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오타니 영입' 에인절스, 오프시즌 최고 승자

장윤호 기자  |  2017.12.19 09:09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23)라는 ‘로또’에 당첨된 LA 에인절스가 말 그대로 ‘하늘이 보내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팀을 플레이오프 경쟁자로 만들어가고 있다. 시즌 중반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올스타 외야수 저스틴 업튼과 5년간 1억600만달러에 연장 계약을 단행, 옵트아웃을 예방한 에인절스는 지난 주 올스타 내야수 이안 킨슬러와 잭 코자트를 각각 트레이드와 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잇달아 영입, 팀의 최대 취약 포지션 2개를 탄탄하게 보강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에인절스를 오프시즌 최고 승자로 꼽고 있다.

에인절스는 올해 80승82패를 기록, AL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2위 미네소타 트윈스에 5게임차 뒤진 공동 3위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사실 팀의 간판인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이 부상으로 올해 114경기 밖에 뛰지 못했고 선발진은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돼 25경기 이상 등판한 선발투수가 릭키 놀라스코 한 명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팀의 곳곳에 약점이 많아 같은 조의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물론 뉴욕 양키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강호들이 즐비한 AL 무대에서 우승 경쟁력을 갖기는 요원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였다.

 마이크 트라웃. /AFPBBNews=뉴스1 마이크 트라웃. /AFPBBNews=뉴스1


하지만 에인절스의 빌리 에플러 단장은 오프시즌이 약 6주째로 접어든 지금 팀의 뚜렷했던 약점들을 거의 대부분 보강해 팀을 플레이오프 경쟁자로 변신시켰다. 물론 오타니라는 행운을 잡은 것이 큰 역할을 하긴 했으나 오타니가 과연 얼마나 해줄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에인절스의 탈바꿈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에인절스가 이런 전력보강 과정에서 팀의 주요 유망주를 잃지도 않았고 엄청나게 큰돈을 쓰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좌익수 업튼과의 연장계약은 5년 1억600만달러라는 수치를 보면 큰돈을 쓴 것 같지만 실제론 업튼이 기존계약이 4년간 8천800만달러가 남아있었기에 실제론 계약기간 1년, 총액은 1천800만달러가 늘어난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 연장계약으로 인해 업튼의 평균연봉은 2천200만달러에서 2천120만달러로 오히려 내려갔다. 업튼의 올해 성적(타율 0.273, 출루율 0.361, 35홈런, 109타점, 14도루)을 감안하면 옵트아웃을 막은 대가로 그렇게 아깝지 않은 투자다.

에플러 단장은 이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구원투수 짐 존슨을 트레이드해 팀의 불펜을 보강하면서 동시에 오타니 영입전에 사용할 인터내셔널 프리에이전트 계약보너스 쿼타 121만달러를 보탰다. 이 돈이 과연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오타니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킨슬러와 코자트를 차례로 영입하며 팀의 최대 취약포지션인 2루와 3루를 든든하게 보강했다. 디트로이트로부터 2루수 킨슬러(35)를 트레이드해 온 뒤 신시내티 레즈에서 커리어 전부를 보낸 FA 내야수 코자트(32)와 3년 3천800만달러에 계약했다. 코자트는 빅리거 커리어 내내 유격수로 뛰었고 한 번도 3루수로 나선 적이 없지만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형 유격수로 꼽히는 안드렐톤 시몬스를 보유한 에인절스는 그의 영입과정에서 처음에는 2루수, 킨슬러 트레이드 후엔 3루수로 와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은 그의 사인을 받아냈다. 올해 타율 0.297, 출루율 0.385에 24홈런, 63타점을 기록한 코자트는 3루와 2루, 내야 포지션 3개를 다 커버할 수 있어 라인업의 유연성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안 킨슬러./AFPBBNews=뉴스1 이안 킨슬러./AFPBBNews=뉴스1


4차례나 올스타로 뽑힌 킨슬러는 올해 98패를 당한 디트로이트에서 타율 0.236과 OPS 0.725로 커리어 최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만 해도 타율 0.288, OPS 0.831과 28홈런으로 맹활약했던 선수다. 킨슬러는 새롭게 무장하고 있는 에인절스 팀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나타내고 있고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게 돼 2년 전 그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그렇다면 에인절스는 현 시점에서 올해 시즌에 비해 과연 얼마나 좋아진 것일까. 현실적으로 챔피언 휴스턴에 위협이 될 수 있을까. 향상 정도를 가늠해보기 위해 올해 시즌 개막전 때 에인절스의 스타팅 라인업의 WAR 수치와 내년 시즌 예상 스타팅 라인업의 WAR 수치(스티머 프로젝션)를 비교했다..

2017 스타팅 라인업



2018 스타팅 라인업(예상)



스티머 프로젝션이 예측한 예상 WAR 수치를 대입하면 타선에서만 지난해보다 9승을 추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 수치는 아직 메이저리그 성적이 없는 오타니의 기여도는 제외시키고 계산한 것이다. 오타니가 얼마를 더 보탤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오타니 없이도 타선이 올해보다 9승을 더 보태줄 수 있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수비에서도 코자트와 킨슬러의 가세로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에인절스는 지난 시즌에도 수비 부문에선 상위권에 오른 팀이었다. 문제는 오타니에게 지명타자 자리를 내준 푸홀스가 1루수로 나서는 것인데 그 핸디캡에도 불구, 에인절스의 수비력은 리그 최상급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타니에게 지명타자 자리를 내주고 1루수로 옮기는 알버트 푸홀스./ AFPBBNews=뉴스1 오타니에게 지명타자 자리를 내주고 1루수로 옮기는 알버트 푸홀스./ AFPBBNews=뉴스1


가장 큰 변수는 선발진이다. 에인절스는 수준급 선발투수만 6~7명에 달할 정도로 풍족한 자원을 자랑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부상으로 인해 물음표를 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에이스 역할을 했던 개럿 리처즈를 비롯, J.C. 라미레스, 타일러 스캑스, 닉 트로피아노, 앤드루 헤이니 등이 모두 팔꿈치 통증과 토미 존 수술이라는 원치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심지어는 새로 가세하는 오타니도 경미한 팔꿈치 염증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모두 건강하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로테이션이지만 건강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변수다. 현재 에인절스의 예상 선발투수 가운데 팔꿈치 이상 경험이 없었던 선수는 맷 슈메이커와 파커 비드웰 정도뿐이다.

한 가지 이처럼 선발 자원은 많고 부상 위험은 높은 선수들이 많다보니 오타니의 가세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6인 선발 로테이션 제도가 에인절스로선 꼭 필요한 ‘맞춤형 해법’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에인절스의 불펜도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올해 에인절스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92로 30개 구단 중 11위였다. 나쁘지 않지만 플레이오프 도전을 꿈꾸는 팀으로는 좀 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트레이드로 가세한 존슨은 올해 애틀랜타에서 6승3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5.56으로 부진을 보였지만 지난 2012-13년 연속으로 5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옛 올스타로 새로 부상하는 팀에서 다시 한 번 부활할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합류로 전력보강의 새로운 동력과 활기를 얻었다. 그동안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로 활약하면서도 정작 포스트시즌엔 4년 전 딱 3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인 트라웃도 마침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수비와 타선의 보강을 마친 에플러 단장이 이제 마운드를 어떻게 수리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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