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초청선수' 박병호·황재균·최지만의 '바늘구멍 뚫기'

장윤호 기자  |  2017.02.28 08:51
박병호./AFPBBNews=뉴스1 박병호./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스케줄이 지난 주말부터 막을 올리면서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진입을 향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스프링캠프에는 특히 마이너리그 초청선수 신분으로 빅리그 도전에 나선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을 비롯해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최지만(뉴욕 양키스) 등 3명의 한인선수가 초청선수 신분으로 도전하고 있어 과연 이들이 그 험난한 관문을 뚫고 개막 엔트리 진입을 이뤄낼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초청선수(Non-Roster Invitee)란 말 그대로 캠프에 초청을 받은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 캠프에 있지만 팀의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올라있지는 않아 신분상 마이너리거이며 언제라도 팀이 결정하면 마이너로 내려가거나 팀을 떠나야 하는 선수들이다. 전혀 신분보장이 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이 메이저로 올라갈 찬스가 전혀 없는 선수란 의미는 아니다. 캠프에 초청을 받은 이상 누구에게나 찬스와 희망은 있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선수라면 팀에서 아예 초청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초청선수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들 초청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구단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20세 안팎의 장래가 유망한 기대주들과 한때 메이저리그를 누비다 지금은 전성기가 지나갔지만 아직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빅리그 복귀를 노리는 베테랑, 그리고 여러 팀과 마이너리그를 전전하고 있는 저니맨 등 다양한 선수들이 섞여 있다. 개중에는 지난해 이대호와 올해 황재균처럼 다른 나라에서 활약하다가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들도 있고 박병호처럼 빅리그 선수였지만 계약 양도선수로 지정된 뒤 초청선수로 참가하는 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

그렇다면 초청선수로 메이저리그의 25명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시범경기에서 그야말로 신들린 것처럼 펄펄 날지 못하는 한 현실적으로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초청선수보다 신분 측면에서 한 단계 위에 있는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들조차 개막 엔트리 진입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가 상당수이니 초청선수들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LA 다저스의 캠프를 보자. 투수 21명, 포수 3명, 내야수 7명, 외야수 9명으로 40인 로스터가 짜여있고 여기에 초청선수로 투수 9명, 포수 3명, 내야수 6명, 외야수 4명 등 22명이 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캠프에 총 62명이 25개의 개막 엔트리를 놓고 경쟁하는 셈이다.

황재균.  황재균.


하지만 캠프 내내 서바이벌을 위해 싸워야하는 초청선수들과 달리 주전급 선수들은 다치지 않는 한 로스터 포함이 보장돼 있기에 경쟁률을 단순하게 계산할 수 없다. 다저스 캠프에서 투수 숫자만 살펴보면 30명의 선수가 12장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지만 실제론 클레이튼 커쇼, 리치 힐, 마에다 겐타, 켄리 잰슨, 서지오 로모 등의 로스터 포함은 기정사실이기에 남는 자리가 훨씬 줄어들고 따라서 경쟁률은 실제보다 훨씬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야수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각 포지션별로 주전선수들과 확실한 백업 선수를 빼면 남는 자리는 그야말로 몇 개 없다. 다저스의 경우 내야는 캐처 야스마니 그란달, 1루수 에이드리언 곤잘레스, 2루수 로건 포사이드, 유격수 코리 시거, 3루수 저스틴 터너 등 주전들과 메인 백업 체이스 어틀리가 확실한 입지를 굳혔고 외야는 앤드루 톨스와 작 피더슨, 야시엘 푸이그, 안드레 이티어, 프랭클린 구티에레스 등 5명의 주전경쟁이 예상된다. 즉 이들 11명은 부상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막 엔트리 진입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저스의 개막 엔트리 25명 중 투수 12명을 제외하면 남는 자리가 13개인데 이중 11개가 결정됐다면 남은 자리는 단 두 장. 그중 한 장은 무조건 백업 포수(어스틴 반스가 유력)에게 돌아가야 하니 결국은 실질적으로 남아있는 자리는 달랑 하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남은 한 장의 개막 엔트리자리를 놓고 남은 20명의 선수가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경쟁하는 선수들 중에는 40인 로스터에 있고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스캇 밴 슬라이크, 키케 에르난데스, 트레이스 톰슨 등도 포함돼 있으니 초청선수 야수 13명에게 얼마나 찬스가 없을지는 물어 보나마나다.

