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만남] 허구연, 인프라 허, 허프라..그의 비시즌이 바쁜 이유

김재동 기자  |  2017.02.09 10:31
허구연 위원. /사진=스타뉴스 허구연 위원. /사진=스타뉴스


야구 시즌 중의 그는 참 바쁘다. 그렇다고 비시즌이라 해서 한가할 틈도 없다. MBC 허구연(66) 해설위원의 한해는 야구 때문에 항상 정신없이 흘러간다. KBO리그팀들의 해외전훈 현장과 코리언 메이저리거들의 근황을 살피고자 15일 미국 출장을 떠나는 그를 사전에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의미에서 다행이었다.

비시즌의 그가 특별히 바쁜 이유를 이해하는데는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이라는 그의 또다른 직함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맡은 지 8년. 그동안 프로야구구장을 포함, 전국적으로 163면에 그쳤던 야구장은 450면 이상으로 늘었고 초중고 30여개팀에 리틀야구 100여개 팀 이상이 새롭게 창단했다. 야구계가 거둔 성과이고 그의 노력 역시 상당부분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저를 얘기하면서 ‘기-승-전-돔’이란 표현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기-승-전-인프라’라면 또 모를까”라고 말하는 허위원. 본인말처럼 그에게 ‘야구 인프라’는 최우선의 화두다. 그래서 그의 또다른 별명은 ‘허프라’이기도 하다.

야구 인프라의 확충, 그는 왜 그렇게 목을 맬까? “야구인으로서 야구발전을 소망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야구 발전의 기본이 바로 인프라 확충이죠. 야구장이 없으면 야구팀이 안늘고 당연히 선수도 모자라게 되죠. 야구동호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사회인 야구팀이 전국적으로 1만 5000개가 넘어요. 그런데 야구장이 태부족이니 골프 부킹보다 야구장 부킹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저변이 확장 안되면 걸출한 몇몇 스타는 나올 수 있지만 상향 평준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거품 몸값’에 대한 얘기도 많은데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거예요” 한다.

캄보디아 허구연 베이스볼 필드에서 현지 선수들과. 캄보디아 허구연 베이스볼 필드에서 현지 선수들과.


베트남 KEB하나은행 드림필드에서 타석에 선 허구연 위원장. 베트남 KEB하나은행 드림필드에서 타석에 선 허구연 위원장.


인프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오는 3월 창단하는 안동 영문고 야구부다. 안동시 용상동 생활체육공원에 2개면의 야구장이 건설되자 영문고가 야구부를 창단하기로 했다. 구장이 생기니 팀이 생기고 선수가 생기는 선순환의 사례다.물론 안동의 야구장 건설과 영문고의 야구부 창단 역시 허위원장의 발품에 기인한 바가 크다.

4대강 유역 체육시설에 총 45면(낙동강 26면, 금강 13면, 한강 5면, 섬진강 1면)의 야구장을 확보해낸 데도 그의 역할이 지대했다. “야구인들이 돈이 있습니까? 지자체가 돈이 있습니까? 국책 사업이 이루어질 때 그 필요성을 제기하고 주창해야죠” 중계를 위해 지방을 찾을 때면 그는 언제나 인근 지자체를 돌며 야구장 건설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다닌다. 광주 경기 후 경상도쪽으로 넘어갈 때면 여수-거창-의령 등을 거치는 식이다. 하루에 지자체장만 3명을 만난 날도 있다고 한다.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을 처음 맡은 2009년 유영구 총재 시절 그는 3년 반 동안 무려 15만km를 달려 타고 다니던 에쿠스를 바꿔야만 했다고도 전한다.

인프라 전도사역을 꾸준히 하다 보니 그의 이름이 걸린 야구장만 국내외에 4개나 된다. 그는 지난 2010년 사재를 털어 캄보디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캄보디아 최초의 야구장 '허구연 필드'를 개장한 바 있고 지난해 11월에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스플렌도라에 베트남 최초의 정규규격 야구장 'KEB하나은행 드림필드'를 개장했다. 건립에 애쓴 허구연 위원장의 공을 인정, 현지에선 드림필드내 통로를 ‘허구연 스트리트’라고 명명했다. 강진베이스볼파크의 3개면중 1개면도 지원하여 ‘허구연 필드’라 불리고 익산시 야구 국가대표 훈련장 뒤편 리틀야구장 역시 ‘허구연 필드’다. 익산시가 허위원장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명명한 것이고 허위원장은 2500만원 상당 전광판을 기부해 화답했다.

포항, 양산, 대구, 광주, 수원, 고양 등의 지자체로부터 명예시민증과 공로패를 받은 것도 그의 헌신의 일단을 보여준다. 노력봉사 외에도 그는 장학금과 티볼용품등 매해 약 5천만 원 선의 야구 기부를 실행하고 있고 강단에 서고 있는 부인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선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익산시 허구연필드 리틀야구장. 익산시 허구연필드 리틀야구장.


3루에서 바라본 강진베이스볼파크의 허구연필드 3루에서 바라본 강진베이스볼파크의 허구연필드


지난 7일만 해도 그는 횡성을 다녀왔다. 횡성군 공근면 매곡리에 들어선 횡성베이스볼파크 때문이다. 약 2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지난 2016년 6월 4면의 야구장을 개설한 횡성베이스볼파크. 하지만 민간자본투자를 기대했던 호스텔 건립이 무산되며 애물단지로 변모했다. 물론 지난 1월 9일 횡성군은 군야구협회 대한야구위원회등과 '횡성베이스볼파크 활성화'협약을 맺고 원주 홍천 횡성등의 사회 직장인야구 24개팀을 대상으로 주중및 주말리그를 운영하기로 했지만 숙소의 부재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도 실효를 못 거두는 형편이다. 횡성군은 허구연 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허위원장은 효과적인 컨설팅에 골몰하고 있는 형편이다.

8일엔 다시 육군사관학교장과의 미팅도 있었다. 지난해 태릉 육사부지에 노원구청이 지어준 야구장 활용에 관한 자문을 해주는 자리였다. 3월 창단을 앞둔 안동 영문고와 안동시도 허위원장의 내방과 조언을 기다리고 있다.

15일로 예정된 미국 출장은 허위원장에겐 휴가에 다름 아니다. WBC 결승까지 보고 3월 25일 귀국예정이니 40일 넘는 객지생활이지만 그는 마냥 들떠 있다. NC, 넥센, 롯데, kt 등 국내 팀의 전훈 모습을 살펴보고 오승환 류현진 추신수 등 우리 빅리거들을 만나고 MLB쪽 지인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다지는 등 여전히 할 일은 많지만 그의 표현을 빌자면 “야구만 보고 생각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다시 시즌이 시작되면 본업인 중계와, 그에 버금가는 인프라 전도사 역할을 재개해야 될 판이니 휴가가 확실해 보인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건전한 야구문화를 정착시키고 야구인들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스포츠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는 허구연 위원장. “요즘엔 참 바람직하게 성장하는 후배들이 많아 흐뭇합니다. 이만수, 양준혁, 박석민, 강민호 같은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도네이션에 나서는 걸 보면 사회가 환영할만한 야구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것 같아요. 특히 야구장 기부한 강민호가 이쁘네요”라며 ‘허프라’다운 선호를 드러내기도 했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2년 전에 신체나이를 측정했을 때 30대 후반 소리 들었는데 얼마 전에 다시 측정해 보니 이제 마흔 한 둘 정도래요. 다 야구 덕이라고 생각해요.”

총총히 멀어져가는 생물학적 60대 중반의 뒷모습에서 청년다운 활기의 아우라를 전해받는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