아, 5번 브랜던 크로퍼드 등도 류현진에게 강한 타자들이다. 특히 롱고리아는 장타력까지 갖췄다.

그래서 이날 경기 1회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류현진은 벨트에게 92마일(약 148km) 직구로 3구 삼진을 잡아냈고, 롱고리아 역시 체인지업과 커터를 섞어 던지며 4구 만에 루킹 삼진을 뺏어냈다. 1회를 무사히 마친 것이 경기를 순조롭게 풀어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3회말 다저스가 5점을 뽑은 뒤 맞은 4회초에는 류현진의 기가 막힌 수비가 나왔다. 벨트의 내야 깊숙한 타구를 다저스 2루수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잘 잡았는데 1루수 맥시 먼스가 공을 따라가는 바람에 베이스가 비어 있었다. 이 때 류현진이 무척 빠르게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다. 어려운 플레이였는데 그림 같은 수비를 펼쳤다. 덕분에 투구 수도 줄일 수 있었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 /AFPBBNews=뉴스1
경기 뒤 전화를 걸어온 류현진에게 “6회 매디슨 범가너에게 홈런 맞은 공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류현진은 “커터였는데 가운데 높이 들어갔다”고 답했다. 어쩔 수 없었다. 범가너는 메이저리그 투수 중에선 최고로 타격을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요한 장면은 그 직후였다. 범가너의 투런 홈런 뒤 류현진은 스티븐 두거와 벨트에게 연거푸 안타를 맞고 흔들렸다. 거기서 롱고리아와 대결이 압권이었다. 타자가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나 커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0볼-2스트라이크에서 3구째에 91마일(약 146km) 포심 패스트볼을 꽂아 넣어 삼진을 잡아냈다. 후속 버스터 포지도 3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최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선 류현진이 포수 러셀 마틴의 볼 배합에 몇 차례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류현진에게 “마틴과 호흡이 어떠냐”고 묻자 “괜찮다. 아직 처음이라 더 같이 해봐야 하지만 잘 맞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저스 불펜은 무척 불안해 보였다. 9회에 마무리 켈리 젠슨이 6-5까지 쫓기면서 하마터면 류현진의 승리가 날아갈 뻔했다. 류현진에게 “조마조마해서 못 보겠더라. 네가 좀더 길게 던져야겠다”고 걱정을 전했다.

류현진은 주로 승리투수가 되는 날에 필자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가 오는 날은 이기는 날이다. 그래서 한 마디 덧붙였다. “앞으로도 전화를 자주 걸어오면 좋겠다”고.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KBO리그 쌍방울-OB(두산)-한화 감독을 거치면서 한국시리즈 2회 우승을 이뤄냈고, 대표팀 사령탑으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 우승 등 빛나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WBC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류현진(LA 다저스)과는 한화 감독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2018년 결혼식의 주례를 맡는 등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타뉴스는 2019시즌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통)'을 연재해 깊이 있고 수준 높은 MLB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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