상황이 이 정도니 초청선수로 바늘구멍을 뚫는 것을 애당초 포기하는 게 나을 성 싶지만 그래도 현실은 또 다르다. 지난해 이맘때쯤 롭 세게딘(28)은 초청선수로 다저스 캠프에 참가했다가 결국은 메이저리그까지 올랐다. 그는 “지난해 난 다크호스 중에서도 가장 다크호스였지만 그냥 내 플레이만 하고 다른 것(경쟁구도)은 생각하지도 않았다”면서 “스프링 트레이닝이 끝나면 결정이 내려질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필드에서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초청선수가 아니라 당당히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캠프에 왔지만 생존경쟁은 지난해에 비해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저스의 또 다른 초청선수로 이번 캠프에서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선수 중 하나는 1루수 코디 벨린저(21)다. 마이너리그 전체 유망주랭킹 12위이자 다저스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벨린저는 27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범경기에서 홈런타구를 구장 밖으로 멀찌감치 날려버리는 엄청난 파워를 보여 팬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벨린저 같은 경우는 곤잘레스와 어틀리가 있는 한 올해 개막 로스터에 포함될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다저스는 이미 시범경기에서 그를 외야수로도 기용하며 장래에 대비하고 있다. 그와 알렉스 버두고 등 초청선수 명단에 있는 젊은 선수들의 경우는 올해 개막 엔트리진입이 목표가 아니기에 훨씬 여유가 있다.

그렇다면 황재균이 초청선수로 도전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캠프 구성은 어떨까. 40인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꽉 차 있는데 여기에 초청선수 29명이 더 있으니 캠프에 참가하는 선수만 69명에 달한다. 물론 이는 마이너 캠프에 있는 선수들은 제외한, 메이저 캠프에 있는 선수들만의 수치다. 초청선수들은 40인 로스터 밖에 있는 마이너리거 신분이지만 팀의 초청을 받았기에 메이저리그 캠프에서 훈련과 경기를 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도 개막 엔트리 25명 경쟁구도를 살펴보면 다저스와 다를 바가 없다. 야수 13명 가운데 최소한 11명은 거의 결정된 모양새다. 황재균이 살아남으려면 남은 한 두 개의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3루수는 에드와르도 누녜스, 백업은 코너 길래스피로 황재균은 팀의 댑스차트(Depth Chart)에 아예 이름도 올라있지 않다. 하지만 3루 포지션에서 파워 결핍 문제로 고심해온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년간 롯데에서 53홈런을 때려낸 황재균의 파워 포텐셜에 끌리고 있는 느낌이다. 시범경기 3번째 경기 만에 초청선수인 황재균을 지명타자지만 선발로 내보낸 것도 이런 관심을 보여준 것이다.

브루스 보치 감독은 황재균이 두 번째 경기에서 스리런홈런을 때린 뒤 인터뷰에서 “그(황재균)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아직 투수들을 전혀 모른다. 그가 그들을 알게 되면 우린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에겐 모든 것이 쉬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해 황재균에 대한 상당한 기대와 신뢰를 드러냈다. 초청선수로 감독이 이 정도로 언급했다면 충분한 기회는 주어질 것으로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최지만. /AFPBBNews=뉴스1 최지만. /AFPBBNews=뉴스1


황재균 못지않게 관심이 가는 케이스가 미네소타의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박병호의 도전이다. 박병호는 28일 벌어진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회 말린스 선발 호세 우레나의 시속 96마일 강속구를 받아쳐 결승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벌써 시범경기 두 번째 홈런이다. 더구나 그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강속구를 공략해 뽑아낸 것이라는 것이 더욱 인상적이다.

미네소타 홈페이지는 “시범경기 초반 팀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는 박병호”라고 선언했다. 케니스 바르가스, 벤 폴슨과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박병호는 초청선수라지만 현재로선 엔트리 진입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제 겨우 시작단계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조짐이 매우 좋다. 그가 미네소타로부터 계약 양도선수로 지정돼 웨이버에 올랐을 때 그를 고려했지만 결국은 픽업해가지 않았던 많은 팀들을 조만간 크게 후회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사실 초청선수로 메이저리그에 오르는 것은 극도로 힘들다. 아무리 잘했어도 숫자게임에서 밀려 마이너로 가야 하거나 방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케이스이고 황재균이나 박병호의 경우는 팀이 그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즉 그들이 필드에서 제 몫을 해주기만 한다면 엔트리 진입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물론 이제 시작일 뿐이고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시작인 반인데 출발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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