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AFPBBNews=뉴스1
그래서 이날 더욱 빛난 것이 바로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구위가 다소 좋지 않은 날도 이렇게 잘 막아내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그동안 헌터 펜스가 류현진의 공을 잘 쳤다고 알려져 있다. 펜스는 올 해 텍사스로 이적했지만, 사실 2번 브랜던 벨트, 3번 에번 롱고리아, 5번 브랜던 크로퍼드 등도 류현진에게 강한 타자들이다. 특히 롱고리아는 장타력까지 갖췄다.
그래서 이날 경기 1회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류현진은 벨트에게 92마일(약 148km) 직구로 3구 삼진을 잡아냈고, 롱고리아 역시 체인지업과 커터를 섞어 던지며 4구 만에 루킹 삼진을 뺏어냈다. 1회를 무사히 마친 것이 경기를 순조롭게 풀어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3회말 다저스가 5점을 뽑은 뒤 맞은 4회초에는 류현진의 기가 막힌 수비가 나왔다. 벨트의 내야 깊숙한 타구를 다저스 2루수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잘 잡았는데 1루수 맥시 먼스가 공을 따라가는 바람에 베이스가 비어 있었다. 이 때 류현진이 무척 빠르게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다. 어려운 플레이였는데 그림 같은 수비를 펼쳤다. 덕분에 투구 수도 줄일 수 있었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중요한 장면은 그 직후였다. 범가너의 투런 홈런 뒤 류현진은 스티븐 두거와 벨트에게 연거푸 안타를 맞고 흔들렸다. 거기서 롱고리아와 대결이 압권이었다. 타자가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나 커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0볼-2스트라이크에서 3구째에 91마일(약 146km) 포심 패스트볼을 꽂아 넣어 삼진을 잡아냈다. 후속 버스터 포지도 3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최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선 류현진이 포수 러셀 마틴의 볼 배합에 몇 차례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류현진에게 “마틴과 호흡이 어떠냐”고 묻자 “괜찮다. 아직 처음이라 더 같이 해봐야 하지만 잘 맞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저스 불펜은 무척 불안해 보였다. 9회에 마무리 켈리 젠슨이 6-5까지 쫓기면서 하마터면 류현진의 승리가 날아갈 뻔했다. 류현진에게 “조마조마해서 못 보겠더라. 네가 좀더 길게 던져야겠다”고 걱정을 전했다.
류현진은 주로 승리투수가 되는 날에 필자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가 오는 날은 이기는 날이다. 그래서 한 마디 덧붙였다. “앞으로도 전화를 자주 걸어오면 좋겠다”고.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