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신과의사가 SNS로 유아인 진단이라니

김현록 기자  |  2017.12.01 09:57
유아인 / 사진=스타뉴스 유아인 / 사진=스타뉴스


유아인의 SNS가 뜨겁다. 그는 이전부터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온 대표적 스타다. 애호박을 보고도 진지할 것 같다는 SNS 글에 그가 "애호박으로 맞아봤음?"라고 대응한 뒤 벌어진 논쟁은 여성과 남성, 여혐과 남혐, 페미니스트 선언을 아우르며 점점 거세지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밝혔듯 유아인은 온 힘을 다하는 듯하다. 의견을 개진하고 방어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톱스타로 불리는 한국의 어떤 연예인도 이 뜨거운 이슈에 이처럼 투신한 적이 없었다. 그를 응원하든 우려하든 비난하든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무관심하지 못한 채 지켜보고 있다.

지켜보는데 머물지 않는 이들도 많다. 역시 의견과 감상을 표명하며 논쟁에 함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터져나온 한 정신과전문의 SNS 글은 뜬금없다.

그는 직접 '유아인'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ㅇ아ㅇ'의 급성경조증이 의심된다는 글을 일반에 공개된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구두를 수선하는 이는 사람의 발걸음을 보고, 머리카락을 만지는 이는 사람의 머리 모양을 보는 법이다. 정신과 전문의가 사람의 정신과적 상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SNS만 보고 얻은 소견을 SNS에 게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의사라는 권위에 기대 특정한 인물이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몰아가는 공개적 폭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진단이 틀렸다면 물론 문제지만, 설사 맞다 하더라도 괜찮은 일이 아니다. 누군가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그래서 걱정스럽다면 그 사실을 만천하에 퍼뜨리는 게 과연 맞을까? 정신과의사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정신과의사들은 당연히 문제를 짚었다. 30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공식입장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절대 본인에게 직접 진료 받지 아니한 개인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정신의학적인 판단을 담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이는 정신과전문의의 기본적인 윤리이며 원칙"이라고 밝혔다. 비밀보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SNS상의 진단에는 명예훼손의 요소도 다분하다. 의사의 글을 본 한 변호사는 기자에게 "공연성(SNS)과 명예훼손적 사실의 적시(정신과적 진단), 고의(공연성과 사실의 적시 인식) 등 형사상 명예훼손 죄의 구성요건은 다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형법상 특별법인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려면 비방의 목적 등 요건을 더 엄격하게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으면 형법 적용이 가능하다"며 "글을 쓴 이가 비방의 목적은 없었고, 전문가로서 걱정돼 한 일이라 한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급성경조증'을 운운하는 의사의 언급은 무엇보다 유아인의 글과 논리가 아닌 개인의 정신과적 상태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서 논쟁의 논지를 흐려놨다. 열띤 주장들을 개인의 정신과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듯한 태도는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유아인이 나서서 벌이고 있는 SNS 논쟁의 끝이 어디로 가 닿을지, 과연 그 끝이 있기나 한 건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허나 진지한 목소리를 '문제있는 자'의 외침으로 취급하는 게 싸움을 키울지는 몰라도 논쟁의 진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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