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너무 두터운 다저스.. 25인 엔트리 '바늘구멍' 경쟁

장윤호 기자  |  2017.02.24 08:38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사진=뉴스1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사진=뉴스1


지난해 LA 다저스는 전혀 달갑지 않은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바로 부상자명단(DL) 등재건수다. 다저스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28명의 선수가 DL에 올라 2012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보유하고 있던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DL 등재기록(27명)을 경신했다. 이들이 부상으로 인해 빠진 경기 수의 총 합계는 무려 2,418게임에 달했는데 이 역시 MLB 역대 최고기록이었다.

특히 선발 로테이션을 보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 스캇 캐즈미어, 브랜든 맥카시, 류현진, 알렉스 우드, 브렛 앤더슨 등이 상당기간 DL에서 시간을 보냈고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즌 중간에 영입했던 버드 노리스, 리치 힐까지 돌아가며 DL 명단을 장식했다. 무려 8명의 선발투수가 동시에 DL에 올라있었던 때도 있었다.

왼쪽부터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 스캇 캐즈미어, 브랜든 맥카시 /AFPBBNews=뉴스1 왼쪽부터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 스캇 캐즈미어, 브랜든 맥카시 /AFPBBNews=뉴스1


풀타임 다저스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DL에 오르지 않은 선수는 일본인 루키 마에다 겐타 한 명 밖에 없었다. 마에다는 다저스와 계약당시 신체검사에서 팔꿈치 부상 위험이 크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개런티 액수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고 대신 투구이닝과 등판 횟수 등에 따른 퍼포먼스 보너스가 주축이 된 계약을 해 헐값 계약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그런 그가 지난해 풀타임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DL행을 피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런 ‘만신창이’ 시즌을 보낸 다저스가 지난해 91승을 올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까지 진출했다는 사실이다. 다저스는 NLCS에서 궁극적인 월드시리즈 챔피언 시카고 컵스에 3차전까지 2승1패로 앞서가다 2승4패로 역전패해 월드시리즈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부상 병동’이던 팀이 이런 성적을 올렸다는 것은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다. 상대적으로 종전 최다 DL등재 기록 팀이던 2012년 보스턴 레드삭스는 시즌 93패를 기록하며 AL 동부지구 최하위를 했었다. 완전히 대조적이다.

다저스가 이처럼 메이저리그 사상 최악의 부상시즌을 보내고도 디비전 우승은 물론 월드시리즈에 2승 앞까지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수시로 다쳐 전열에서 이탈하는 선수들의 빈자리를 그때마다 메울 수 있을 만큼 두터운 선수층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은 지난 2014년 10월 다저스에 온 이후 돈을 앞세운 화려한 블록버스터 계약을 자제하는 대신 메이저리그 팀은 물론 마이너리그에도 두터운 선수층을 쌓는데 집중했는데 그 결과 지난해 역대 최악급 부상의 파도가 몰아칠 때도 버텨낼 수 있는 팀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역대급 부상의 파도가 지나간 뒤 다저스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두터운 팀으로 변신, 올해 2017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시즌 대부분을 DL에서 보냈던 선수들이 올해 대거 부상에서 돌아오기 때문이다. 류현진 외에도 맥카시와 캐즈미어, 우드 등 선발투수들과 외야수 안드레 이티어, 트레이스 톰슨 등이 건강한 2017 시즌을 기대하며 캠프에서 칼을 갈고 있는 컴백 선수들이다. 또 2루수 로건 포사이드를 트레이드로 영입하고도 지난해 2루수였던 베테랑 체이스 어틀리와 재계약을 하면서 또 한 명이 늘었다.

왼쪽부터 안드레 이디어, 트레이스 톰슨, 체이스 어틀리. /AFPBBNews=뉴스1 왼쪽부터 안드레 이디어, 트레이스 톰슨, 체이스 어틀리. /AFPBBNews=뉴스1


