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류현진·황재균·박병호..'그들의 진가'

장윤호 기자  |  2017.03.28 08:42
류현진이 부활에 성공 개막엔트리에 입성했다. /AFPBBNews=뉴스1 류현진이 부활에 성공 개막엔트리에 입성했다.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일정이 마지막 주로 접어들면서 시즌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을 노리는 류현진(LA 다저스)과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매일매일 일거수일투족이 한국인 팬들에겐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현재 메이저리그 캠프에 남아있는 6명의 코리언 빅리거들 가운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3명은 이미 개막 엔트리 진입이 확정됐거나, 확정적이지만 류현진과 황재균, 박병호는 이번 주가 빅리그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류현진이 처음으로 개막전 엔트리 진입이 확정되면서 시범경기 마지막 주를 멋지게 출발했다.

이들 3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팀 수뇌부를 즐거운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실 이들 3명은 캠프가 시작될 때만 해도 개막 엔트리 포함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선수들로 분류됐다. 박병호의 경우는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2주전에 미네소타로부터 계약 양도선수 지정(Designated for Assignment)을 받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그를 빼앗길 위험을 감수하면서 굳이 40인 로스터에서 빼냈다는 것은 사실상 팀이 그를 전력 외 선수로 분류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계약을 체결한 황재균은 마이너리그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참여하는 것이었고 그의 포지션인 3루엔 주전은 물론 백업까지도 확실한 주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개막 엔트리 경쟁이란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출발이었다. 개막 엔트리 경쟁보다는 과연 앞으로 계속 두고 볼만한 선수인지 가치를 평가받는 시험대였다는 것이 말이 더 정확했다.

황재균. 황재균.


또 어깨수술을 받고 지난 2년을 사실상 모두 날린 류현진에 대해서도 다저스는 이번 캠프를 통해 장기적인 재기 가능성 여부를 가늠해보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현실적으로 개막전 선발후보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워낙 뛰어난 선발투수 후보들이 많다보니 류현진이 개막전까지 확실하게 재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팀 입장에선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고 그 때문인지 류현진에 대해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도 묻어났다.

그런데 이들은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꾸준하게 기대를 뛰어넘는 호성적을 유지하면서 각자 소속팀들을 즐거운 고민 속에 빠뜨려 놓았다. 이제는 사실 성적만 놓고 보면 이들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해보일 정도다. 3명 모두 이번 캠프를 워낙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했기에 팀들을 고민에 빠뜨리게 만든 이들의 선전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이제 이들의 소속팀들은 어떻게라도 이들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킬 이유와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들을 포함시킴으로써 제외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처리방법을 놓고 손익계산으로 바쁘게 됐다.

류현진은 28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리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이번 시빔경기 처음으로 5이닝동안 총 77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이닝 수나 투구 수가 모두 이번 시범경기 최고다. 류현진은 이날 초반 변화구와 빠른 볼이 조금씩 높게 들어가는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홈런 2방을 맞고 3실점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사사구없이 삼진 4개를 솎아내며 5이닝을 버텨내 선발투수로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경쟁을 하던 좌완 스콧 캐즈미어가 전날인 27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시범경기 선발등판에서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인 뒤 결국 이날 부상자명단에 올라 개막전 엔트리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이제 류현진은 브랜든 맥카시, 알렉스 우드 등 다른 2명과 함께 4, 5선발을 다투는 상황이 됐다. 캠프 초반엔 당초 7명이 두 자리를 다투던 상황과 비교하면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이날 등판에 앞서 이미 류현진의 선발진 진입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됐다. 다저스팬 사이트인 다저블루닷컴은 이날 류현진의 선발등판을 앞두고 다저스의 4, 5선발을 예상하는 기사를 제재했는데 이 기사에서 이 매체의 기자 4명의 선택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4명 가운데 3명이 류현진을 선택했고 맥카시도 3명으로부터 표를 얻었으며 우드가 2명의 지지를 받았다. 박빙의 경쟁이라는 이야기지만 맥카시와 류현진의 경우는 팀이 마이너로 보낼 권리가 없는 반면 우드는 아직 마이너행 옵션이 남아 있고 또 불펜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다저스가 맥카시와 류현진을 4, 5선발로 낙점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경기 후 현실이 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코리안 도전자 3인방의 운명의 시범경기 마지막 주를 멋지게 출발했다.

한편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황재균만큼 소속팀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린 선수도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샌프란시스코 개막 엔트리에는 황재균이 들어갈 빈자리가 없다. 에드와르도 누네즈와 코너 길래스피 두 선수가 확실하게 3루에 자리 잡고 있고 베테랑 애런 힐까지도 백업 유틸리티 요원으로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황재균을 테스트만 한 뒤 트리플A로 보내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범경기가 계속될수록 황재균이 계속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즐거운 고민이 깊어졌다. 황재균은 28일 벌어진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범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으나 4회초 3루수로 일찌감치 투입됐고 4회말 첫 타석에서 우월 투런홈런을 때린 데 이어 8회말 3번째 타석에선 2타점 중전적시타를 때리는 등 이날 4타점을 쓸어 담으며 펄펄 날았다. 이날 경기까지 황재균은 시범경기 타율 0.349로 개막 로스터 포함이 유력시되는 선수들 가운데 1위로 올라섰고 타점도 15개로 1위, 홈런 5개로 2위, OPS(출루율+장타율) 1.100으로 1위에 올라있다. 이런 엄청난 성적을 올린 선수를 마이너로 보내기가 이젠 너무 아깝지 않을 수가 없어졌다. 그를 외야수와 1루수로 테스트하면서 길을 찾고 있지만 그쪽 포지션도 자리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어서 샌프란시스코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황재균은 일단 29일 애리조나 캠프를 마무리할 때 팀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는 것이 확정됐다. 3월31일과 4월1일 홈구장 AT&T파크에서 열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황재균이 마지막까지 샌프란시스코를 즐거운 고민으로 인해 미치도록 만들어놓으면 과연 어떤 결단이 튀어나올지 흥미진진하게 됐다.

박병호. /AFPBBNews=뉴스1 박병호. /AFPBBNews=뉴스1


박병호도 이번 시범경기에서 확실하게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개막 엔트리 진입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27일까지 박병호는 타율 0.357(42타수 15안타), 4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팀 내 1위고 타점은 2위, 40타수 이상을 기록한 타자 중 팀 타율도 가장 높다. 무엇보다도 42타석에서 삼진 수가 12개에 그치고 있는 것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더구나 여러 상황들도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포지션 경쟁자인 케니 바르가스는 시범경기 15타수 1안타의 부진에 25일 볼티모어전에서 왼쪽 발목에 자신의 타구에 맞아 한동안 결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클로저 글렌 퍼킨스가 어깨수술로 인해 60일짜리 DL로 옮겨진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40인 로스터에도 빈자리가 생길 전망이다.

스프링캠프 시작 전에 마이너로 강등된 뒤 방출자 명단에 올라 아무에게도 클레임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던 박병호가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오직 실력으로 로스터에 복귀해 개막전 무대에 우뚝 설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류현진에 이어 박병호와 황재균에게도 굿뉴스가 날아올지 정말 기대되고 흥분되는 시범경기 마지막 한 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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