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다르빗슈 가세..PS에 류현진의 자리는?

장윤호 기자  |  2017.08.01 08:49
트레이드를 통해 LA 다저스로 이적한 다르빗슈 유. /AFPBBNews=뉴스1 트레이드를 통해 LA 다저스로 이적한 다르빗슈 유.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라이벌 관계 중 하나다. 그중 다저스와 자이언츠는 각각 LA와 샌프란스시스코로 본거지를 옮겨오기 전 브룩클린 다저스와 뉴욕 자이언츠 시절부터 지금까지 장장 128년에 걸쳐 앙숙지간 사이를 이어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흥분된 순간 중 하나로 남아있는 1951년 바비 톰슨의 ‘전 세계에 들린 홈런’(Shot Heard 'Round the World)도 다저스-자이언츠 라이벌 관계에서 나온 것이다.

양팀은 미 대륙의 동쪽 끝(뉴욕) 시절과 서쪽 끝(캘리포니아) 시절을 합쳐 지금까지 1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2,500회 가까이 맞대결을 펼쳐왔다. 같은 지구 소속으로 이들의 맞대결은 대개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기에 자이언츠-다저스의 만남은 항상 흥분과 기대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지난 주말 벌어진 자이언츠-다저스 시리즈는 정말 오랜만에 플레이오프 레이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치러졌다. 다저스는 리그 1등팀, 자이언츠는 꼴찌팀이었고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 다저스는 꼴찌인 자이언츠는 제쳐두고 2위 팀과도 큰 간격을 벌린 채 순항하고 있었기에 주말 양팀의 대결은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이벌전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도 없었다는 뜻을 아니다. 양팀의 성적과 관계없이 이 경기는 라이벌전이었고 올 시즌 최악의 팀 중 하나인 자이언츠는 최고의 팀 다저스와 시리즈 내내 박빙의 격전을 펼쳤다. 결과는 1차전 6-4, 2차전 2-1, 3차전 2-1로, 다저스의 싹쓸이로 끝났지만 매 경기가 접전이었고 다저스가 아니라 자이언츠가 3연승을 했을 수도 있었던 시리즈였다. 자이언츠는 1차전에서 7회초까지 4-2, 3차전에선 9회초와 11회초에 각각 1점차 리드를 잡았으나 끝내 이를 승리로 연결시키지 못했고 2차전도 1-2로 분패하면서 왜 다저스가 올해 최고의 팀인지를 실감해야 했다. 이번 싹쓸이 패로 올해 10차례 맞대결에서 6승4패로 앞서있던 다저스와 상대전적도 처음으로 6승7패, 자이언츠의 열세로 돌아섰다.

이번 싹쓸이로 다저스(74승31패, 승률 0.705)와 자이언츠(40승66패, 승률 0.377)의 승차는 무려 34.5게임차까지 벌어졌다. 이 두 라이벌간의 격차가 30경기를 넘긴 것은 지난 1985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다저스는 95승67패(승률 0.586)으로 NL 서부지구 1위에 올랐고 자이언츠는 62승100패(승률 0.383)으로 다저스에 33게임차 뒤진 조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당시 양팀의 격차가 30게임 이상으로 벌어진 것은 시즌 마지막 주였던 반면 올해는 아직도 시즌이 두 달이나 더 남아있는데 벌써 34.5게임차로 격차가 벌어져 당시의 기록을 아주 산산조각 낼 기세다.

범가너를 내고도 다저스에 무릎꿇은 샌프란시스코. 다저스의 다르빗슈 영입으로 전통적 라이벌 구도조차 흔들리게 됐다. /AFPBBNews=뉴스1 범가너를 내고도 다저스에 무릎꿇은 샌프란시스코. 다저스의 다르빗슈 영입으로 전통적 라이벌 구도조차 흔들리게 됐다. /AFPBBNews=뉴스1


현재 승률로 계산하면 다저스는 시즌 114승, 자이언츠는 61승을 올리는 페이스다. 양팀간의 격차가 무려 53게임차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자이언츠는 아직도 다저스와 6경기를 더 남겨놓고 있다. 자이언츠로선 영원한 앙숙이자 라이벌에게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하는 시즌이 될 위기에 직면했다.

