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컵현장 결산] ② 서해직항로 같은 'ㄷ자 공격'... 벤투 축구가 지루한 이유

아부다비(UAE)=김우종 기자  |  2019.01.28 05:16
카타르전 한국의 공격 방향. 왼쪽이 40.2%, 중앙이 16.0%, 오른쪽이 43.8%다. \'ㄷ자\' 모양과 같다. /그래픽=팀트웰브 제공 카타르전 한국의 공격 방향. 왼쪽이 40.2%, 중앙이 16.0%, 오른쪽이 43.8%다. 'ㄷ자' 모양과 같다. /그래픽=팀트웰브 제공
'아부다비 참사'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 축구는 그동안 강자였다. 한국과 함께 월드컵에 단골로 진출했던 일본과 이란은 이번 대회 4강에 안착했다. 하지만 한국의 이름은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대표팀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백패스와 횡패스의 연속

벤투호의 경기력은 답답했다. 전반전에는 심지어 졸리기까지 했다.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 만한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을 강조한다. 점유율을 높이는 패턴은 비슷했다. 측면으로 가다가 다시 뒤로 공을 뺀다. 그 공을 잡은 풀백은 센터백에게 공을 넘긴다. 이어 센터백은 반대편 풀백에게 공을 넘겨주고 측면으로 돌파를 시도하는가 싶더니 다시 공을 뒤쪽 풀백에게 뺀다.

가운데는 텅 비어 있다. 백패스와 횡패스의 연속이다. 바꿔 말하면 날카롭고 과감한 전진 패스가 실종됐다는 것을 뜻한다.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계속 무의미하게 볼만 돌리니 팬들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한국의 카타르전 공격 방향은 왼쪽이 40.2%, 오른쪽이 43.8%였다. 반면 중앙 쪽은 16.0%에 불과했다. 공격 방향을 표시한 그래프를 보면 'ㄷ자' 모양과 비슷하다. 마치 서울에서 평양까지 직선으로 가지 않고 서해로 빙 돌아가는 '서해 직항로' 같다. 반면 카타르는 왼쪽 35.7%, 중앙 34.7%, 오른쪽 29.6%였다.

카타르의 한국전 공격 방향. 좌측-중앙-우측 비율이 비슷하다. /그래픽=팀트웰브 제공 카타르의 한국전 공격 방향. 좌측-중앙-우측 비율이 비슷하다. /그래픽=팀트웰브 제공
◇과감한 중앙 돌파 필요

물론 측면 공격도 당연히 필요하다. 또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때로는 균형감도 중요하다. 중앙 공격은 2:1 패스 등의 패턴 플레이만 잘 이뤄진다면 단 한 번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황인범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으며, 후반전에는 구자철이 그 임무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카타르전에서 한국의 공격은 너무 측면 일변도였다. 정확도도 문제였다. 한국은 측면에서 20차례 크로스를 올렸다. 그러나 정확하게 올린 크로스는 3개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카타르전 침투 패스 1위가 김진수와 이용(이상 2회)으로 모두 풀백이었다. 이어 김영권, 정우영, 주세종이 침투 패스 1회를 시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쪽에서는 침투 패스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외곽으로만 뱅뱅 공을 돌리는 축구를 무서워할 팀은 하나도 없다. 측면에서도 뒤로 자꾸 공을 뺄 게 아니라 과감하게 2:1 패스 또는 1:1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 중앙에서도 적극적으로 찔러넣어 상대를 흔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거리 슈팅도 나오고 수비진을 끌어낼 수 있다. 경우의 수가 다양해지면 상대 역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카타르전 단 한 경기의 결과로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처음으로 패배를 당했다. 그는 카타르전을 마친 뒤 "상대가 5백을 쓰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90분 간 득점 기회를 많이 창출하지 못했다. 사이드 전환 역시 느리게 나왔다. 빠르게 패스 플레이를 가져가지 못한 점은 있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과연 벤투호는 다음 경기서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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