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다듀가 말하는 힙합의 미래 "슈퍼스타 나와야"(인터뷰①)

[스타뉴스 15주년 창간 기획]'2004년 데뷔 스타' 다이나믹 듀오 인터뷰

윤상근 기자  |  2019.09.03 09:30
다이나믹 듀오 /사진=스타뉴스 다이나믹 듀오 /사진=스타뉴스


유난히도 추웠었던 2003년 겨울이 돼서 우린 녹음을 시작했어. 겨우 빈털터리 아니 빚쟁이, 텅 비어버린 키 체인, 집도 없는 떠돌이로 여러 밤을 지샜지. 억울해서 독을 품고 작업했어. 난 굶주린 늑대같이 매일 새벽까지 소리를 물어뜯고 갈갈이 찢어 발개서 내 뜻대로 재조합하며 재기의 칼을 갈았지. Somebody said 너네 둘론 안돼 but somebody said 기대할게. 우리는 준비했어 완전한 반전. 꼭 받고 싶었어 만점. 2004년 봄 첫 번째 앨범 발표. It was bomb. 다시 내 자릴 찾고 거칠고 더러운 이 바닥에서 뿌리내리고 다시 커갔어 우린 잡초.

- 다이나믹 듀오 정규 3집 1번 수록곡 '다시 쓰는 이력서' 중에서


15년 전, 셋 보다 나은 둘을 외치며 결성한 두 래퍼는 그렇게 의기투합했다. 전신인 CB MASS가 가져온 성공과 해체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고, 시즌2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외치며 최자(39, 최재호)와 개코(38, 김윤성)는 지름길을,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고 음반 판매 1위, 전국 투어 관객 1만 명 돌파를 거쳐, 고민 끝에 독립의 길을 선택하고 점차 비로소 완벽한 둘로, 다이나믹한 듀오로 거듭났다.

15주년이라는 타이틀이 갖고 있는 무게감은 분명 남다르다. 굳이 의미부여를 해보자면 두 자릿수를 넘어 강산이 2번 바뀌기 위한 정점에 서 있는 가운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국내 최초 리얼타임 연예뉴스 전문 매체 스타뉴스는 2019년 8월 31일 오후 서울 청담동 모처에서 다이나믹 듀오를 만나 15주년을 맞이한 소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CB MASS 활동까지 포함하면 한 20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다이나믹 듀오로 활동을 하면서 정작 (다이나믹 듀오라는 팀으로) 데뷔를 언제 했는지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았던 것도 맞아요. 하하. 오히려 (2004년이) 더 의미가 있는 해일 수가 있는데 이렇게 스타뉴스에서 인터뷰를 요청하시면서 짚어주시니까 더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저희의 15주년을 더욱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벌써 우리가 15년이나 했구나. 다이나믹 듀오라는 팀을 우리가 오래 했구나'라고요."(개코)

"그저 저희는 저희 일을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활동 일수를) 카운트를 하지 않고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15주년을 맞이하게 되니) 우리가 꽤 오래 잘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이나믹 듀오는 15주년으로만 만족할 것이 아닌, 저희의 인생 프로젝트이니까요. 저희는 아직 저희가 가야 할 길의 30%도 오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이렇게 저희의 15주년을 직접 짚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하."(최자)

15년 전의 힙합 신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15년 전의 힙합은, 힙합 신은 분명 지금의 힙합과 힙합 신이 갖고 있는 대중성, 트렌디함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떄는 (힙합이) 뭔가 퓨어했다라고나 할까요?"(개코)

"오히려 지금은 지나치게 한쪽으로 솔직한 감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힙합이라는 것이 정말 멋스러운 음악이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뭔가 어떤 명분을 찾기 위해(저희에게) 필요한 음악이었어요. 사회 비판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 활동) 초창기에는 돈 있고, 집에 좀 사는 분들이 하는 음악이 힙합이었어요. (돈 있고 집이 좀 살면 힙합도) 미리 접할 수가 있었어요. 뭔가 곱상한 매력의 젊은이들이 하는 거친 이야기가 담긴 음악이랄까요. "(최자)

누구나 힙합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1970년대 후반 빈민 흑인 청소년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 풍자적인 음악은 미국에서 디스코, 펑크, 댄서블 재즈 뮤직과 크로스오버 되면서 점차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를 잡았고, 랩, 디제잉, 비보잉, 그래피티 등의 세부적인 문화 형태로도 퍼져 나갔다.

이후 PC통신을 통해 한국에도 힙합 뮤직이 전파되면서 점차 힙합의 대중화를 위한 첫걸음을 떼게 된다.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 양현석과 이주노를 비롯해 솔리드, 지누션, DJ DOC, 드렁큰타이거, 업타운, 김진표, 원타임, 허니패밀리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블랙 뮤직으로 (지금의 K팝 신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가요계의 새로운 화두를 꺼냈고, 가리온, 피타입, 데프콘, 버벌진트 등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맹활약을 해온 뮤지션들 역시 각자의 행보를 통해 대한민국 힙합 신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환경에서 탄생한 CB MASS의 멤버 최자와 개코는, 3장의 명반을 들고 나와 신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의 힙합은 분명 지금과 다르다. 1990년대 후반 붐뱁으로 지배됐던 힙합의 장르는 점점 더 빨라진 래핑과 스웨그를 강조한 콘셉트와 함께 트랩, 래챗, 싱잉 랩 등 여러 스타일로 확장됐다. (특히 댄서블 뮤직으로 불리기도 했던 K팝과의 활발한 교류는 이 확장에 더욱 가속도를 붙였다.) 여기에 '서열 정리'로 일컬어지는 디스전에 의한 자기 과시가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 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고, 이 콘셉트를 (다소 자극적인 부분을 더해) 이용한 TV 음악 프로그램들의 인기와 논란은 힙합이 대중성을 얻으며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하나의 또 다른 현상이었다.

"음악적 분위기라든지 문화적으로도 요즘은 많이 혼재가 돼 있잖아요. 음악은 물론이고 패션이나 태도도 마찬가지로 시대마다 계속 변화하고 있고요."(개코)

"처음에는 미국 현지의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들여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게 토착화가 안 되니 점차 한국적인 색깔이 드러나는 과정을 거쳤죠. 하지만 요즘은 우리나라 힙합도 세계 트렌드와 거의 맞는 것 같아요."(최자)

"맞아요. 요즘은 인터넷과 유튜브 등으로 받아들고 접하는 게 훨씬 쉬우니까요. 심지어 국내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영어로 곡을 발표하는 경우도 많고, 한국 시장만 자기 음악을 알리는 데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요."(개코)

그렇다면 다이나믹 듀오가 원하고 바라는, 앞으로의 힙합의 모습은 무엇일까.

"힙합이라는 것이 장르적으로 예술, 미술, 컬쳐 등과 같이 움직이는 부분이 있어서 이에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죠. (앞으로의 힙합도) 강제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거대한 자본에 의해 힙합이 만들어지기도 하겠지만 그 아래 (보이지 않는) 재미있는 부분도 많거든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힙합을) 편하게 즐기고 접했으면 좋겠어요."(개코)

"젊은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힙합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나 슈퍼스타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이들은 이러한 생각을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으려면 (힙합 신에서의) 슈퍼스타가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최자)

"맞아요. (잠깐 반짝했다) 휘발되지 않는 스타가 나와야 해요. 고인 물만 계속 있으면 정체가 되고 없어지잖아요. 좀 더 새로운 아티스트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서 힙합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어요."(개코)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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