자이언츠 팬들로서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도대체 지난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 하는 것이다. 자이언츠는 지난 2010, 2012, 2014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었고 지난해만 해도 전반기까지 메이저리그 최고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사이에 팀은 메이저리그 승률 꼴찌로 떨어진 반면 다저스는 역대 최고의 승률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자이언츠 팬들이 더욱 겁나는 것은 다저스가 갈수록 더 무섭게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자이언츠는 류현진이 다저스 선발로 나선 31일 경기에서 이를 더욱 실감했다. 월드시리즈의 영웅 매디슨 범가너가 7이닝동안 다저스 타선을 영봉시키고 9회초와 11회초 두 차례에 걸쳐 마지막 3아웃만 잡으면 이길 수 있는 상황까지 가고도 끝내는 승리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다저스의 무서운 저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저스는 올 시즌 이기고 있는 경기는 지는 법이 없고, 지고 있는 경기도 대부분의 경우 뒤집는다는 ‘미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브루스 보치 자이언츠 감독은 “그쪽(다저스)은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고 우리는 정 반대다”라는 말로 양팀의 현 주소를 표현했다.

그런데 그런 다저스가 더 강해졌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31일(한국시간 1일) 다저스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트레이드해와 선발진을 보강했고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신시내티 레즈로부터 왼손 불펜투수들인 토니 왓슨과 토니 싱그라니를 데려와 불펜도 강화했다. 이미 역대 최강의 팀 중 하나가 시즌 마지막 스퍼트를 앞두고 더욱 막강해진 것이다.

이번 다저스 트레이드는 물론 포스트시즌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규시즌은 현재 있는 선수들만으로도 넉넉하기 때문이다. 사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지금 정규시즌 파죽지세를 이어가는데 굳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다저스는 일말의 불안요소도 남기지 않기 위해 트레이드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다고 큰 희생을 감수한 것도 아니었다. 텍사스는 그동안 다르빗슈의 대가로 우완투수 유망주 워커 뷸러와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 등 다저스의 톱2 유망주를 꾸준히 요구했고 최소한 둘 중 하나만이라도 내놓으라고 졸랐지만 다저스는 끝까지 버텼고 결국은 이들을 모두 지켜낸 채 팀 유망주 랭킹 4위인 2루수 윌리 칼훈과 우완투수 A.J. .알렉시(17위), 유격수 브렌던 데이비스(27위)를 내주고 다르빗슈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목표를 알뜰하게 달성한 셈이 됐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 /AFPBBNews=뉴스1


이번 트레이드는 다저스 선발진에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류현진에겐 그렇게 반가운 뉴스가 아니다. 커쇼가 돌아오면 다저스의 선발투수는 7명으로 늘어난다. 가뜩이나 선발진 잔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와중에 버거운 상대가 한 명 더 늘어난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포스트시즌이다. 현 상태라면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선발진은 커쇼와 다르빗슈, 알렉스 우드 톱3에 리치 힐 또는 브랜든 맥카시가 가세하는 쪽으로 짜여 질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경우는 포스트시즌 선발진 진입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플레이오프 엔트리 포함 여부마저 불안해 보인다. 불펜투수로 류현진은 롱릴리프 외엔 뾰족한 용도가 없기 때문에 현 상황에선 불펜멤버로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하면 다저스가 29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진군하는 과정에서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끔찍한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도전을 포기할 순 없다. 이번 자이언츠전에서 수술 이후 최고의 역투를 한 류현진은 다시 한 번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제 남은 두 달간의 정규시즌은 류현진에게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을 위한 서바이벌 테스트가 됐다. 두 달은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니다. 상황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알 수 없다. 포스트시즌 출전을 향한 류현진의 생존경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다르빗슈의 가세로 류현진의 선발경쟁이 더욱 힘겨워질 전망이다. /AFPBBNews=뉴스1 다르빗슈의 가세로 류현진의 선발경쟁이 더욱 힘겨워질 전망이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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