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브이아이피' 불편하고 불쾌한 까닭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2017.08.27 11:00
사진=\'브이아이피\' 스틸컷 사진='브이아이피' 스틸컷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는 한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북한 최고위층의 아들로 태어난 김광일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살인마로 자라났고, 국정원과 CIA의 기획귀순으로 한국에 넘어온 뒤에도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비호를 받습니다. 그 괴물을 보여주기 위해 '브이아이피'는 스스로 괴물이 된 느낌마저 듭니다.

영화의 프롤로그는 김광일이 얼마나 동정의 여지 없는 미치광이 사이코패스인가를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발가벗겨진 채 목숨을 잃기까지의 과정이 대단히 상세하게 묘사됩니다. 카메라는 피해자의 부풀어 오르는 핏줄, 눌리는 피부, 숨소리까지를 담아내며 범죄의 잔혹성을 부각시킵니다. 흡사 스너프필름을 연상시킵니다. 관객에 따라서는 그 불쾌감을 끝날 때까지 계속 안고 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지독한 살해 프롤로그는 이후 상대를 조롱하는 듯 미소 띤 얼굴로 일관하다시피 하는 김광일이 얼마나 죽어 마땅한 범죄자인가를 극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장치일 수 있습니다.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관객의 공분을 자아내기 위한 방법이 그의 잔혹함을, 희생자의 고통을 전시하듯 보여주는 것 뿐이었을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를 내내 곱씹게 됩니다.

영화가 여성을 다루는 방법과 시선은 어떤가요. 김광일 뿐 아니라 많은 연쇄살인마들이 약자인 여성을 희생자로 삼습니다. 고로 연쇄살인마를 다룬 영화에서는 주로 여성이 희생자로 등장합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성을 그저 범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연쇄살인마의 시선을 영화가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어떤가요. 안타깝게도 '브이아이피'는 그런 요소가 상당합니다.

이 영화에는 몇 안 되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놀랍게도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전부가 김광일에게 죽거나 죽을 위기를 맞이합니다. 수없이 만들어지는 '남자영화' '남탕영화' 중에서도 이 정도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브이아이피'의 여성은 나이도 직업도 국적도 상관 없이 그저 김광일의 희생자로서만 기능합니다. 김광일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그러합니다.

더욱이 살아서 등장하는 두 명의 여성 외에 영화 속 다른 모든 여성은 발가벗겨진 시신이 되어 등장합니다. '브이아이피'는 희생자들이 시신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위해 더미를 쓰는 대신 실제 배우를 기용했습니다. 스치는 나체의 시신 사진으로 나오는 여성 배우가 무려 예닐곱명입니다. 에필로그에서 시작된 찝찝함 불쾌감이 그 리스트가 담긴 엔딩 크레디트로 제대로 마무리가 되는 듯했습니다.

비장미 혹은 허망함으로 가득한 남성 누아르가 세상에 많지만 '브이아이피'는 유난합니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배려도, 여성에 대한 배려도, 배우에 대한 배려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브이아이피'가 불편하고 불쾌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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