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SK 트레이 힐만 감독, 한국 야구 존중해주세요"

장윤호 기자  |  2017.05.08 13:00
SK 트레이 힐만 감독 SK 트레이 힐만 감독


“솔직하게 제 생각을 말한다면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를 무시한 거죠.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외국인 용병 선수 중에 간혹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수준 아래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고교야구는 물론 아마추어 야구 전체에서도 그런 작전 하는 감독은 없습니다. 모르죠. 1960년대 1970년대 야구에서는 있었는지요. 제가 고교야구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그런 상황에서 스퀴즈 번트 하는 감독은 없었습니다.”

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는 고교야구 황금사자기 대회가 진행되고 있었고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상징하는 ‘전설(legend)’ 급 은퇴 선수들이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회장 김응용)의 발전과 침체된 한국 아마추어 야구 활성화를 돕기 위해 팬 사인회를 가졌다. 한국은퇴선수협의회 주최로 회장인 이순철 전 LG 감독, 현 SBS 해설위원과 이용철 KBS 해설위원 이종범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 등이 참석해 야구 팬들은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야구인들과 한국프로야구를 이끄는 주역들의 화제가 5월5일 어린이날 SK 트레이 힐만(54)감독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원정 경기 8회초 구사한 스퀴즈 번트 작전에 모아졌다.

3-5로 2점차로 뒤진 SK는 8회초 5번 정의윤의 좌전안타로 추격 기회를 잡았다. SK 힐만 감독은 정의윤 대신 발빠른 최정용을 대주자고 기용했고 후속 박정권의 우전 안타가 이어져 무사 1, 3루를 만들어 동점주자까지 만들어냈다. 힐만 감독은 박정권도 대주자 정진기로 교체했다. 8회초에 SK의 주요 공격수인 정의윤과 박정권을 교체했다는 것은 힐만 감독이 원정 경기이기 때문에 이 기회에 경기를 동점은 물론 역전까지 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였다.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는 이홍구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는 이홍구


그런데 7번타자 이홍구 타석 1, 2구 볼, 3구 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 투볼 원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스퀴즈 번트 작전이 나왔다. 투수 옆으로 간 번트 타구를 투수가 잡아 포수에게 송구해 3루에서 쇄도한 대주자 최정용을 태그 아웃시켰다. 그 사이 1루 주자 정진기는 2루까지 진루해 1사 2루가 계속됐다.

결과적으로 홈으로 들어온 3루주자 최정용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아닌)어정쩡한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앞선 타이밍에서도 홈플레이트를 발로 먼저 터치하지 못하고 손으로 찍지 못해 홈플레이트를 지나 터치 아웃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기까지는 마치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상대 넥센 벤치, 선수들이 예상도 하지 못한 허를 찌르는 그만의 ‘스몰 볼’을 구사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최정용이 슬라이딩을 잘 못해 실패한 것처럼 선수 잘못이 되고 말았다. 과연 그런가?

아웃되는 3루 주자 최정용 아웃되는 3루 주자 최정용


이날 MBC 스포츠 플러스의 베이스볼 투나잇 프로그램에서 LG 수석 코치 등을 거친 한국프로야구 투수 출신 차명석 해설위원이 이런 말을 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의 스퀴즈 번트 작전의 성공이나 실패, 선수의 슬라이딩 잘못 여부를 떠나 겨우 2이닝 밖에 공격 기회가 없는데 3-5로 2점이 뒤진 상황에서 무사 1,3루 때 1점을 뽑으려는 스퀴즈 번트 작전을 하는 것은 나는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글쓴이도 ‘어린이날’이어서 MBC 공중파가 생중계한 경기를 보고 있었다. SK 힐만 감독이 그 상황에서 구사한 스퀴즈 번트 작전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30년 가까이 한국프로야구를 지켜봤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했으며 1996년부터 2002년까지 7시즌, 그리고 2006년부터 2008시즌까지 3시즌, 모두 10시즌을 메이저리그 현장에서 취재하고 보도한 글쓴이는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도무지 그런 상황에서의 스퀴즈 번트 작전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경기를 뒤져 있거나 앞선 상황에서 종반인 8회 무사 1,3루에서 그것도 원정 팀 감독이 스퀴즈 번트 작전을 구사한다면 그것은 뒤진 상황에서는 1점을 추가해 일단 동점을 만들 목적이거나 앞서 있다면 1점을 더 도망가겠다는 의도인 것이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프로야구 한국프로야구의 ‘상식’이다. 그런데 트레이 힐만 감독은 3-5로 2점 뒤진 무사 1, 3루에서 ‘야구의 뿌리’가 의심스러운 스퀴즈 번트를 구사해 결국 실패해 한 점도 못 뽑고 결국 경기도 졌다.

SK 단장은 상대 팀 넥센 히어로즈 감독 출신 염경엽 단장이다. 만일 염경엽 단장이 넥센 감독으로 벤치에 있었다면 SK 힐만 감독의 느닷없는 스퀴즈 번트 작전을 예상하고 대비하거나 이해를 할 수 있었을까?

물론 트레이 힐만 감독은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 감독, 일본프로야구 니혼 햄 파이터스 감독으로 일본시리즈를 제패하고, 그 경력을 인정 받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을 역임했다. 힐만 감독은 캔자스시티 감독으로 한번도 5할 승률을 넘기지 못하고 세 번째 시즌인 2010년 시즌 초반인 5월10일 경질된 바 있다. 그 후 돈 매팅리 감독 시절 LA 다저스 벤치 코치를 3년 간 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최초의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 사령탑이다. 대단하고 야구인으로 존경할 만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한국 야구가 그 상황에서 스퀴즈 번트를 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SK를 이끌고 성적, 승패와 상관 없는 ‘교육 리그’에 참가 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SK는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한국인 지도자를 포기하고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 트레이 힐만 감독을 영입했다.

글쓴이는 그 상황에서 그 스퀴즈 작전은 대주자는 물론 SK 코칭스태프, 선수들, 프런트까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야구계에서 그 작전을 생각한 야구인들도 없을 것이다.

누가 그랬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그런 작전을 했겠느냐?. 아마 일본 프로야구 감독이었어도 그런 스퀴즈 작전은 안 했을 것이다. 이거는 한국프로야구를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프로야구 아래로 보고 있다는 얘기이다.’라고.

1904년 시작된 한국 야구의 역사도 114년 째이다.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도 36번째 시즌을 펼치고 있다.

NC 다이노스에서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로 복귀해 한국 야구 경험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임즈,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 등만 생각해도 한국야구의 수준과 경기력은 ‘존중(respect)’ 받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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