여기에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2억달러 이상을 선수 계약에 쏟아 부었다. 이들 자금의 대부분은 선발투수 리치 힐(3년 4,800만달러), 클로저 켄리 잰슨(5년 8,000만달러), 3루수 저스틴 터너(4년 6,400만달러) 등 자기팀 소속 FA들과 재계약하는데 들어간 것이고 타팀 출신 FA 영입은 셋업맨 서지오 로모(1년 300만달러)와 왼손투수 공략을 위해 백업 외야수 프랭클린 구티에레스(1년 260만달러)를 데려온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떠나간 선수는 거의 없고 다쳤던 선수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다저스는 어쩌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두터운 팀이 됐고 올해 월드시리즈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쟁쟁한 선수들이 캠프를 가득 메우면서 다저스는 이번 스프링캠프 내내 개막전 25인 엔트리 결정을 놓고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10명의 후보가 5장의 자리를 다투는 선발투수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불펜과 외야, 내야 할 것 없이 피 말리는 경쟁이 예상된다. 포지션 자리를 놓고 싸워야 하는 선수들은 물론이지만 이들 중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구단 측의 고민도 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언뜻 보면 구단 입장에서 ‘즐거운’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론 선택을 잘못할 경우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에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선발투수진 경쟁 구도를 살펴보면 커쇼와 힐, 마에다의 1~3선발은 굳어진 상태이며 다저스가 궁극적인 4선발로 점찍고 있는 20세 유망주 홀리오 우리아스는 아직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인해 다저스가 예방차원의 투구 이닝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다저스는 우리아스가 피곤하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시즌 종반과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스프링캠프에 그를 남겨두고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한 뒤 5~6월쯤에 빅리그에 올린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그렇게 하면 우리아스의 투구를 관리하는 효과는 물론 시즌 초반 선발진에 자리를 하나 더 생겨 고민거리 하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다저스의 개막전 4, 5선발은 류현진과 캐즈미어와 맥카시, 알렉스 우드 등 부상에서 돌아오는 4명과 떠오르는 유망주 로스 스트리플링과 브록 스튜어트 등 6명의 경쟁으로 압축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우드와 스프리플링, 스튜어트 등 3명은 모두 구단이 마이너행 옵션을 갖고 있어 구단 입장에서 이들이 경쟁에서 밀릴 경우 큰 고민없이 마이너로 보낼 수가 있다. 또 우드의 경우는 불펜에서 롱릴리프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하지만 류현진과 캐즈미어, 맥카시 등 3명은 모두 부상에서 돌아오는 베테랑들로 마이너로 보낼 수는 없는데다 모두 상당한 규모의 계약이 남아있는 선수들이다. 다저스 입장에선 이들 3명이 모두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중 두 명에 4, 5선발을 맡기고 나머지 한 명을 트레이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시범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불펜의 자리다툼도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 확실하다. 다저스는 개막 25인 엔트리를 투수 12명과 야수 13명으로 구성할 계획인데 이 경우 선발 5명을 제외한 불펜의 남는 자리는 7개뿐이다. 그런데 현재 캠프에 와 있는 불펜투수 후보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올라있는 선수만 11명에 달하며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후보로 고려되는 우드와 스트리플링, 스튜어트를 합치면 마이너리그 초청선수들을 빼고도 경쟁률이 2대1까지 올라간다. 이 가운데 클로저 잰슨과 셋업맨 로모의 자리는 안전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경쟁에 나서야 한다.

또 내야와 외야 등 야수진의 경쟁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스프링캠프 개막을 앞두고 어틀리와 구티에레스가 FA 계약으로 합류하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외야는 3개 포지션을 놓고 8명이 다투는 양상이다. 중견수 작 피더슨과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 좌익수 앤드루 톨스가 주전경쟁에서 한 발 앞서 있지만 부상에서 돌아오는 안드레 이티어와 트레이스 톰슨, 그리고 스캇 밴 슬라이크와 구티에레스와 키케 에르난데스 등까지 경쟁의 어떻게 판가름날 지 사실 예측 불허다.

내야는 캐처 야스마니 그란달, 1루수 에이드리언 곤잘레스와 2루수 로건 포사이드, 유격수 코리 시거, 3루수 저스틴 터너의 주전 라인업은 확정적이다. 하지만 각 포지션별 백업은 다소 유동적이다. 백업 2루수인 어틀리의 경우는 어쩌면 2루보다는 곤잘레스의 백업으로 1루수로 나서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어 보인다. 다저스가 곤잘레스의 경기 부담을 점진적으로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업 외야수인 밴 슬라이크와 에르난데스는 각각 1루와 2루를 맡을 능력도 있다.

사실 25명 엔트리에서 투수 12명과 야수 주전 8명을 빼면 백업 벤치멤버에 돌아갈 자리는 5개뿐이다. 이중 하나는 백업캐처(어스틴 반스가 유력)에게 돌아가야 하고 어틀리와 구티에레스, 이티어는 부상이 없는 한 엔트리 포함이 유력하기에 남은 자리는 단 하나밖에 없다. 밴 슬라이크와 톰슨, 에르난데스 외에 크리스 테일러, 롭 세게딘, 찰리 컬버슨 등이 이 남은 한 자리를 넣고 바늘구멍 들어가기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한편 다저스의 파한 자이디 단장은 구단이 백업 유격수를 맡을 수 있는 선수를 25인 로스터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힌 것도 변수다. 유격수 포지션은 지난해 만장일치 NL 신인왕에 올랐던 시거가 거의 풀타임을 뛰겠지만 그래도 그 포지션을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를 꼽겠다는 것으로 그렇게 된다면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테일러와 컬버슨, 그리고 전천후 유틸리티 플레이어 에르난데스가 한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