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위로·도열 박수·포옹', 패자와 승자의 빛난 품격

김우종 기자  |  2019.06.03 05:05
리버풀 우승 확정 후 주저앉은 손흥민(가운데)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넨 마팁(오른쪽)과 살라(왼쪽). /AFPBBNews=뉴스1 리버풀 우승 확정 후 주저앉은 손흥민(가운데)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넨 마팁(오른쪽)과 살라(왼쪽). /AFPBBNews=뉴스1
우승의 기쁨도 잠시였다. 리버풀 선수들은 적으로 싸웠던 선수들을 보듬으며 위로를 건넸다.


리버풀은 지난 2일 오전(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토트넘과 2018~201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리버풀은 지난 2005년 이후 14년 만에 구단 통산 6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반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은 토트넘은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같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를 누비는 두 팀이었다. 리버풀은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승점 98점)에 승점 1점 차로 뒤지며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토트넘은 승점 71점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에서 수없이 맞대결을 벌이며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양 팀이었다.

후반 42분 리버풀 오리기의 추가골이 터지자 사실상 승부는 기울어졌다.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지난 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그 순간,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클롭 리버풀 감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둘은 포옹을 나눴다. 포체티노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감독끼리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 선수들의 희비도 극명히 엇갈렸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한 데 나와 리버풀 선수들은 기쁨을 나눴다. 반면 토트넘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손흥민도 그라운드 위에 털썩 주저앉은 채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그런 손흥민을 향해 살라와 마팁 등 리버풀 선수들이 가까이 와 위로를 건넸다. UEFA(유럽축구연맹)에 따르면 손흥민은 클롭 리버풀 감독과도 진한 포옹을 나눴다. 독일서 활약할 때부터 익히 잘 알고 있던 서로였다.

토트넘 선수들이 준우승 메달을 받으러 가는 길에는 리버풀 선수들이 양 쪽으로 나뉘어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토트넘 선수들이 걸어오자 리버풀 선수들이 토트넘 선수들에게 박수를 건넸다. 승자로서의 자만심이나 거드름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들은 친한 상대 선수들과 서로 포옹을 하며 우승을 축하하고, 패배를 위로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리버풀에 축하 인사를 건넨다. 우리도 앞으로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클롭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밤"이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승자와 패자는 갈렸지만, 양 팀은 깨끗하고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종료 직후, 포옹을 나누는 클롭 감독과 포체티노 감독(왼쪽). /AFPBBNews=뉴스1 경기 종료 직후, 포옹을 나누는 클롭 감독과 포체티노 감독(왼쪽). /AFPBBNews=뉴스1


준우승 메달을 받기 위해 해리 케인(흰색 유니폼)이 도열한 리버풀 선수들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준우승 메달을 받기 위해 해리 케인(흰색 유니폼)이 도열한 리버풀 선수들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리버풀 팬들에게 인사하는 선수단. /AFPBBNews=뉴스1 리버풀 팬들에게 인사하는 선수단. /AFPBBNews=뉴스1


리버풀-토트넘 선수단 우승 세리머니 모습. /AFPBBNews=뉴스1 리버풀-토트넘 선수단 우승 세리머니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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