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 '더 킹'을 검찰이 내사? 오버하지 말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17.02.11 11:00


오버하기 쉬운 세상입니다. 오해 받기도 쉬운 세상이구요. 설마 그랬을 리가, 라고 했던 것들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나날입니다. 대통령이, 장관이, 어떤 사람들은 마음에 안 드니 지원하지 말라고 했다는 증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상식 밖의 일들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자라를 보고도 솥뚜껑 인양 놀라는 일들이 제법 됩니다. 이런 말들이 잘 팔리기 때문일까요? 고양이를 호랑이라며 팔아대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 킹'이 500만명을 넘었습니다. 상영 끝물에 접어들었습니다. 권력을 잡으려 검사가 된 남자의 20여년을 그린 영화죠. 정치검사를 소재로 한 탓에 실제 누군가가 떠오른다는 평들이 많았습니다. '더 킹'은 현대사를 반추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여기까지입니다. 행동으로 옮기든, 비평을 하든, 비난을 하든,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 각자의 몫입니다.

그런데 꼭 오버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정우성이 출연했다고 보이콧 운운하는 박사모 뿐만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더 킹'이 정치검사를 소재로 한 탓에 검찰에서 내사를 했다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외압을 받았다는 것이죠. 기사까지 나왔습니다.

'다이빙 벨' 때문에 여러 사람이 다쳤고, '변호인' 때문에 여러 사람이 미운털이 박힌 상황들을 지켜봤기 때문인지, '더 킹' 검찰 사찰설은 혹하기 쉽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한재림 감독은 아마도 이 이야기가 와전된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는 그런 낌새를 느낀 적이 없었다고 하니 아마도 맞을 것 같습니다. 한재림 감독이 '더 킹' 연출자이자 제작자이니 뭔 소리가 있었다면 못 들었을 리가 없겠죠.

한재림 감독은 어느 날 연출부가 선술집에서 술을 먹고 있다가 벌어진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충무로 사람들이 잘 가는 선술집입니다. 마침 그곳에 '더 킹'에 기자로 나온 김민재가 술을 먹고 있어서 연출부와 자연스럽게 합석이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민재를 알아본 다른 일행이 팬이라며 사진을 찍고 명함을 줬다고 합니다. 그 명함에 검찰청이라고 적혀 있어서 연출부들이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고 하구요.

이 일화가 검찰 내사로 둔갑이 된 것 같답니다. 한재림 감독은 이런 해프닝까지 변명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고 합니다. 없는 말을 누군가 만들어낸 것이니깐요.

오버입니다. 오버죠. 탄핵 정국 팔이입니다.

지금 정부가 그리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변호인'을 CJ E&M 영화라며 쥐 잡듯이 잡았다는 소리는 그냥 웃음만 납니다. 영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변호인'은 NEW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깐요. 그런 사람들이 개봉도 안 한 영화를, 개봉 전까진 정치검사 이야기란 소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더 킹'을, 그리 열심히 조사했다면 오히려 박수라도 쳐주고 싶습니다.

이유가 그럴듯할수록 거짓이기 쉽습니다. 그럴듯한 이유는, 진실과 상관없이 믿기 쉽습니다. 촛불이 타오르고, 태극기가 휘날립니다. 냉정해야 할 때입니다. 말들이 난무할수록, 미친 바람이 불수록, 말의 진위를 냉정하게 가려야 합니다.

오버와 오해 사이, 진짜는 그 어느 틈엔가 있습니다. '더 킹'이 하고 싶었던 말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 킹' 마지막 내레이션을 오버라고 하는 사람도, 공감하는 사람도, 그 내레이션 내용이 진리라는 데는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개, 돼지가 아닌, 진짜 왕들이 나설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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