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바꾸겠다!" 정부가 '심석희 폭로'에 신속·파격 대응한 이유

이원희 기자  |  2019.01.10 09:43
심석희. / 사진=뉴스1 심석희. / 사진=뉴스1
"지금까지 제도와 대책을 전면 수정하겠다."


노태강(58)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지난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 차관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가 조재범(38) 전 코치로부터 상습 성폭력을 당했다는 보도에 대해 "이는 지금까지 마련했던 대책들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정부는 대책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석희의 성폭력 피해가 처음 보도된 것은 전날(8일) 밤이었다. 문체부는 불과 10여 시간 만에 긴급하게 브리핑을 열었다. 또 '제도의 전면 수정'을 공언할 정도로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조 전 코치는 성폭행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렇듯 신속하고 파격적인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선수에게 훈련장에서..." 온 국민이 충격

첫째, 사건의 내용과 대상자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노 차관은 심석희의 성폭력 피해 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동안 심석희의 폭행 피해 소식을 꾸준히 전해 들었던 국민들도 추가로 성폭행까지 있었다는 소식에 울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2014년 만 17세였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온 국민이 분개하고, 안타까워 했다. 조 전 코치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둘째, 범행 장소도 심각하다. 심석희는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훈련시설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의 열정과 피와 땀이 묻은 곳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노 차관은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안전하게 훈련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 사진=뉴스1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 사진=뉴스1
◇체육계 폐쇄성, 더 이상은 안 된다

아울러 체육계 특유의 폐쇄성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 차관은 "심석희 선수와 관련해 성폭력이 아닌 일반 폭력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는데, 보도를 통해 (성폭력 사실을) 알게 됐다. 체육계 특성상 폐쇄적인 구조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면 알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선후배, 지도자와 제자간의 관계를 강조하는 '상명하복' 문화 속에서 피해를 참고 견뎌온 것이 사실이다. 노 차관도 "지금까지 체육계 내부의 동업자 정신으로 쉽게 넘어갔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체육계의 폐쇄적 구조를 탈피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스포츠계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체육계 내부의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8일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난해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의 성폭력 경험 비율은 1.7%로 2010년 26.6%와 비교해 현저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실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노 차관이 '국민들의 눈높이'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노 차관은 "이제 체육회가 조사하는 것이 아닌 외부 담당 기관을 통해 수사를 의뢰하고 운영할 것이다. 이번에 시행될 조사는 민간 전문가들에게 맡길 것"이라며 "앞으로 체육기관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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